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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지 않은 복권? 너의 잠재력

나부터 사랑하기!

by 바스락

다음 주 출산 휴가 들어가는 후배와 점심을 먹었단다. 왜소한 그녀는 이제 제법 살도 찌고 배도 나와서 그런지 차분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임신 했을 때 라테~ 이야기까지 흘러갔어.


엄마는 임신 5개월에 벌써 만삭처럼 배가 나왔단다. 사람들이 엄마를 보면 쌍둥이를 임신했냐고 물을 정도였어. 커다란 풍선이 걸어간다고 다들 걱정과 염려의 시선으로 바라봤단다. 정작 엄마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말이지.


믿기지 않겠지만 그때 엄마는 꽤 왜소했어. 팔, 다리는 말랐는데 배가 뽈록 나와서 걸음걸이가 약간 부자연스럽게 뒤뚱거렸나 봐,


갑자기 그때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어. 너를 임신하고 가장 먼저 갔던 곳이 산수유 축제였단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해 엄마는 하얀 원피스에 잠기지 않은 재킷을 걸쳐 입고 (기분은 내고 싶은데 배가 나와서 재킷이 작아졌어) 아빠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추리닝 차림으로 꽃구경하러 갔단다.




엄마, 아빠는 같은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마주치는 일은 1년에 두어 번 있을까 말까 해, 그때나 지금이나 마주칠 일이 없어서 같은 회사 직원인 것조차 잊고 지낸단다.


그 당시 엄마 회사에서는 사내연애 금지였어. 지금이랑 다르게 아주 보수적이었단다. 우리는 비밀연애 중이었는데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니, 소문이 날개를 달고 회사 안으로 유유히 스며들었어.


엄마는 부문장실에 불러갔고,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는 부문장에게 연애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결혼 의사를 밝혔단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을 잠재우고 싶었나 봐.


다음 날 엄마는 사직서를 들고 다시 부문장실로 들어갔단다. 결혼 후 회사에 다닐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 그전까지 여직원 결혼은 바로 퇴직으로 이어졌거든.


엄마는 회사에 머물게 되었고, 전례 없는 사내커플에서 사내부부가 되었단다. 엄마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만약 그때 부딪쳐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회사를 그만뒀다면, 지금 엄마 자리는 없었을 거야.


별아, 네가 그랬지, 친구들이 너에게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한다고, 엄마는 그 말이 너의 잠재력을 깨우는 말 같아, 그냥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자꾸 도망치는 너를 보고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 것이 될 수 없단다. 운도 행운도 기다리고 원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찾아간 데, 자꾸 뒷걸음치는 네 마음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너만의 꿈을 찾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매달, 매주, 매일, 매시간 꿈이 바뀌어도 괜찮아 '긁지 않은 복권'처럼 꿈이란 건 무한하고 너의 가능성도 무한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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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부터 배우지 말자.

포기해도 괜찮아, 다만,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는 거야.


꿈이 없다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지 말자.

꿈을 상상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보는 거야.


그동안 엄마가 꿈 이야기한 적 없지,

평범한 삶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면 됐지, 꿈은 무슨?

어리석은 생각이었어.

그러면서 너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하고, 그 꿈을 위해 넌 뭘 해야 하냐고 질문했지.


엄마 이야기는 들려주지도 않고 말이지, 아빠와 결혼할 때 엄마는 나중에 재무부문장이 되고 싶었어.

그게 꿈이라면 꿈이었을까?


살다 보니 엄마 꿈은 네가 되었고, 네 꿈이 엄마 꿈이라고 믿었나 봐,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너에게 가르치고 엄마가 배우고 싶은 걸 네가 배웠으면 했지, 그러는 동안 성장하는 너를 보고 흐뭇해했어, 엄마는 대리만족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나 봐, 네가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도 모르고 말이지.


딸, 이제 알 것 같아 친구들이 학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시간에 너는 왜 네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지,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 학원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한 작은 계산서인가 봐.


"오늘 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

"어제의 내가 미워"


매일 스스로를 자책하고 칭찬하고, 네 마음도 안락 지대를 찾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단다. 딸 일단 너부터 칭찬하고 너부터 사랑하자, 네 마음에 용기의 숨결과 믿음의 작은 씨앗부터 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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