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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Dec 03. 2024

나비 프로젝트

40년간 방치된 서울은 을씨년스러운 폐허에 가까웠지만 많은 건물들과 도로가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지구 기후가 달라지면서 빠른 속도로 자란 나무들이 울창해지고, 도시의 주인이 사람에서 동물들로 바뀐 것,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고작 40년 만에 태초로 돌아간 듯이 인간들은 동굴에 숨어 모닥불을 피우고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신세와 다름없었다. 임시 주거지에서 임시 발전기를 돌려 하루하루를 겨우 보냈다. 지상으로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지하 보금자리가 그리울 정도로 지상 위의 첫해는 모든 사람에게 고달팠다.


 어느 밤 용산 공원에 불이 났다. 큰불은 아니었지만, 깊은 어둠 덕분에 멀리서도 화재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카메라가 탑재된 2미터가량 되는 무인기가 발견되었다. 화재는 드론의 엔진이 고장으로 추락하면서 연료가 폭발한 것이었다. 이후 정부는 추락한 무인기를 몇 군데서 더 찾아냈다. 지상을 되찾은 사람들은 적도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찾아온 불안이 차라리 따분하고 고달픈 생활에는 오히려 활력이 되었다. 어리석게도 인간은 고난 앞에서는 단단하게 일어서지만, 평온한 일상에서는 쉽게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무선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세상에 무인기가 서울에 나타났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국가안보 회의 NSC

“어떻게 드론 사용이 가능합니까? GPS가 작동하지 않는데 어떻게 드론이 서울에 떨어질 수가 있습니까?”

대통령은 앉기도 전부터 각료들을 추궁하고 있었다. 

“국방부 장관 말씀해보세요.”

“이번 드론은 원격으로 작동된 드론은 아닙니다. 지형도와 지도가 내장되어 프로그래밍 된 경로를 정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드론이 다시 기지로 복귀해야 촬영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데, 태양풍의 영향으로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정보를 수집해서 무사히 돌아간 무인기가 있다는 말입니까?”

“알 수 없습니다.” 

“모른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확인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안정희 부통령이 대통령을 진정시키며 대신 화를 냈다.

“국방부 장관 그게 무슨 태도 입니까!! 대통령님, 일단 무인기 사건 브리핑을 먼저 듣고 이어가시죠.”

준비하고 있던 군복을 입은 젊은 군인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무인기는 2미터 정도의 가솔린 엔진으로 운용되는 기체였습니다. 하늘색 바탕에 흰색 구름 패턴으로 위장되어 있었습니다. 소니사의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었고, 메모리 카드에는 북한과 서울의 사진이 찍혀 있었습니다. 

무인기의 목적은 북한 측 정찰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에는 생존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혼란은 틈타 빠르게 북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무인기가 200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기종으로 어느 나라에서 운용했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무인기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내 생존자는 10만명 미만일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상입니다.”

“음. 그러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일정 수준의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위성이나 고도화된 살상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저희와 똑같습니다. 오래전 북한에서 사용하던 무인기를 사용한 것만 봐도 태양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첨단 무기나, 위성이 필요한 GPS, 레이더를 예전처럼 운용있지 못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안심이군요. 그렇다면 우리의 대비체제는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다른 국가들도 이주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고 피해가 큰 국가들도 많아서 대부분 군사적으로는 여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고, 저희도 차폐시설에 생산업체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재래식 무기 전력으로 버텨야 합니다.”

“최소한 무인기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아닙니까? 대책이 뭡니까?” 

“레이더로 탐지는 하고 있지만, 무인기처럼 작은 물체를 식별하는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군에서는 드론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주 야간으로 야간 투시경과 열 감지기등 현재 가용 가능한 장비를 최대한 투입했지만, 강력한 태양풍과 오로라의 빛으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순찰을 강화하여 육안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말 입니까?”

“최대한 장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야간에는 오로라와 태양풍 때문에...”

“그러면 대책을 가져와야지!! 어렵다고만 하면 됩니까!!”

대통령은 회의가 길어질수록 언성이 높아졌다. 회의는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고 해결 방안은 찾지 못한채 끝났다. 



안정희 부통령은 대통령에게 긴급하게 면담을 요청했다. 

“대통령님, 현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 있습니다. 태양풍의 영향을 적게 받는 오가노이드 컴퓨터 연구를 하고있는 것 아시지요? 오가노이드 연구가 최근 한 연구소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전 시대의 컴퓨터를 대체할 수준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공개하기 매우 어려운 종류의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이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어서 극비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오가노이드 컴퓨터가 무인기를 막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맞습니다. 시간을 내서 연구소에 직접 한번 방문을 해주시죠. 비밀리에 말입니다.”

“부통령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합시다.”     

