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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래토드 Apr 26. 2024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을 때

브라이언 D 레이 인터뷰(3)




인터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기자님도 마침 자녀 교육에 관하여 고민이 많았던 터라 상당히 깊이 있는 질문들을 건넸고 레이 박사와 장갑덕 대표는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귀한 답들을 내놓았다. 어느새 인터뷰는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며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무척 아쉬웠지만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박사님께서는 홈스쿨링으로 자녀들을 양육하시면서 무엇이 가장 좋으셨나요?"


레이 박사는 나의 눈을 깊이 들여다 보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렇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레이 박사는 그저 '평범한 시간'들을 말했다. 자녀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대화를 하고, 함께 놀고,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여행을 가고, 함께 웃고 울고... 


어느새 내가 엄마가 되어 누군가의 어린 자녀였던 시절을 되돌아보니, 그러한 시간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또 임의대로 하지 않는 수많은 시간들이 부모 자식 간에는 분명히 존재했다.


레이 박사가 말했던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비단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서 이뤄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대답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나타냈다. 부모는 자녀와, 자녀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개인의 삶에서 가장 큰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일은 빈번히 불행한 모습으로 조명되곤 했다. 육아가 선택지로 바뀌면서부터는,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인 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그 고된 힘듦을 누가 알고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까? 이득이나 성취가 보장되지 않는 출산과 육아에 자신의 청춘을 내어주는 일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이 있다. 


'너의 행복이 우선이다.'

'너 자신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라.' 

'좋아하는 것에 네 시간을 투자하라.'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만족이 되지 않는 삶의 감정은 나날이 거칠어져 자신의 불행은 대부분 남 탓이 되었고, 부모 됨을 준비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그 원망의 대상은 주로 자녀들이었다.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불행하지 않았어.'라는 뉘앙스를 부모가 자녀에게 풍길 때, 자녀는 무의식적으로 죄책감과 거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감정은 아이의 마음이 성장하여 내딛는 길마다 덫처럼 자리 잡고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죈다. 




평생 가슴을 펴고 살지 못하는 아직 아이인 어른들과 여럿 만나왔다.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을 때 그들의 부모는 없었다. 사랑받기를 바랐을 때 그들의 부모는 무심했다. 그들을 향한 환한 웃음 하나만으로도 부모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버리고 마는 이 너그러운 자녀들의 사랑은, 부모에게 그다지 쓸모 있게 여겨지지 않았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듯했고, 부모를 따라 자녀들도 점점 사랑하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가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비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

-말라기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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