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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Apr 30. 2024

좋은 거 나만 알고 싶다.

느티나무 도서관


좋은 건 함께 나눠요.


머가 잘 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mind를 갖고 계신 듯하다. 애석하게도 내겐 이런 마음이 부족하다.

좋은 거 나만 알고 싶다. 그래서 아직도 이모냥인가. 나만 알고 싶은 이곳은 느티나무 도서관.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톰소여의 오두막이나 한적한 마을 어귀에 드리워진 몇 백 년 된 느티나무 같은 게 생각났었다. 무엇이 됐든 기분 좋은 곳일 거 같다는 상상.


느티나무란 이름답게 넝쿨이 벽을 타고 있었고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민간으로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곳이라 입구에는 후원자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목각도장 같은 곳에 새겨 올록볼록 다른 높낮이로 전시하고 있었다. 중문을 열면 오른쪽에 오픈 콘크리트를 배경으로 가로로 긴 그네의자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동아줄에 묶여 있다. 도서관에 그네의자? 기발한 상상력에 미소를 띠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2층까지 뻥 뚫린 높은 천장고에 탄성이 나오고 이곳이 우리 집이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책으로 둘러싸인 이런 멋진 공간이라니, 이곳을 알게 된 건 행운이야. 첫 느낌이었다.


나무계단을 밟고 2층을 오르면 중간에 실제 다락방 같은 공간이 숨어있고 다락방위에 또 다락방 같은 곳, 그리고 그 옆엔 테이블과 실용적인 소파까지. 무엇보다 근사한 건 2~4명이 모여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있는데 그곳의 이름이 '작당모의실'이라는 거다. 누가 지은 건지 어쩜 뭐라도 당장 작당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래 작당을 해야 머가 이루어지지, 나는 작당예찬론자였어, 혼자서 자꾸만 중얼거린다.

 

이 작당모의실을 예약했다. 비용은 없으며 1층 직원분께 미리 말하면 되고, 다른 예약자가 없으면 당일이라도 말해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도서관 회원에 한함. 이용시간은 2시간. 간단한 음료정도는 가능.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창밖으론 벚꽃이 흐드러지고 나지막한 동산과 작은 공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둘이 앉아서 각자의 할 일을 하.. 려고 온 건데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자꾸만 서로 말을 걸고 싶기 때문이다. 말 참기 챌린지가 필요한 우리. 먼저 말하는 사람 딱밤 맞기를 해볼까도 제안해 본다. 애들 말 많다고 지겨워했는데 여기선 우리도 할 말이 다. 그래놓고 J언니는 할 거 다 했단다. 읭? 같이 떠들어놓고? 억울합니다.



소박한 식당


2시간 할 일 하고 집에 가는 줄 알았다면 경기도 오산! 3층에 제로 어쩌고 식당이 생겼단다. 몇 달 동안 못 왔던 터라 언제 생긴 건지, 자그마한 부엌이 있었던 건 안다. 네이버로 미리 예약을 하면 비건음식들로 한상을 차려주신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서 하시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두부 오마카세'와 '두부 브런치'를 예약했다. 촌스럽지만 아직까지 오마카세가 무엇인지 몰랐다. 술을 안 먹어서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안주의 한 종류인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먹고 난 지금도 사실 모르겠음.. 그래서 오마카세가 머라는겨. 아무튼 두부로 된 요리들이 차례대로 나오더라.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두부로 만든 음식들

하나같이 건강하고 고소하고 정성이 들어간 맛이었다. 두부브런치에는 두부로 만든 와플도 있었다. 과연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호오 괜찮았다. 게다가 두부로 만든 수제비라니, 나 수제비 좋아하는디. 국물도 진하고 맘에 쏙 들었다. 단 한 가지, (가운데 사진) 접시가 우리 집에 있는 거랑 똑같아서 기분이 그닥... 외식기분 느껴야 하는데 저 접시 땜 넘 우리 집 냄새가.


아참, 지하 1층도 있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테이블&의자들이 그림책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만의 비밀 공간. 작은 마당과 카페도 있는데 도서관입구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 이 마당까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수 있다. 그야말로 정숙한 도서관이 아닌 아이들이 매일 와서 놀고, 그림책도 읽어주는 (실제로 정해진 시간에 자원봉사자 분이 오셔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읽어주신다) 개구쟁이들의 아지트 같은 곳! 거인의 정원 이야기가 떠오르는 근사한 장소다.


머리 찧었다

미끄럼틀 애들만 타란 법 있나요?

'어른 탑승금지'란 말이 없길래 저도 타 보았습니다. 경사각 무슨 일이야. 고요한 오픈시간 도서관직원들 놀라게 하며 열차 탄 듯 소리 지른 주책맞은 어른이는 애들 거 넘보지 말자고 다짐하며 일어섭니다. 그러게 왜 맨날 애들 걸 탐내는지 그만 어른이 되고 싶다. 창피하다면서 도망 안 가고 이 장면을 남겨준 J 언니. 고마.. 운 거 맞지? 언니도 한 번 타보지.










다른 시선을 가진 J와 P가 잠시 각자 몰두할 일이 생겨 매거진을 잠시 쉬어갑니다.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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