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필 -레너드 E. 리드-
“자유는 자유로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
연필 한 자루를 사기위해서 우리에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질문을 받았다면 쉽게 답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필 한자루를 사기위해서 어떤 노력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쇼핑몰에서 연필을 주문할 것이고, 급하게 필요하다면 동네 문구점이나 펜시점, 혹은 다이소나 마트 그리고 편의점 등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게 살 수 있는 연필은 과연 사는 것 만큼 쉽게 뚝딱 만들어질까? 연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연필의 탄생 여정은 미국 노던캘리포니아와 오레건에서 곧게 자란 삼나부에서 시작된다. 열심히 자란 삼나무를 베어서 열차에 싣기 위해 톱과 밧줄, 그리고 트럭과 수많은 도구가 필요하다. 삼나무가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도구를 만드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됐다.
톱과 도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산에서 철을 캐내고 제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튼튼한 밧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마를 심고 가꾸고 밧줄을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삼나무를 키우고 베는 벌목장에는 많은 인부들이 쉴 수 있는 침대와 식당과 같은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잘려진 나무들은 기차에 실려서 캘리포니아주의 산 린드로에 있는 제재로소 보내진다. 나무들을 태운 열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엔진과 통신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또 필요하다.
자 이제 제재소로 옮겨진 나무는 연필 길이로 잘리고 판자로 만들어진다. 판자는 가마에서 말려지고 그 다음 색이 입혀진다. 색을 입힌 연필은 왁스를 칠하고 다시 가마로 들어간다.
제재소의 동력을 공급해주는 수력발전소와 발전소를 만드는데 필요했던 콘크리트와 인력, 그리고 에너지를 만드는 물도 빼놓으면 안 된다.
연필공장의 복잡한 기계는 판자에 홈을 파고 그 사이에 흑연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풀을 바르고 다른 판자를 놓는다. 흑연 역시 생산되고 운반되기 위해서 나무 만큼이나 많은 인력과 도구가 동원된다.
흑연은 미시시피강의 진흙과 섞여진 다음 수산화암모늄을 사용해 정제한다. 그 후에 동물성 후지를 황산과 반응시킨 가수제가 첨가된다. 그리고 수많은 기계들을 거쳐 압출되어 나온 다음 1850도에서 몇시간 구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멕시코의 칸델릴라 왁스, 파라핀 왁스, 경화천연수지가 포함된 뜨거운 혼합물로 처리한다.
연필의 라벨은 합성수지와 혼합된 카본 블랙에 열을 가해 만든 얇은 막이다. 합성수지와 카본 블랙이 또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도 연필을 만들기위해 필요한 모든 공정을 줄이고 줄여서 소개한 것이다. 아마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며칠밤이 필요할 것이다. 연필 하나를 생산하기 위한 과정도 한 사람이 모두 알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많은 과정과 많은 사람, 많은 도구와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연필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감독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다 각자의 업무를 분담해서 해냈을 뿐이다. “오직 신만이 나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 말에 동의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만을 그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
-애덤스미스-
누가 강제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이는 것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고 그 이익이 지켜지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유는 자유로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
-레너드 E. 리드-
연필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연필을 창조한 기적은 믿음이다. 저자는 연필은 믿음에 대한 증거라고 말한다.
연필 한자루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집 앞편의점에서 오렌지주스를 사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쉽게 오렌지주스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미국과 브라질 같은 오렌지 최대 생산지에서 오렌지주스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다시 우리 집 앞까지 배달되는 과정은 연필만큼이나 복잡하다.
우리는 이를 투자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반도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많은 회사가 반도체 하나를 만들기위해서 협심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반도체에 투자한다면 완성품을 취급하는 회사만 생각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에드 콘웨이는 자신의 저서 물질의 세계에서 이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석영암 광산에서부터 시작하는 반도체의 탄생 과정이다.
반도체 웨이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순도의 폴리실리콘을 도가니에 넣고 녹여야 한다. 그런데 이 실리콘 결정을 넣고 있는 도가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순도의 도가니가 필요한데 이는 초순수 석영암으로만 만들 수 있고 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마을 스프루스파인 마을에서만 구할 수 있다. 이곳은 벨기에 회사가 관리한다.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회사들은 나중에나 등장한다. 반도체가 완제품으로 나오려면 수많은 국가와 다국적 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투자자로써 투자할 기업을 고르기 위해서도 이러한 과정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집 앞에서 편하게 사먹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 집 앞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당시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겪었던 인플레이션이 우리 개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되는지 겪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곡물 값이 치솟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중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원유값이 치솟는다. 석유 1차 파동은 중동전쟁으로, 2차 파동은 이란 혁명으로 일어났다.
투자를 장난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한 산업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을 하나 골랐다 해도 그 기업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모든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
연필을 파는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삼나무를 관리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해당 지역의 날씨와 천재지변(ex 대만에서 지진이 나면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 지정학 리스크(ex 러우전쟁 당시 나타난 곡물 값 상승, 중동전쟁 당시 나타난 오일쇼크), 인력동원 차질(ex 코로나 당시 생산시설 노동자가 없어 공급망 쇼크), 운송경로(ex 수에즈 운하 좌초사고) 등등 살펴봐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진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1979년 중국의 경제개방이 시작되고 1991년 소련연의 붕괴로 쏟아지는 노동력, 여성의 사회진출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세계의 생산과정은 싸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통일됐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한 비교우위론이 적용된 세상은 그의 말처럼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 여성들도 높은 학력을 가지면서 고임금을 받는다. 지난 40여년간 누려왔던 저물가 기조가 앞으로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연필 한자루를 만들기 위해서 한 곳으로 모여야 할지도 모른다. 집 앞에서 오렌지주스를 사먹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은 높은 가격으로 체감될 것이다.
높은 물가가 디폴트라면 낮은 물가와 함께 누렸던 저금리 기조도 사라질 것이다. 금융시장이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는데 40년이 걸렸다. 하지만 1987년 블랙먼데이를 극복하는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코로나 팬데믹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전세계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가가 높은 세계선에서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금융시장 구제정책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투자자라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이다.
나, 연필
-레너드 E.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