나에게 걷기는 숨결이다

걷기의 인문학_리베카 솔닛

by 서수정


건강이 무너져 삶이 흔들리던 순간, 내가 붙든 것은 단순했다.

“일단 걸어야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걸음을 이어가는 것만이 다시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호흡이 고르듯 발걸음도 리듬을 찾았고, 그때부터 걷기는 내 삶의 숨결이 되었다.

“걷기는 읽기이다.”

이 짧은 문장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걷는 동안 길은 텍스트가 되고, 발걸음은 문장이 되며, 풍경은 해석의 대상이 된다.
풀잎에 스치는 바람, 계절의 빛과 그림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은 모두 나의 독서이자 기록이었다.
걷기는 책장을 넘기듯 세상을 읽는 일이었고, 동시에 내 마음의 언어를 새로 쓰는 일이었다.

“걷기는 자유와 즐거움의 여러 형태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솔닛의 이 말은 걷기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자유로운 시간, 매혹적인 공간, 제약받지 않는 몸.
결국 걷기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단테의 순례, 워즈워스의 숲길, 오스틴의 산책,
시민들의 광장 행진 모두가 이를 증명한다.
걷기는 늘 인간을 세계와 이어주는 가장 오래된 언어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도시에서 걷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걷기는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행위로 여겨진다.
걷는 시간조차 이어폰과 화면으로 채워져, 풍경을 읽고 사유하는 힘은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더 간절히 바란다.
걷기가 다시 사유와 사색의 도구로 회복되기를.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숨 고르기의 시간이 되기를.
내가 걷기를 통해 회복했듯, 이 시대의 사람들도 걷기를 통해 자신을 다시 세우고,
세상을 새롭게 읽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숨결처럼 자연스러운 이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삶의 언어로 이어지기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숨을 고르듯 발걸음을 옮기고, 세상을 읽듯 길을 따라간다.
나에게 걷기는 숨결이고, 동시에 읽기이다.
걷는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내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행위다.
당신에게 걷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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