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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사기

행운에속지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몬테카를로 엔진의 확률적 분포 모델링과 푸앵카레의 비선형 동역학적 카오스 이론을 결합하여, 시장의 스토캐스틱(확률적) 변동성을 다차원적으로 해석합니다. 여기에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간적 대칭성을 적용해 시장의 구조적 균형을 정의하고, 프랙탈 차원 분석(Fractal Dimension Analysis)을 통해 주가의 자기유사성 패턴을 정량화합니다. 이 모든 데이터는 **허스트 지수(Hurst Exponent)와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적 접근법을 통해 통합되어, 시장의 임계점(Critical Point)과 위상 전이(Phase Transition)를 예측합니다. 우리의 알고리즘은 볼츠만 엔트로피 이론을 기반으로 시장의 무질서도를 측정하고, 리만 기하학의 곡률 공간을 활용해 미래의 주가 궤적을 시뮬레이션합니다. 과학과 수학의 최전선에서 탄생한 이 시스템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시장의 본질을 해석하는 혁신적인 도구입니다."


위 내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이 글은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여러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의도적으로 사용된 과학용어들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하다.


앨런 소칼은 1996년 Social Text 학술지에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향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s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구성주의, 그리고 과학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앨런 소칼이 의도적으로 과학용어를 남용해서 그럴듯하게 만든 가짜 논문이었다. 그는 과학적 수학적 용어를 복잡하게 조합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 권위를 과시하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이 논문은 학술지에 게재됐다.


이 글 처음에 소개한 몬테카를로 엔진과 푸앵카레의 카오스이론, 유클리드 기하학, 프랙탈, 엔트로피로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글도 과학적 용어를 남용해 만든 가짜 글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비인문학적 과학자와 비과학적 인문학자를 분류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소개했다.


“과학적 지성과 인문학적 지성을 구분하는 그럴듯한 방법이 하나 있다. 과학적 지성은 다른 과학자가 쓴 글을 대개 인식할 수 있지만, 인문학적 지성은 과학자가 쓴 글과 엉터리 비과학자가 쓴 글을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인문학적 지성이 문맥에 벗어나서든, 과학과 정반대의 의미로든, ‘불확정성 원리’, ‘괴델의 정리’, ‘평행우주’ 같은 당시 유행하는 과학 용어를 사용하면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자신의 여러 저서에서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성향을 내비쳤다. 특히 과학적 사고가 결여된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의견을 반박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박이 불가한 이론은 그 자체로 비과학적이다.


왜 많은 사람들은 유사과학에 빠질까? 과학적 사고는 끊임없는 논증과 반박을 거친다. 그런 절차에서 살아남은 이론 역시 당장 논박되지 않은 이론일 뿐 영원히 논박되지 않을 이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는 100%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무조건, 확실히, 반드시와 같은 말도 사용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99%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100% 확실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과학이 불확실한 세상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지만 어쩐지 과학자들은 확실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때 유사과학이 등장한다. 유사과학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를 거치지 않는다. 논증과 반박을 거치지 않았으면서 확실하다고 장담한다.


이때 이들은 빈약한 논리를 감추기 위해 과학적 용어를 남용해서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유사과학에 끌린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유사과학이 활개치는 이유다.


온갖 미신, 예언, 유사과학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왜냐면 누군가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투자조각


인간이 행동하는 동기가 늘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늘 합리적이지 않게 행동 하는 것이 이로울 때도 있다. 우리는 생존을 위협받을 때에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문제는 돈과 관련된 사항도 생존과 꽤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이다.


Social Text 학술지에 엉터리 논문을 제출했던 앨런 소칼은 자신의 실험을 “지적사기”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앨런 소칼의 실험은 우리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 비판적 사고를 갖지 못한 사람은 단순히 어려운 용어를 지적으로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어떤 검증도 없이 이를 수용하게 된다.


투자자는 지적사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정보를 접했을 때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검증을 거쳐야 한다.


투자시장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쏟아내는 말은 검증을 거치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전달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투자의 수익과 관계없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을 때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지 여부다.


높은 적중률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만큼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적중률보다 쉬운 그럴듯한 말로 자신의 이론과 의견을 포장한다. 어려운 단어를 적적하게 섞어서 권위있어 보인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의 대표들의 말이다. 주식투자의 본질은 결국 회사다.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상호작용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다. 주식투자는 본질적으로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라는 유형자산에 투자해야만 한다. 이를 회사도 잘 알고 있다.


회사는 투자를 받기위해 많은 자료를 투자자에게 공개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CEO의 말이다. CEO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회사의 현재이자 미래가 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모든 CEO는 자신의 회사를 포장한다. 투자자는 실제로 회사의 실적과 CEO의 포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책에서 CEO의 연설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우리는 고객의 이익을 추구한다 / 앞에 놓인 길 / 직원은 회사의 자산 / 주주 가치 창조 / 우리의 비전 / 우리의 역량은 ~에 있다 / 우리는 쌍방향 솔루션을 제공한다 / 이 시장에서 우리의 포지션은 ~다 / 우리의 고객을 더 잘 섬기는 방법 / 장기 이익을 위한 단기 고통 / 장기적으로는 보상을 받을 것이다 / 우리는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개선한다 / 용기와 결단이 승리할 것이다 / 우리는 혁신과 기술에 헌신한다 / 행복한 직원이 생산성이 높다 / 탁월성을 향한 몰입 / 전략 계획 / 우리의 근로 윤리


당신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연설에서 위에 나열된 문구를 몇 개씩 조합해서 연설한다면 그 회사의 가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매년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읽어보면 대표의 회사 소개가 있다. 이때 CEO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게 알고 있으며, 어떤 성장 요소가 있는지, 혹은 허튼소리일 뿐인지를 위 문구를 이용해서 잘 구분해보자.



XL


행운에 속지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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