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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Apr 03. 2024

당신한테 하지 못한 말

힘들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

아침 출근길 이유 없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묵직함, 밀려오는 서글픔. 때마침 걸려 온 당신 전화

태연하고 호탕하게 전화를 받고, 다시 찾아오는 서글픔.


주말에 당신을 만나러 대전에 갔던 우리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어제는 회사에서 평소처럼 지내지 못하고 종일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뽀글뽀글 머리가 더 뽀글거리도록 폭발할 지경이었어요.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입버릇처럼 괜찮다를 되뇌이지만 어느 순간 흘러나오는 한숨 소리가 애써 참고 있는 나의 평정심을 얄밉게 비웃기라도 하듯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한계를 모르고 살아왔는데 요즘은 모든 일에 턱걸이하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은 즐겁게 지내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어디서부터 엉켜버린 건지 내 일상은 자꾸 꼬여가네요.

아이들 시간 안에 느껴지는 빈자리를 채워주지도 못하고 지쳐가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렵기도 해요.


이유 없이 눈물이 아침이슬처럼 찾아와요. 뽀글뽀글한 머리는 아마도 느슨한 내 마음에 빗장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꾸역꾸역 살아온 외로운 내 삶에 당신 자리가 컸었나 봅니다.


늦은 시간 걸려 오는 아이들 전화에 조급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짓누르다 보면 서글픔에 또 한 번 끙.

여보, 먹고사는 게 다 이런건가요? 내가 요즘 부쩍 봄을 타는 건지. 봄이 나한테만 가혹하게 구는 건지 좀처럼 마음을 못 잡겠어요. 


사실, 오늘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또 한 번 끙.

나한테만 쏟아지는 질문과 일 더미 사이에 나는 없었어요. 그 외로움을 고스란히 집으로 안고 오는 하루가 어찌나 밉던지, 웃음보다 짙어지는 슬픔을 발로 뻥 차고 싶은데 마음 곳곳에 스며든 슬픔의 끈적거림은 쉽게 떨어져 나가질 않아요.


지친 하루 터벅거리고 집에 오면 방긋 웃어주던 당신이 없으니까, 충전이 안 되는 걸까?


당신도 나도 참 단단하게 살아왔는데, 당신이 옆에 없으니까 자꾸 힘이 빠지나 봐!

웃겨주고 놀아주던 사람이 없으니까, 허전한 건가? 우리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였나 봐!

나 지금 철들어 가는건가? 


대전이 좋아서 대전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당신, 내가 반대하지 않으면 대전에서 몇 년 더 보내고 싶다는 당신그렇게 하라고 말은 했지만, 혼란스러운 이 감정이 지속된면 어쩌지?


봄이 지나면 다시 단단해질 거라 믿어볼게요. 

서글픈 마음을 놓아주면 괜찮아질 거란 믿음으로 푸념해 봅니다.

 


여보, 사실 나 너무 힘들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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