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 오늘은 피나지 않게 살아보자
이른 새벽엔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린다. 세상이 조용해서 그런가 보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귀가 번쩍 뜨인다. 이불 바스락거리는 소리, 노트북 돌아가는 위잉~ 소리, 알람이 울리기 직전의 정적까지. 차 소리 하나 안 들리니 귀가 할 일이 많아진다.
새벽 5시 30분, 눈보다 귀가 먼저 깬다. 소리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고, 뭔가가 움직여야 난다. 가만히 있는 장롱은 아무 소리도 안 낸다. 살아 있다는 건 소리를 낸다는 거고, 그 소리는 ‘나 여기 있어요’라는 외침 같기도 하다.
하루 종일 귀는 쉴 틈이 없다. 아이들 피아노 치는 소리, 엘리베이터 띠링~ 소리, 자전거 벨소리, TV 소리까지.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게 귀다. 눈은 감으면 되는데 귀는 닫을 수도 없으니, 괜히 더 불쌍하다. 혼자 있는 날엔 괜히 TV를 켜둔다. 안 봐도 그냥 켜놓는다. 가끔은 그 소리 들으며 소파에 누워 그대로 잠든다. 귀를 혹사시켜서 마음을 달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문득 귀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잠시도 닫히지 않는 감각. 그래서 더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조용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핸드폰 알림 끄고, TV도 끄고, 아무 소리 안 나는 데 가만히 앉아 있는 거다. 처음엔 괜히 불안한데, 그 고요가 익숙해지면 오히려 마음까지 편해진다.
귀가 조용해야 마음도 조용해진다. 세상의 소리를 잠깐 꺼두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 세상에 예민한 게 아니라, 나에게 예민해지는 것. 그게 진짜 쉼 아닐까.
귀야, 오늘은 너도 좀 쉬자. 괜히 피나지 않게, 조용히 살자.
불쌍한 귀
김은미
끊임없는 소음 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너.
듣고 싶지 않은 소리, 골라 들을 수도 없구나.
닫을 수 없는 귀야.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지만
넌 가진 게 귀지뿐이구나.
아무것도 맘대로 통제할 수 없으니
귀야,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약 발라보자.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고요하고, 차분히.
마음의 소리가 더 속 시끄러운가?
귀야,
미안하다.
오늘은, 귀에 피나지 않게 살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