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힘들어서 바빠서 번거로워서 더 이상 못할 거 같아. 하지 말까. 그래도 해볼까. 해야지. 자주 내게 던지는 말들이다. 그래도 결국에는 다듬다 말고 사진을 찍고, 계량을 하며 메모를 하고, 완성된 작품을 흡족한 마음으로 갈무리하곤 한다. 푸드크리에이터의 길이다. 오늘도 이 바쁜 금요일에 닭곰탕을 해보겠다고 판을 벌였다. 닭을 손질하고 끓이고 시간이 빠듯하다. 요즘 방학이 가까워져 단축수업으로 훈이가 1시도 전에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해주기로 했었는데 하필 오늘이 그날이 되었다.
콩 튀듯 팥 튀듯 하며 닭곰탕을 해 들고 부리나케 훈이와 윤이에게 달려갔다. 후들거렸다. 그래도 기쁘다.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주니 그 기쁨이 살짝 피어나려는데 [틈]이 노크를 했다. 12월 13일 금요일. 아~ 금요일이 금마차가 되었다. 이걸 타고 어디까지 올라갈거나. 몰라도 괜찮다. 가보자~. 가끔 [틈]을 볼 때마다 얼마큼 잘 써야 저기에 간택이 될까. 막연하게 동경해마지 않았더랬다. 그러면서 주제가 올라오면 써보기도 했다.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오늘 드디어 내 글이 언급되었다니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니겠지. 비록 오래전에 끝난 연재브런치북 "정짓간에서 피워내는 글꽃" 중의 한 꼭지지만 너무너무 기뻤다. 닭곰탕 만들던 고단함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오늘따라 닭곰탕이 더 맛있어졌다. [틈] 덕분이다. 그 기쁜 마음 만끽하며 닭곰탕 레시피 정리에 들어간다.
* 재료 및 양념 (끓인 시간만 총 1시간)
작은 닭 2마리(500g × 2), 청주 반컵, 큰 양파 1개, 대파 3대, 마늘 1 주먹, 생강 2쪽, 인삼 2 뿌리, 대추 10알, 통후추 10알, 물 1리터와 2컵(1,400리터), 구운 소금 1 수저, 후추 톡톡.
1. 닭은 반을 잘라 속의 찌꺼기들까지 깨끗이 씻어내고 4 등분한다. 날개 끝부분과 지방덩어리들은 남김없이 잘라내고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2. 10분 정도 찬물에 담가 남아있지도 모를 핏물을 빼주다 끓는 물에 청주반컵을 넣고 겉면이 살짝 익을 무렵 바로 꺼내주었다.(기름기와 잡내제거)
<데친후와 데치기전>
3. 살짝 데쳐낸 닭을 깨끗이 씻어 다시 큰 냄비에 담고 대파 2대와 양파반 개를 쑹덩쑹덩 썰어주고, 마늘, 통후추를 넣고 물 1리터를 넣어 30분 동안 끓여주었다.
4. 이때 반건조해 냉동실에 두었던 인삼 2 뿌리와 대추를 넣어주며 확인해 보니 좀 더 끓여야겠다.
5. 40분이 지나 확인해 보니 뼈가 쏙 빠지고 알맞게 잘 물렀다. 닭 8조각은 모두 꺼내고 나머지는 더 끓여준다.
6. 건져낸 닭고기는 먹기 좋게 결대로 찢어주고, 50분 지나 넣었던 야채들은 모두 건져서 버리고, 대추와 인삼은 고명으로 올릴 것이므로 따로 담아둔다.
7. 대파 1대를 어슷 썰어 주고 반개 남은 양파를 채 썰어 찢어놓은 고기들과 함께 냄비에 넣는다.
8. 국물이 졸아서 물 2컵을 추가하여 10분 동안 끓여주다 소금 1 수저와 후추로 마무리. 고명으로 대추와 초록대파, 인삼을 어슷 썰어 올리면 입맛이 절로 당길 지어니. 이것이 바로 우리의 보양식 닭곰탕일세.
국물이 뽀얀 하니 담백하여 그 맛이 예술이다. 유명맛집의 닭곰탕을 원하신다면 치킨스톡을 조금만 추가해 보시라. 그 맛은 짜잔~~~
누가 보면 장원급제라도 한 듯. 얼마 전에 좋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시국이 하 어수선하여 잠시 미뤄두고 있다. 그보다 더 좋았다.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의 차이지 싶다. 이번일은 막연하게나마 원했던 일이기에 기쁨이 몇 배가 되었다. 아무리 기쁜 일도 얼마큼 원하는가에 따라 그 기쁨의 경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고 판단이다. 타인이 바라보았을 때는 "그렇게까지"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살아감에 있어 어느 기준에 의해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에 옮겨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치에 대한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이 그랬다. 그렇다고 촘촘히 계획을 세워 실행한 것도 거기에서 결과치가 도출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쓰여 있던 글에서 나왔다는 것이 더 획기적이었다. "어, 나도 글 좀 아주 쬐끔 쓰나." 뭐 그런 거다. 인정욕구의 발현이었다. 닭곰탕을 끓이고는 너무 멀리 왔다. 그냥 좋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럴때 있지 않았을까.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브런치스토리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틈]'은 특정 어젠다와 관련된 브런치스토리의 웰메이드 콘텐츠를 엄선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모바일 다음(Daum) 상단 [ 틈 ] 탭에서 매주 새로운 어젠다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