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D 레이 인터뷰(2)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계속해서 두 번째 질문을 이어갔다.
"박사님 내외분은 모두 교육학을 전공한 학자세요. 그래서 홈스쿨링이 다른 부모보다 수월하셨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회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살만큼의 학습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텐데요. 만일, 교육을 잘 받지 못한 부모나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부모의 경우 자녀를 집에서 학습시키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레이 박사는 특유의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대답했다.
"홈스쿨링이 부모에게 허락하는 이점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수많은 부모들이 매우 훌륭하게 자신의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양육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이들 부모들이 학창 시절에는 해내지 못했던 향상을 홈스쿨링을 통해 이루었다는 것이에요.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부모에게도 학습 능력이 생긴 것이지요"
"자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부모가 배우게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브라이언 레이 박사의 말에 따르면 학습적인 면 외에도, 홈스쿨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그들 자신의 커리어 역시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리더십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공감 능력 등, 여러 면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긴밀히 양육하면서 함께 성장한 것이었다. 레이 박사가 이야기한 교육은 일반적인 교과 과정만 포함된 것이 아닌,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살아내기 위한 더욱 근간이되고 총제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레이 박사는 덧붙여 말했다.
"사실 박사 학위를 가진 부모라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탁월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자녀가 배워야 할 전문 분야가 늘어날수록 수준이 높은 동영상 강의를 병행하여 자녀를 학습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러들을 위한 커리큘럼들과 교재가 상당 부분 발전해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을 바탕으로 홈스쿨링을 해나간다면 자녀의 학습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아이들은 학습을 스스로 해나가는 데 있어 큰 향상을 이룹니다. 공부를 수동적으로 배우지 않고 능동적으로 배운다는 것이지요."
레이 박사와 인터뷰했던 당시는 한국에서 홈스쿨링이 거의 선택되지 않았던 때였다. 퇴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부터 끼고 보았는데,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을 위한 커리큘럼과 교재가 상당하게 발전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그저 신기하게 들렸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더믹이 시작되면서부터 한국의 상황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이 필사적으로 모색되면서 매우 효율적으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더믹 중에 홈스쿨링을 경험했던 많은 학생들이 팬더믹 이후에 자퇴를 선택하고 집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에게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첫째 딸도 그와 같은 경우였다. 진도를 따라가는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 선택했던 홈스쿨링 이후, 그것이 우리가 얻으려는 목표는 아니었음에도 딸의 학습 능력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비교군이 존재하지 않는 가정에서 공부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경쟁심이 아닌 내면의 강력으로 키워가고 있었다.
이어서 나는 살짝 짓궂은 표정으로 레이 박사를 쳐다본 뒤, 다음 질문을 던졌다.
"레이 박사님, 혹시 박사님의 여덟 자녀 중에 "나는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했던 아이는 없었나요?"
레이 박사가 크게 한번 웃은 후에 대답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집에서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성장했던 자녀들이 지금은 그들의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양육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홈스쿨링을 좋아하고 그 장점도 잘 아는 것 같아요. 음... 사실 홈스쿨링 그 자체보다는,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며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인터뷰 당시에는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집에서만 공부하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심심해하거나 답답해하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실제로 아이들을 홈스쿨링으로 양육하면서 경험하게 된 현저한 변화가 바로 아이들의 행복감이었다.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어쩌면 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보다 훨씬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전보다 더 많이 웃었고 자주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레이 박사가 말했던 것처럼, 홈스쿨링 그 자체보다는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통해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던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돌리고 사람들을 여럿 만나고 과목을 많이 배워내는 것으로 성취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 행복감이야말로 아이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이뤄내게 만드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강한 동력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