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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02. 2024

아버지 당신의 이야기를 할까 해요

용기를 주세요

아주 오래전 아이들과 영화를 봤어요. 제목은 '코코' 죽음에 관한 가족영화였습니다. 사람의 죽음을 육체의 죽음, 매장, 마지막으로 영혼의 소멸로 표현했습니다. 이승에 살고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완전히 잊어버리면, 사후세계에 머물러 있는 영혼마저도 완전히 소멸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는"작은 소년 '미구엘'이 저승으로 넘어가 이유도 모르는 채 영혼이 소멸하여 가고 있는 고조할아버지를 만나 가족의 오해를 풀어주고, 이승에서 고조할아버지를 기억함으로써 영혼의 소멸을 지켜주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 사후세계가 궁금해졌고,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내놓기가 겁이 났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당신의 이야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봅니다. 살면서 내내 외로웠을 그 시간을 기억하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당신의 이야기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아버지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은가 봅니다.

기억 속에 당신의 사랑이 애정이 그리움이 서글픔으로 남아 자꾸 나를 슬픈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 같은 주술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니 답해 주세요. 외롭지 않았다고 잘 살다 갔다고.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장애인이셨다. 허름한 집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TV 소리가 흘러나올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집엔 사람이 없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고, 조용히 집 안을 살핀다.

캄캄한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든 아버지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참았던 숨을 내쉰다.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겠구나! 고맙다 세상아.


아버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할게요.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포기하지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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