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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

결국 이기는 사마의 -친타오-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제갈량은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대규모 북벌정책을 편다. 명분으로는 후한을 계승한 촉한의 왕조 계승이고 전략적으로는 북쪽의 옹주와 서량을 정복하기 위함이었다.


제갈량은 마속을 신임했다. 그에게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을 맡겨 위나나로부터 촉한을 방어하게 하였다. 하지만 마속은 유리한 전형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위나라에 참패해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을 빼앗겼다.


가정에서 많은 군사를 잃은 촉한은 위나라의 추격을 피해 서성이라는 작은 성에 다다랐다. 사마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15만의 대군을 이끌고 서성으로 진격했다.


서성에 남은 촉한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모든 군대가 북벌에 나선 상황이었고, 가정에서 많은 군사를 잃어 남은 것은 늙고 병든 군사 뿐이었다. 게다가 병력의 숫자 마저도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의 군대보다 10배는 적었다.


서성에 다다른 사마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성 문은 활짝 열려 있고 성안에 사람들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거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망루에 앉아 느긋하게 거문고를 켜고 있는 제갈량의 모습이었다.


사마의는 전세가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선뜻 성안으로 진격하지 못했다.


사마의는 공명이 평소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서성안에는 대군이 매복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사마의는 고민 끝에 성안으로 진격하지 않았고 군사를 물렸다. 만에 하나라도 대군이 성안에 매복해 있다면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명은 공성계를 통해 사마의의 대군으로부터 무사히 달아날 수 있었다. 세상은 이를 두고 사마의를 조롱하고 비웃었다. 공명의 지혜에 매번 놀아나는 모양세였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렸을 때 역으로 성의 문을 열고 자신의 거점을 노출시키는 작전은 중국의 유명한 병법서인 삼십육계에서 32계인 공성계다. 빈 성으로 유인해 미궁에 빠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성전투는 정사가 아닌 삼국지연의에서만 나오는 허구의 전투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공성계의 성공 확률은 높았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리를 잘 간파한 작전이 아닌가 싶다.




투자조각


촉한의 공명과 위나라의 사마의가 맞붙은 서성전투는 공성계를 사용한 공명의 승리로 끝났고 세상은 사마의를 조롱했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사마의다.


투자자가 바라보는 사마의는 기대수익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사마의는 유리한 형세에서도 정보가 불확실한 경우 행동을 멈췄다. 차라리 전투를 포기하고 승리를 물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했다.


전쟁에서 승기가 기울었을 때 전세를 몰아 몰아쳐야 하는 경우는 많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은 대륙의 롱아일랜드에 상륙해서 대륙군을 격파했다.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대륙군은 크게 패해 퇴각했다. 이때 남은 병력마저 모두 섬멸 당했다면 미국 독립전쟁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군의 사령관인 하우 장군은 불필요한 전투로 병력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적을 포위하고 협상작전을 펼쳤다. 결국 대륙군에게 정비할 시간을 줬고, 영국군은 결국 패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진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연합군의 40만명이 넘는 부대는 프랑스 서부해안인 덩케르크 해변으로 후퇴했다. 이들은 진격하는 독일 기갑부대를 막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독일은 어쩐 일인지 기갑부대의 진격을 멈추고 정비를 했다. 물론 독일 공군의 폭격은 계속 이어졌지만 결국 다이너모 작전이 성공해 33만명의 군사가 탈출했다. 만약 독일 기갑부대가 덩케르크로 진격해 모두 섬멸했다면 2차대전의 결과가 어떻게 변했 을지 알 수 없다.


지나치게 신중했던 사마의가 공명을 사로잡지 못한 결과가 위 사례처럼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사에서 반대의 경우도 많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소련침공은 순조로워 보였다.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은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독일군은 여전히 유리했다. 하지만 독일군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만 했다. 소련의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스탈린그라드는 소련 입장에서 지도자의 이름이 붙은 상징적인 도시였기에 소련군은 결사항전 했다.


게다가 독일군은 소련의 주코프 장군과 추이코프 장군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스탈린그라드는 다음으로 진격하기 위한 중간 다리였을 뿐이다. 하지만 소련군에게 스탈린그라드는 절대로 내줄 수 없는 도시였다. 결국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엄청난 병력을 잃었고 이는 2차대전에서 독일이 패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마의는 단순하게 형세가 유리한 것을 토대로 무리하게 작전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해서 서성으로 진격하지 않았다.


전투에서는 패했지만 전쟁에서, 그리고 전체 삶에서 결국 사마의가 승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사마의는 당시 내부적으로 입지가 불안한 상태였다. 당시 사마의는 전투에서 큰 승리보다 패배가 더 큰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서성으로 진격해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공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매복에 당해 큰 피해를 입는다면 그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마의는 이를 정확하게 계산했다.


그리고 그는 공명을 잘 알았다. 공명은 평소 모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투의 향방이 쉽게 예측되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시장에서는 이러한 격언이 있다.


“아무리 확률이 높아도 러시안 룰렛은 해서는 안 된다. 백 번을 이겨도 단 한 번의 실패가 죽음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마의는 비정상적인 행위의 배후에는 반드시 예상치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투자에서 기대 수익률은 투자로 인해 기대되는 예상수익률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죽음이라면 기대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사마의는 기대수익률을 이해했다. 승리에 눈이 멀어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리스크가 큰 승부에 모험을 걸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실패한 작전이고, 웃음거리가 됐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번 셈이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불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잃은 셈이다.

-데이비드 스클랜스키의 포커이론 중에서…-


사실 공명과 사마의가 맞붙은 첫 전투에서 공명이 사용한 공성계는 삼국지연의, 즉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허구적인 이야기다. 공명의 지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공명과 사마의의 첫 전투에서도 사마의의 원칙이 돋보였다.


그는 공명을 상대로 끝까지 인내하고 공명이 원하는 대로 싸워주지 않고 인내했다. 사마의는 자신이 공명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늘 나는 공명만 못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렇다고 공명을 두려워하고, 피하지 않았다.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짰다. 이는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총명한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노자 도덕경-


사마의는 자신을 이해하면 분별력이 있는 자이고, 자신을 받아들이면 정신이 맑은 자이고, 자신을 인정하면 용기 있는 자라고 말했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용기이고, 철수하는 것은 지혜다.


사마의는 공명의 도발에도 싸우지 않고 기다림을 택했다. 공명은 사마의를 조롱하기 위해 서신과 함께 여자 옷을 보내왔다. 싸우지 않고 숨은 비겁한 사마의를 여자라고 조롱한 것이다. 사마의의 부하들은 분노했고, 당장 공명과 싸우자고 했지만 사마의는 털털 웃으며 개의치 않았다.


진정한 용기이고 지혜로운 대처였다. 투자시장에서 나를 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성향, 능력, 상황도 모른 채 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니 엉뚱한 투자를 하고, 엉뚱한 것을 상대한다. 자신의 투자가 어떤 방향인지, 어떤 목표인지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지는 경제지표에만 귀를 기울인다.


자신도 모르는 자가, 미국 연준의장을, 시장을, 기업을 알고자 한다. 사마의라면 자신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를 진행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공명과 같은 투자자가 되기 보다 사마의와 같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


투자자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월 스트리트에 조언은 넘칠 정도로 많은 반면, 자신을 아는 투자자는 아주 드물다. 이런 상황은 이따금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제3의 부의원칙 중에서-



XL

결국 이기는 사마의

-친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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