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아이야,
엄마는 너를 낳고 난생처음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느꼈단다.
무슨 말이냐면, 네가 언어를 구사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엄마를 보면 '싸랑해'를 외쳤거든 그때,
네 모습은 여전히 엄마 마음에 아카시아 향을 나부끼게 한단다.
엄마는 아빠와 연애 시절에도 사랑한다고 말 하지 못했어. 온몸에 가시가 돋는 듯 간질거리고 따끔거려서 아빠가 왜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냐고 볼멘소리 할 때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가곤 했단다.
어른들은 자꾸 사랑이란 감정을 확인하려고 한단다. 누가 더 사랑하는지 마음을 자꾸 저울질하기도 해.
엄마는 낯선 감정을 표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했단다. 그래서 매번 아빠의 바람을 모른 척 돌아섰어.
아빠는 그런 엄마를 보고 멋도 없고 센스도 없다고 타박했지만, 늘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줬어. 아빠의 당당한 표현과 넉살스러움이 엄마의 관심을 끌었는지 몰라. 엄마는 사랑이란 감정을 믿지 않았단다. '정' '의리' '관계' 그 안에서 가져가는 각자의 감정이라 생각했어. 타인과의 모든 감정은 스스로 선 긋기를 하며 살았단다.
그랬던 엄마 마음에 몰캉한 사랑을 알려준 게 바로 너였어.
"엄마, 사랑해"~ 조그만 입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밝고 청량한 소리.
왜? 아이는 사랑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나를 사랑할까?
왜 사랑을 저리도 쉽고 편하게 이야기할까?
왜 나한테 이토록 간절한 사랑을 안겨줄까?
왜 나만 사랑하는 눈으로 사랑을 표현할까?
엄마 좀 이상하지?
너의 사랑이 자꾸 무거웠고, 버거웠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냥 사랑하면 되는데, 엄마 마음속에는 책임감과 의무감 알 수 없는 무게감이 사랑처럼 느껴졌단다. 마음과 행동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는 엄마는 네가 엄마 품을 찾아 안길 때 그저 꼭 안아주기만 했단다.
"엄마도 사랑해"
그 말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들었던지, 엄마는 매번 먼저 사랑을 표현해 주는 너를 받아주는 사람이었단다.
매번 먼저 안기고 표현하는 너를 외롭게 하진 않았는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를 키우면서 네 볼에 뽀뽀하고 너를 껴안고 네 발가락에 입 맞추며 엄마 마음에 몰캉한 사랑이 피어났단다.
가끔 학교 가는 너를 불러 세우고 "사랑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도 사랑해"라며 방긋 웃어주는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사랑을 담고, 사랑을 닮아,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야
엄마가 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엄마에게 질문 해본다. 엄마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이 '사랑'이란다. 너에게 사랑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이렇게 오는구나!
#편지#사랑#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