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쉬는 게 아니었다.
"엄마, 왜 계속 한숨을 쉬어? 내가 뭐 잘못 했어?"
"엄마가 그랬어?"
평소보다 한숨을 많이 쉬는 날 어김없이 아들이 묻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종일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은 아침이었다.
아침에 눈을 뜬 아들은 어김없이 게임 채널을 켰고, 몇 마디 잔소리를 하고 그게 통하지 않자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이렇게 한숨을 쉬고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면 그 생각에 몰입되어 다른 건 보이지 않지만
어떻게 말하고 감정을 전달해야 할지 경계의 불확실한 생각이 한숨으로 이어진다.
한숨이 품고 있는 의미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때
답답함이 느껴질 때
내 감정을 최소한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은연중에 힘든 내 상황을 표출하고 싶을 때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할 때, 스스로 한숨을 삼킨다.
내가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었었다.
습관처럼 내쉬던 한숨에 아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평소 내 말투와 행동에 민감한 아이, 때론 그걸 알면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지금 기분 나빠, 화났어를 한숨으로 표현하면 고집을 꺾는 착한 아이.
말과 행동이 필요한 순간 한숨으로 대신했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감정표현인가,
비겁한 속임수인가,
엄마는, 가끔 스스로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삼키면서 한숨을 쉬는 건 감정이 나아졌다는 게 아니라 포기와 단념으로 일축한 감정표현이었단다.
불편한 감정을 한숨으로 표현하고 알아주기를 원했던 비겁함,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어.
아들이 엄마 한숨 소리에 민감한 걸 알고 있으면서, 참 엄마 못났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대학 시절에도 유난히 한숨을 많이 쉬었어.
'한 숨소리에 지나가는 개미 천 마리는 죽는다' 내 한숨 소리에 선배가 했던 말이었는데, 왠지 개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내 한숨에 옆에 사람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한동안 한숨을 참아보려 노력했는데, 가슴이 답답하더니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 거야,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듯 숨이 차올라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크게 '푸후' 숨을 내뿜었단다.
아들아, 엄마는 침묵과 참는 것에 익숙했단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표현하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려웠어. 때론 침묵하는 엄마가 답답했지만, 사회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성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단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엄마 모습을 떠올려 보니 엄마에게 한숨은 포기와 슬픔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다짐,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더라.
'그래, 할 수 있어' 크게 숨을 몰아쉬고 주먹 불끈 쥐고 엄마를 위로하는 숨이었어. 엄마에게 한숨은 의지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단다. 그때 엄마는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
휴, 해보는 거야! 그런 다짐 말이지!
표현이 서툰 엄마가 그동안 한숨을 참 많이 쉬고 있었구나,
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알게 됐어, 엄마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편지를 쓰면서 엄마를 돌아보는 시간이 감사하다. 엄마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지금 너의 행동과 표현이 이해되고 납득이 되기도 해서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해.
앞으로 차근차근 어릴 적 엄마 이야기도 들려줄게, 엄마도 너처럼 장난기가 많았단다.
나의 한숨은 살기 위한 표현 방식이었고, 서글픔이었다.
묵묵히 견뎌야 했던 무거운 어린 시절의 잔상이었다.
출처: 유튜브
#한숨#표현#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