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사랑, 사랑, 사랑, 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엄마를 따라다닌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절실하게 사랑에 집착하는 걸까?
아이야,
요즘 부쩍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어, 엄마는 늘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겉으로는 뭐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인 척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살았단다. 어떤 모습이 진짜 엄마 모습인지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살아왔던 엄마 모습이 진짜인지, 조금씩 고개를 갸우뚱하고 삐딱하게 서 있는 지금 모습이 엄마 모습인지, 겨울이면 아무리 문을 꼭꼭 닫아도 찬 기운이 문틈 사이를 비집고 집안으로 파고들 듯 엄마 내면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엄마는 사랑은 신기루라 생각했어,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냄새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알려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무형의 무엇?
그러나 확인하고 싶고, 알고 싶고, 받고 싶은, 형체는 없지만, 누구나 탐내는 무엇?
아이야
요즘 사랑이 자꾸 엄마 머릿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게 신기해,
엄마 마음속에 도사리던 부정적인 감정이 ‘쑥’ 나타났다 ‘푹’ 꺼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어.
사랑과 기적은 남의 일처럼 느꼈던 엄마가 요즘은 사랑과 기적을 장식품처럼 마음 한편에 품고 다닌단다.
오늘 아침 출근길 이야기야,
언제나처럼 엄마는 건널목에 서서 신호대기 중이었고, 마음이 무거웠어, 그러다 ‘사랑’이 뭘까? 다시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는 그 단어에 마음을 뺏겼단다.
그러다 문득,
“지호야, 사랑해”
음, 갑자기 뜨거운 온기가 엄마 마음에 맺히더니 눈물이 나는 거야,
아, 한 번도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구나!
아, 나를 사랑한 적은 있었을까?
아이야,
사랑은 줄곧 엄마를 떠나지 않고 그렇게 있었나 봐!
형체도 냄새도 없지만, 마음에 가득 채워지길 원하고 있었나 봐!
채워지면 비워야 하는데, 사랑은 자꾸 꺼내써도 꽤 괜찮은 자생력을 지니고 있나 봐!
엄마가 사랑은 억척이라고 했던 거 기억나니?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세 가지 물질적 요소를 의식주(依食住)라고 한단다.
의류(衣類), 식량(食糧), 주거(住居) 편하게 입고, 먹고, 자는 곳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거야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 세 가지를 지키기 위해 한편생을 사셨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그래서 사랑은 '억척'같아.
할머니는 끊임없이 삶에 도전했고, 나아가려 했었어!
오롯이 먹고 사는 그 행위로만 인생을 사셨단다.
사랑에는 웃음도 미소도 슬픔도 아픔도 희망도 그 모든 사소한 감정들을 품고 있었을 텐데 할머니에게는 사랑이 '억척'으로 머물렀던 것 같아.
할머니의 억척에는 무거운 책임감만 있었단다. 갓 지은 아침밥을 먹여야 하는 이유, 그래서 엄마도 아침밥에 진심이란다. 어릴 때 엄마에게 아침밥은 신이 주신 선물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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