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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꿀처럼, 너의 꿀을 만들렴!

과정을 느끼자!

by 바스락

눈물도, 슬픔도 많은 아이야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이 쉴 새 없이 너를 흔들고 있구나,

별아, 때론 그렇게 흔들리다 보면 네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내면의 네가 보일 수도 있단다.


엄마는 흔들리는 자체가 겁나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짜내며 살아왔어. 그래서 지금 엄마 위치에

올 수 있었지만, 슬픔조차 뭉개버리며 지냈던 시간만큼

엄마 감정을 홀대했던 그 순간에 대한 청구서를 뒤늦게 받고 있단다.


사춘기의 흔들림, 본질을 알 수 없는 분노, 형태조차 없는 욕구, 끝없는 열정이

혼재된 그 시기에 모든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지 말고, 충분히 흔들리고,

네 안에 중심을 찾아 정신을 바로 세워보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딸은 아마 엄마한테 그렇게 반문할 거야,

물론 힘들지 네 중심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정신의 중심을 잡으라고 하는

엄말 말이 외계어처럼 들리겠지.


별아, 엄마는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망이 많아, 배움에 대한 결핍이라고 하면 이해될까?

손가락 몇 번 클릭하면 원하는 것이 띵동 배달되는 요즘, 결핍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질 거야.

물질에 대한 결핍보다 보이지 않은 불확실성에 대한 결핍이 많은 세상 같다.


불확실한 미래

손에 닿지 않은 꿈

쉽고 편하게 포기하는 일상


엄마가 살아보니 매일은 매일과 연결되어 있더라, 외골수적인 성격으로 하나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단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았어, 잘 잊어버리고 기억 못 하고 머릿속은 언제나 폭발 직전의 화염을 품고 다니듯 분주하고, 꽉 차 있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인생에 목메듯 살고 있더라.


엄마가 말한 네 안의 중심은 너를 잊지 말라는 거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너를 보호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단단히 키우라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친구의 목소리로 너를 판단하고 형상화하려 하지 말고, 오롯이 너로서 너를 마주하는 방법을 익혀 가는 거야,




"엄마, 나 기말고사 포기했어, 망한 것 같아" 어제저녁 일주일 남은 기말고사를 포기했다는 너.


너의 내면이 불안으로 가득 차 있구나,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보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귀찮은 공부는 빨리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고 싶겠지만, 사실 너는 공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맴' 맴돌고 있고 어떻게든 그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걸 느꼈단다.


"딸, 엄마는 네가 공부 안 해도 돼"

"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고 힘들어하는 건 싫다. 노력이라는 과정을 포기하고 결과부터 생각하면 재미없잖아."


그 후로도 너는 왜 기말고사를 포기해야 하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엄마한테 이야기해 줬어.

수업 시간이 재미없고,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고, 친구들이 어쩌고저쩌고,


모든 감정이 외부에서 너에게로 오고 있었어, 네 마음은 어디에 있니?

사실 엄마도 엄마 마음을 잘 알지 못해,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엄마 마음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란다. 쉽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엄마와 친해지는 중이야,


친구가 가장 소중하고 좋은 아이야, 친구 감정에 네 감정을 포개지 말고,

네 감정에 네 마음을 포개었으면 좋겠어.


출처 : Pixabay


딸,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엄마 잔소리는 아니란다. 옛 성현의 말이니 한번 읽어보렴!


꿀벌들은 여기저기 꽃에서 꿀을 가져옵니다마는,
다음에는 그것을 자기들 것인 꿀로 만듭니다.
그것은 사향초 꿀도 박하 꿀도 아닙니다.


꿀벌은 배운 것들을 변형시켜 자기 작품을 만들어 간데, 자기 판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란다.


출처 : 몽테뉴의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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