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주는 선물
바람이 상큼하다. 콧잔등에 일렁이는 실바람이 폐부까지 진해지는 느낌이 좋다.
금방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몰골로 발가락에 걸려 있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을 나서는 나와 달리,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정갈한 옷과 깨끗한 운동화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깨어있는 외면적 모습과는 달리 초점 잃은 눈으로 핸드폰을 본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세상 소리에 전혀 관심 없는 듯한 공허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간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하는 사람들, 저들은 어디까지 가는 걸까'
흐릿하지만 어둠은 여전히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데, 길가 옆 호텔 공사장은 이미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희뿌연 담배 연기 뿜어내는 아저씨, 이유 없이 땅만 쳐다보고 있는 아저씨, 분주하게 움직이는 저 아저씨는 관리자인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들까지 모두 비슷한 국방색 티에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끈이 많이 달린 갈색 안전화를 신고 있다.
모두 누군가의 남편, 아빠, 아들이겠구나, 다양한 나이대의 아저씨들이 다 모여있다. 개중에는 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청년들이 국방색 티로 일동 단결되어 아저씨들과 어우러져 있다.
평범한 새벽이 아닌 목적이 뚜렷한 하루의 시작을 보여 주고 있다.
비몽사몽 지나쳤던 그 길을 수영을 마치고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아저씨들은 이미 아침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가끔은 손에 들려 있는 수영 가방이 부끄러워 종종걸음 할 때도 있다.
내가 즐기는 새벽 시간의 여유가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나의 삶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타인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지나쳤던 찰나의 순간들이 사유의 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별한 사람만이 글을 쓰는 거로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 꿋꿋하게 싸우고, 넘어지고, 자책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마음에도 맷집이 생겼나 보다. 아! 그럴 때가 됐지, '그냥 쓰자' 단순하게 '그냥 쓰자' 오늘처럼.
한 줄 요약 : 새벽이면 눈인사해야 할 것 같은 사람들과의 스침이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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