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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Sep 19. 2024

시어머니와의 인연은 그렇게 또 이어졌다

기적은 있었다(23.8.20)

아직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퇴원 시에도 못 간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 아픈 몸을 이끌고 플레인 요플레를 사들고 요양원에 면회를 갔다. 간호팀장님의 배려로 주말에는 불가함에도 특별면회로 일요일에 어머니를 만나 뵐 수 있었다. 시동생도 요양원 관계자 분들께 드릴 음료와 간식을 사들고 왔다. 물론 매달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어머니를 돌봐주시는 그 감사함에 작은 마음이나마 전하곤 한다.


다행히 휠체어를 타고, 콧줄을 하신 채이지만 손을 흔들며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이셨다. 우리 내외와 막내시동생 내외를 다 알아보시고, 아파서 못 오는 큰 시누이(큰 형님)까지 또 찾으셨다. 70이 훌쩍 넘으신 큰 형님은 당뇨병 등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몇 년 동안 면회를 오시지 못했다. 큰 자식이어서인지 요즘은 부쩍 큰 형님을 찾으신다. 어느 것 하나 예사로 안 보여 내 마음을 착잡하게 다.


밤새 콧줄을 잡아 빼지 못하시도록 안전대를 해놓은 탓에, 빼달라고 얼마나 소리를 치셨는지 목이 쉬어 버리셨다. 그렇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밥 달라 하셔서 막상 죽이라도 떠드리면 몇 수저 안 드시고 거부하시니, 당분간 경관식을 하며 요플레와 죽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나마 요플레와 죽을 섞어 드리면 그건 좀 드신다 하니, 일단 그렇게라도 드시게 하며 양을 늘려보기로 했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울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잡은 내손등을 연신 당신 얼굴에 비벼대시지만, 다리와 발, 온몸이 차갑기만 하다. 이제 아예 거동이 불가하므로 케어방법에 변화가 있다며 요양원 측에서 사인할 서류를 내밀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짐들도 다시 병원에 가실 때 드리겠다며, 그동안 주지 않았던 겨울옷들만 두 박스나 내어주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오지 못한 가족들과 동영상통화를 하시고는 어서 점심 먹으러 가라 하시는 통에 서둘러 면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오늘처럼 우리를 기억하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언제까지 뵐 수 있을까? 가져온 옷들을 정리하며 꾸역꾸역 삐져나오는 물기를 들킬세라 애써 구겨 넣으며 가져온 옷들의 일부는 박스채 옷장 속에 집어넣었다. 오랫동안 옷장에 걸려있는 옷들과 조금은 낡은 옷들, 앞으로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을 일부 정리했다.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자며 많이 덜어내면서도 차마 몇 가지는 버리지 못하고 다시 넣어놓기도 했지만 옷장 속이 휑해졌다.




이번달은 8월 초에 시누이들이 면회를 다녀왔다. 워낙 초순에 다녀오셨기에 그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싶어 20일경 요양원 측과 전화통화를 했다. 어디에나 기적은 있는 걸까. 이제 콧줄제거도 못하고 친정부모님처럼 그렇게 사시다 가시겠구나 싶어 착잡했던 그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어머니께서는 당당하게 콧줄을 제거하고도 서서히 양을 늘려가며 식사를 잘하시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 단지 다리에 힘이 없어져 동은 불가하므로 누운 채로 기저귀를 통하여 대소변을 해결하실 수밖에 없는 와상환자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성을 다해주신 간호팀장님을 비롯하여 옆에서 돌봐주신 복지사님, 보호사님들 덕분이다. 간호팀장님 역시 이렇게 콧줄을 한동안 하시다가 제거하고도 식사를 잘하실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라며 어머니께서 워낙 잘 따라주셨기에 그리된 것 같다며 함께 기뻐해 주셨다. 어머니의 운명이신 듯싶다.


이렇듯 사람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꺼질 듯하면서도 다시 불타오르며 생을 이어가시는 어머니의 생명력은 가히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그 어느 것보다도 존엄한 존재이기에 그 뜻을 따라야 한다. 무섭고 두려웠을지도 모를 그 순간들을 당당히 이겨내시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셨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되살아나 아직은 이승에서의 삶을 누리시며 가끔씩이라도 자식들 얼굴을 보며 사시고 싶은 어머니의 간절함이 하늘에 았는지도 모르겠다. 


2023. 8.20.


명절 잘 보내셨지요. 앞으로 몇 편의 글에서  못난 저의 모습들을 보게 되실 건데요.  부끄럽지만 그도 지나가야 할 과정이기에 1년 전에 써 놓은 그대로 발행하려 합니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써 놓은 글들이 많이 정리가 되어 연재도 화, 목, 토 3일로 변경하겠습니다.
2024.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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