어느 늦은 밤 대통령과 부통령이 연구소를 방문했다. 나부진과 나수정이 정원에 나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리트리버와 새끼 고양이들까지 몰려나와 양복을 차려입은 손님들 사이에서 천진하게 뛰어놀았다.

“어서오십시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연구소로 내려가시죠. 지하에 있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대통령 일행은 나수정을 따라 「무무 기계」라고 간판을 바꾼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고양이들이 따라들어오는데 괜찮아요?”

“네. 대통령님. 원래 연구소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라 평소에도 자유롭게 드나든답니다.”

나수정은 동물들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 컴퓨터가 가득찬 방을 보여주고, 현재 오가노이드 지능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윤리적 문제나 오가노이드 컴퓨터가 왜 꼭 필요한지도 열심히 설명했다. 

“이제 회의실로 가셔서 더 중요한 몇가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뻔한데다 잔혹해 보이는 실험에 실망했다. 고양이들은 회의실 안까지 따라와서 책상 위에 떡하니 올라가 발바닥을 핥거나 드러누웠다. 앞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든지, 기대보다 못한 연구 성과에 점점 짜증이 나던지 상관하지 않았다. 

“부통령님을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짜증이 나는군요. 일단 고양이는 치우고 이야기 합시다.”

대통령은 더 이상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훈련병 모두 책상위로 정렬!”

나부진의 말에 모든 고양이들은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재빠르게 책상 위로 올라와서 한 줄로 늘어섰다. 

“이것이 저희가 준비한 새로운 방어 체계입니다. 냉전시대에 CIA의 <어쿠스틱 키티>라고 고양이를 이용해 도청하려던 작전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동물을 작전에 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성공한 적이 없는 작전 아닙니까.”

“맞습니다. 작전명 <나비 기계> 입니다.”

“27번 훈련병, 앞으로 나와! 준비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훈련병 27번입니다.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고양이가 말을 하는 군요!”

대통령은 놀라운 표정으로 훈련병을 쳐다보았다.

“저 훈련병 127번을 포함한 훈련병들은 정탐 용도로 양성된 최초의 동물 스파이입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머리에 심은 무무 번역기를 통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무무 번역기는 녹음과 촬영이 가능하며, 의심받지 않고 정찰 업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극비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오가노이드 지능이 각 동물의 언어를 번역 중입니다. 그래서, 고양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에도 적용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인상적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면서 감시했겠군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군사적 목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수없이 슈퍼 솔져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동물들은 애초에 군사용으로 키우고 어릴 때부터 세뇌해서 완벽한 군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고양이나 개의 경우 짧은 시간에 교배가 가능해서 수를 쉽게 늘릴 수도 있고, 더 완벽한 군인으로 계량하는데도 유리합니다. 고양이만 해도 몇 세대를 지나 계량하는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립니다. 시간과 자원만 주어진다면, 경계 임무나 폭탄 투하 같은 여러 가지 미션에 맞는 동물 무기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위성이 하나도 없는 지금 자체 GPS를 가진 새들을 이용해서 폭탄을 투하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가능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이 됩니다만, 너무 실험적이라 혼란스럽군요. 동물이 말을 한다고 하지만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 127번 훈련병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 하.. 그래 말해보게.”

“저희 훈련병들은 절대 인간을 배신하지 않으며, 주인과 국가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허락된 인원 이외의 모든 사람과 대화를 금하고, 오직 임무에만 집중합니다. 

인간에 비해 야간에도 적들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뛰어난 순발력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언제든 실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완벽히 준비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훈련병 고양이의 말이 끝나자 나부진이 고양이들에게 명령했다. 

“훈련병! 일상모드로 위장!”

고양이들은 방금까지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보통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한동안은 의심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최상의 부대입니다. 지금은 고양이 부대만 있지만, 새들을 이용하면, 이번 드론 사건 같은 경계 임무에도 비밀리에 투입할 수 있고, 오히려 정찰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돌고래나 상어를 훈련시키면 동물 무기로 커버 불가능한 영역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문제가 뭡니까? 윤리적 문제 때문에 기밀 유지가 필수적이고, 시간과 돈이 언제나 문제입니다. 이런 연구에는 돈이 끊임없이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차폐시설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6개월이면 무인기에 대비한 조류나 박쥐로 구성된 첫 정찰부대를 비밀리에 가질 수 있습니다.”

“6개월이라..... 좋소. 또, 내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까?”

“이 무무 연구소가 나부진 선생의 딸과 제가 공동 지분을 가진 사기업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제 나이도 많고, 지상으로도 올라왔으니 정치야 슬슬 물러날 때가 되었죠. 그렇지만, 이 연구가 성공하려면 강력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나부진 소장을 방위사업청 장으로 임명해 주시면...”

“어려운 부탁도 아니군요. 그렇다면, 일단 해봅시다. 다른 대안도 없는 듯하니 먼저 3개월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여기 있는 사람 외에는 이야기가 새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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