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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Sep 17. 2024

시어머니께서 더 나빠진 상태로 퇴원하셨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데(23. 7.21)

아직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요양병원 출입은 여전히 까다롭기만 하다. 별수 없이 며칠이 멀다 하고 전화로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고 들을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간호사님들의 성의 없는 답변에 또 속상함만이 쌓인다. 도대체 어머니 케어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한 건지 신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입원 후 바로 링거와 영양제 투여가 시작되었다. 며칠을 못 드신 탓에 탈수까지 되셨고, 저혈압으로 수혈까지 받으셨었는데 이번에는 고혈압이란다. 생각보다 모든 검사는 느리게 진행되었고, 검사내용을 설명하는 것 또한 도대체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1도 없다. 어떻게 이런 상황으로 얼마를 곳에 더 계셔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연일 줄기는 세차게  내리치고 마음은 심란하기 이를 데 없는데 내 몸까지 안 좋으니 며칠째 악몽에 시달렸다. 시술 후 그 후유증으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고생 중이다.  와중에 아침부터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밤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이미 내가 알고나 있는 것처럼 퇴원을 하신다니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하기만 했다. 주보호자인 내가 모르는데 갑작스레 퇴원이라니 들은 적 없다며 서둘면회를 예약했다. 요양병원 면회도 정해진 시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비어있는 시간은 다음 주뿐이었다.


얼마 후 의사 선생님께서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전화가 왔다. 나만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요양원 간호팀장님과도 의논을 끝내놓고서는 정작 주보호자인 내겐 알리지 않으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저와 같은 경우가 있다면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환자가 많다 보니 의사소통에 오류가 난 것이다. 입원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혈압도 정상이고, 식사문제는 경관식으로 대체되어 퇴원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입원당시의 상태보다 더 나빠진 것은 어쩔 수 없으며, 앞으로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어려울 것 같하셨다. 지난 추석 무렵 입원했다 퇴원 시에도 그런 상황이었지만 극복해 내시고 다시 식사 하시 10개월 정도를 잘 버텨내셨다. 형제들은 97세면 오래 사셨으니 걱정하지 말라 그리 말해도, 수많은 날들을 함께한 남편과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 장맛비도, 더운 여름도 잘 이겨내셨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렇게 갑작스레 퇴원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나는 위내시경시술 먹고 있는 약의 부작용으로 기운을 차릴 수가 없다. 도저히 휘청거리는 이 몸으로 퇴원하시는 곳에 갈 수가 없었다. 퇴원 시 병원비는 입금해 드리면 되고, 어차피 누워서 앰뷸런스로 이동해야 하므로 굳이 보호자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다. 분명 입원 시에는 부축해 드리면 휠체어에 옮겨 셨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신 상태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6년 동안 머무셨던 요양원으로 다시 가셔야 하기 때문에 간호팀장님과 통화를 했다. 2층에 계시던 어머니를 1층 집중치료실에 바로 들어가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곳은 와상 환자들만 머무는 곳으로 교대로 하는 2,3층과는 다르게, 요양보호사 한분이 상주하므로 케어에 공백이 없다 하니 고맙기만 했다. 한 곳에 오래 계시다 보니 간호팀장님과는 가족들에게도 말 못 고충들을 토로하 하소연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하여 고마운 마음에 가끔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간호팀들이 드실 수 있게 커피쿠폰이나 간단한 간식으로 감사한 마음을 하곤 한다.




이틀 전 시누이와 다른 형제들이 요양병원에 면회를 다녀왔다. 다녀오신 시누이에 의하면 어머니의 상황이 너무 안 좋으신 것 같다며 퇴원을 한다 해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셨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입원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울며불며 경관식이법까지 했는데 그렇게 안 좋으시다니 허무하기만 다. 어쨌든 나는 가 뵙지도 못하고 퇴원을 하시게 되었고, 그런 내가 안타까우셨는지 간호팀장님은 언제든 내 몸이 나아지면 특별면회를 할 수 있게 해 주시기로 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요양원에서 일단 나오게 되면, 어디를 가든 일정기간 안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퇴소처리가 되고. 만약 다시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요양원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에 일처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요양원 관계자분들과도 적당한 선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지 요양원 측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환자의 상태에 대해 수시로 공유를 하면서 위급한 상황의 경우 대처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오후가 다 가고 저녁이 될 무렵인데도 도착하셨다는 연락이 없어 아쉬운 사람이 우물판다고 간호팀장님께 전화를 했다. 얼마나 바쁘신지 헉헉거리며 전화를 받으신다. 예정된 3시보다 늦게 도착하셔서 방으로 모시고 상태를 확인하는 중이란다. 도착하시자마자 앰뷸런스에 누워 계시다 요양원 식구들을 보시고는 벌떡 일어나시려 하며 반갑게 손을 흔드셨단다. 어쩌면 낯선 환경에서 많이 힘드셨겠싶어 그도 안쓰러웠다. 집중케어실은 와상환자들만 계시기에 옆에서 저녁으로 죽을 먹여드리자 나는 왜 밥을 안 주느냐고 소리치셨단다.


어머니께서는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복지사님. 간호사님들을 당신 식구인양  복지사님이 우리 큰며느리처럼 상냥하다며 갈 때마다 자랑하시곤 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시며 편하게 계셔서 너무 다행이. 항상 따스하돌봐주시는 요양원 식구들께도 감사하다. 콧줄을 하시고도 밥 달라 소리치시니 밥을 드려도 될지 병원의사 선생님과 의논해서 결정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또 한고비를 넘기시려나 보다. 요양원에 다시 모시고 나니 아팠던 속도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시시때때로 이처럼 변수가 있곤 다. 이도 하늘의 뜻이지만 우리 부부의 바람대로 이번에도 잘 극복하시고 식사 잘하시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는 내 몸이 회복되는 대로 면회를 가기로 했다.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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