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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09. 2024

다이어트는 죄다

쉿!

제목만 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돌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이어트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라도 할라치면 너도나도 관심을 갖는 이 마당에 죄라니. 내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면 내 생사를 확인해 볼 일이다. 출근할 일 없이 살아도 주말은 주말이다. 빼꼼히 눈을 뜨고 토요연재글을 올리고는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뒹굴거리다 마지못해 아침을 차렸다. 양상추 한주먹에 삶은 계란 1개, 토마토, 아몬드, 청포도 몇 알과 딸기도 몇 개 넣어 접시를 채우고, 우유 1잔과 블루베리 두부베이글을 반으로 갈라 토스터기에 굽는다. 그 사이에 전날 슬라이스해 놓은 양배추, 양파, 당근 한 줌을 볼에 넣고 계란 1개를 풀어 프라이팬에 부친다.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글 안에 올려주고 구운 베이컨과 치즈도 한 장 올려준다. 여기까지는 나의 아침이 아니다.


나의 아침은 야채과일샐러드는 동일하나 추가로 순두부 반접시와 밀 것은 소화에 지장이 있으니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플레인 두부베이글 반쪽이면 족하다. 과일야채샐러드 서너 입만 먹어도 배가 부르기 시작하지만 하루를 살아내야 하니 꾸역꾸역 다 먹는다. 설거지를 하고 어쩌다 보니 아침 먹은 것도 그대로인데 점심때가 되어가니 또 먹을 시간인 것이 난감하다. 벚꽃구경도 할 겸 그 근처에 있는 추어탕집에서 정식을 주문했다. 정식이어서인지 콩나물 무침에 오이무침, 겉절이, 깍두기, 샐러드, 추어튀김에 보쌈까지 상이 넘쳐난다. 일단 추어탕 절반과 밥도 절반 덜어내고 추어튀김 두 조각으로 나의 점심은 끝이 났다. 나머지는 옆지가 알아서 다 먹어주니 아깝지 않다. 


그럼 그렇게 잘 드셨니 살이 쪘을까. 퇴직하고 10여 년간 주중이면 친구들과 점심약속이 없는 한 매일 땀나도록 탁구를 4~5시간씩 친다. 떡 벌어진 어깨에 군살 하나 없이 젊은이들 못지않고 어느 때는 아프지도 않은 그가 얄밉기도 하다. 물론 나도 매일은 아니어도 헬스장에 가거나 오늘처럼 걷는 것을 좋아해서 되도록이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닌다. 그래도 수시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심심해할까 봐 놀아주느라(?) 겁나 바쁘기도 하다. 그럼 뭐 하나, 살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주위에서는 왜 그리 살이 찌지 않느냐며 걱정해 주는 목소리가 영 듣기 싫다.


여하튼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사서 주었지만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약속을 하고 다 모였는지 활짝 핀 벚꽃수만큼 인산인해다. 도대체 벚나무가 몇 년이나 된 것인지 꽃터널이 끝없이 이어지고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 한 장 없이 때마침 만개한 꽃들이 하늘을 가리고 장관이다. 초상권 침해로 고소당할까 봐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겨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없으면 섭하지. 중간중간 닭꼬치에 아이스크림. 솜사탕, 떡볶이, 어묵, 내가 좋아하는 와플까지 맛있는 간식들 매대 앞마다 긴 줄이 늘어섰지만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구경만 하다 나왔다. 장도 볼 겸 마트에 들렀다. 여기에도 사람은 많고 먹을 것은 더 많다. 삼겹살과 연어, 계란과 딸기 등등을 샀다. 근처에 사는 둘째 동서가 쪽파가 많다며 가는 길에 들르라 다. 며칠 전에 한단을 사다가 담가 놓았는데도 시동생이 쪽파를 다듬어 놓기까지 했다는데 그 정성을 외면할 수가 없어 마트에서 산 딸기 1박스를 주고 들고 왔다.


족히 큰 단으로 2단도 넘는 분량인데 심난하다. 한참을 째려보다 후딱 씻어 멸치액젓으로 절여주고 풀을 쑤고 양파. 당근을 채 썰어 갖은양념으로 1시간 만에 후딱 담가서 치워버렸다. 토요연재 때문에 음식을 할 때마다 사진 찍느라 더디기만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 순식간에 해치웠더니 사진 한 장도 없지만 맛있게 담가진 쪽파김치를 나누어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그 많은 쪽파김치를 어쩔 거냐는 걱정에 시동생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천당 갈 생각이라 했다. 그랬더니 본인한테만 잘하고 천당 가란다.

에효~

얼만큼 더 잘혀요.


김치를 하고 나니 저녁 할 기력도 없는데 때마침 초밥이 먹고 싶단다. 아싸! 5분이면 달려가는 대형마트에 빛의 속도로 달려가 사들고 왔다. 지난번에 담근 맛있게  익은 쪽파김치와 깍두기를 꺼내어 새우초밥 4개와  장어초밥 2개로 나의 저녁은 마무리되었다. 먹는 만큼 튼튼해지고 안 먹는 만큼 찌지 않는다. 아니 찌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먹었다가는 탈이 나고 고생할게 뻔하니 먹고 싶어도 먹지 않는다. 그것을 참는 것은 당연하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누가 말했지. 순 거짓말이고 뻥!이다 내게는. 하루종일 보리차를 끓여놓고 수시로 마신다. 뭐든 다른 것을 먹으니 살이 찌는 것이고 안 먹으면 살은 찌지 않는다. 이것저것 식재료들을 들이대며 다이어트 식품이라 아무리 떠들어대도 안 먹으면 찌지 않는다. 아니 찌고 싶어도 안 먹으니 불어나질 않는다. 나의 소망과 반대되는 다이어트가 참  밉다.


누가 날씬해야 예쁘다고 했나. 다이어트는 죄라 부르짖고 싶다. 마른 얼굴이 뭐 볼 것이 있다고. 그래도 통통하니 볼 게 있어야 예쁘지.  말이다. 그만해야지.

이러다 진짜 맞을라. 쉿!

우리만 아는 걸로.


<잘 익은 파김치와 조금 남긴 쪽파로 만든 파강회>



* 저만의 경우입니다.

   오해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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