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D 레이 인터뷰(1)
내가 홈스쿨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결혼을 몇달 앞두고 진행했던 브라이언 D. 레이와의 인터뷰였다. 레이 박사와 나누었던 길고도 친근했던 대화는 가정과 자녀교육에 관하여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개념을 단번에 바꾸어 놓았었다.
어느 매거진의 창간호 발간을 도왔던 적이 있었다. 작고 어두운 사무실에 디자이너 한 분이 앉아 계셨고, 기자도 정해진 인원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창간호 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모아놓은 자료가 거의 없었다. 일단 대략의 주제와 인덱스를 구상하고 인터뷰를 기획했다. 매거진의 취지는 해외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국내에 알려 후원자를 모으는 것이었지만, 선교사들의 어려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도 실어 양방이 함께 바라보는 모양을 갖추어도 좋을 것 같았다.
'민낯의 선교사들에게 가장 큰 도움은 무엇일까?'
불현듯 그들의 자녀가 떠올랐다. 선교사 자녀들은 사역에 헌신적인 부모와 낯선 환경 속에서 아무래도 돌봄을 잘 받지 못하게 되곤 했다.
그리고 때마침 정말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미국 홈스쿨링의 선두주자 격인 브라이언 D. 레이가 한국에 방문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선교사 자녀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국제학교에 다니거나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국제학교에 보낼 상황과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는데, 홈스쿨링은 사역도 버거운 선교사들에게 많은 과제마저 안겨준다. 레이 박사라면 이들 부모 선교사들에게 양질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몰려왔다.
브라이언 레이의 한국 일정을 담당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인터뷰가 가능하겠는지를 물었다. 아직 창간호도 발간되지 않은 매거진과의 인터뷰가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는지, 담당자는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00 일보에 브라이언 레이에 관한 기사가 올라가게 해 준다면 이 매거진과의 인터뷰도 응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나는 00 일보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이 이러저러하고, 브라이언 레이의 기사는 꽤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기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일단 우리 매거진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 자신은 옆에서 참관을 해보겠다고 했다. 기사를 싣을지에 대한 여부는 인터뷰 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신 신문사 사옥에 인터뷰 장소를 잡아주겠으니 브라이언 레이를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브라이언 레이 측에 상황을 설명하며 서둘러 일정을 잡고, 사진을 잘 찍는 후배와 함께 00 일보 사옥으로 향했다.
로비에서 브라이언 레이 박사와 그의 한국 일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홈스쿨협회 장갑덕 대표를 만났다. 다가가서 소개하자 밝게 응대하며 인사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터뷰 장소로 올라갔다. 기자님이 엘리베이터 앞에 마중을 나와계셨다.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리고, 안내에 따라 다들 무언가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는 넓은 사무실 통로를 지나 회의실로 들어갔다. 온갖 자료들로 벽면이 채워진 편안한 서재 느낌의 회의실이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간단한 대화로 숨을 잠시 돌리고, 브라이언 레이에게 인터뷰 녹취와 촬영을 시작해도 되겠는지 물었다. 그가 승낙하자, 녹음기를 켜고 인터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의 첫 번째 질문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었다.
"레이 박사님, 박사님께서는 자녀들을 모두 홈스쿨링으로 양육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왜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먼저 여쭈어도 될까요?"
그의 첫 대답은 반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의무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네?"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는 무례하지 않은 부드러운 말솜씨로 칼날과 같은 말들을 이어갔다.
"학교가 시작되지 전의 가족의 원형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에요. 처음에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일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녀들의 교육을 위임하지 않았어요. 홈스쿨링은 어찌보면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경을 살펴보면 하나님께서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부모에게 그들의 자녀를 가르치라고 말씀하셨죠. 저희 부부는 부모가 자녀들을 가르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 자연스러운 역할을 부모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부모가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의 주체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서 시작되지요."
"부모가 교육의 주체..."
나는 여기서부터 벌써 말문이 막혀버렸다.
왜 여태껏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맞아, 학교는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이 아니었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개념이네요. 그것을 제가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놀랍고요."
"그렇지요?"
내 대답에 레이 박사는 전혀 으스대지 않으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경우를 많이 보아왔으리라.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우리는 가정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집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마저도 교과서처럼 변하는 시점이 있다.
그 안에 들리는 목소리가 삶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우리는 저항없이 배울 수밖에 없다.
엄마와 아빠에게서
형제와 자매들에게서 배운다.
그리고
가정안에 속한 나를 통해서,
나에 대한 오해를 통해서도 배운다.
그렇게
모든 가정은 모든 이들에게
학교가 된다.
그렇다면 가정은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나의 가정은 어떠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