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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27. 2024

결혼이란, 또 다른 세상

이해하는 마음

처음 당신 이야기로 연재를 쓰겠다고 생각했던 건 당신에게 할 이야기가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막상 연재를 시작하니 어색함에 꺼내 놓을 이야기가 많지 않네요. 당신 과 나 사이에 특별한 이야기가 많은데 머릿속에서만 이야기꽃을 피울 뿐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온전히 당신을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당신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게 나쁘지 않네요. 운동 중독자 같은 당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요. 운동만큼이나 술을 좋아했던 당신, 술을 더 많이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한다던 얄미운 당신 미소. 운동을 마치고 들어온 당신의 반짝이는 미소가 여전히 사람을 기분 좋게 합니다.


행복의 우선순위가 달라 짧은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당신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어요.




1.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세상에 부모가 전부이듯 내 세상에 우선순위 어쩌면 나보다 우선인 '0' 순위가 아이였다.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갔다. 남편은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서 어서 먹으라고 재촉한다. 나는 아이 밥을 먹이겠다고 남편에게 먼저 먹으라 권했다. 남편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구워진 삼겹살을 허겁지겁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식어버린 삼겹살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킨다. 혹여 아이가 칭얼거릴까 괜스레 눈치가 보여 마음이 다급해졌다.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괜히 왔어."

남편의 볼멘소리에 나도 화가 났다. 어느 집이나 다 이렇게 살아, 아직 아이가 어린데 어쩔 수 없지.

"밥 좀 늦게 먹인다고 큰일 나, 내 배가 불러야 아이한테 한 번 더 웃어줄 수 있는 거야, 내가 행복해야 해"

"아이 먼저 챙기고 우리 먹으면 되잖아, 먼저 먹으라니까...."


처음으로 남편과 옥신각신 말다툼했다. 나는 남편 생각이 이해되지 않았다. 남편의 이기적인 성격에 화가 났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유도리 없는 나를 보며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그때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한번을 웃어도 진심으로 정말 즐겁게 웃어주는 게 현명한 부모라는 것. 내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웃음은 옵션으로 장착된다는 사실을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슬비처럼 체득해 가고 있었다.

(아이 배를 채운다고 내 배가 부르거나 아이가 엄마 밥 먹을 시간을 위해 울음을 참아주는 건 아니었으니까.

기쁨과 서글픔이 공존하는 육아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알게 되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남편 모습은 달라졌다. 식당에 가면 아이들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 준다. 나까지 알뜰히 챙기고서야 식사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고 남편과 나를 기다려준다.



2. 술과 담배와 친구를 끊었다.


 술을 건강하게 많이 마시기 위해 주말에도 운동했던 남편, 술을 마시면 끝을 모르는 남편의 술버릇은 술집이든 노래방이든 취하면 그곳이 어디든 그냥 잔다. 한 번은 같이 술 마신 친구들이 잠든 남편을 노래방에 두고 가버렸다. 물론 여러 번 깨웠으나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취객이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니, 주인이 경찰서에 신고했고, 남편은 인사불성으로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었다.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은 남편. 그때 만삭이었던 나는 경찰서를 찾아갔고 두발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남편은 그날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미안해했다.


얼마 후 남편은 앞으로 네발로 걷는 일은 없을 거라며 술을 끊겠다고 했다.


자신을 노래방에 두고 갔던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가지 않았다.

(그날 친구들도 취해서 자연스럽게 집으로 갔고, 남편이 잠든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술과 친구를 워낙 좋아했던 남편이기에 금방 술과 친구를 다시 찾을 거로 생각했었다.


결혼 전 담배 냄새가 싫다고 했던 내 말에 담배를 끊었듯 둘째가 태어나고 마시지 않던 술은 십 년이 넘도록 마시지 않고 있다. 술 생각 나지 않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하는 말,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참고 있는 거다.

참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져 마실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환갑이 지나면 다시 마실지 생각 중이라는데

아서라~ 그냥 쭉 참는 거로 합시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남편은 나를 위해 냉장고에 캔맥주를 챙겨 놓는다.

남편이 오는 금요일이 되면 냉장고에 있던 맥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

맥주컵만 덩그러니 싱크대 안에서 빛나고 있다.


매주 새로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오면 집안 여기저기 웃음꽃이 핀다. 싱글벙글 잘 웃는 남편 덕분에 덩달아 웃고 있는 아이들과 나, 당신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곤 합니다.


하루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던 우리는 요즘 하루에 서너 통 전화하고 안부를 묻고 일상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새로운 기다림처럼 새로운 설렘이 시작되었다.



 한 줄 요약 : 무기력을 들키지 않으려 당신이 오는 금요일에 활짝 웃습니다. 덕분에 또 웃게 되네요.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남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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