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안토니오 자드라 외1인-
계속되는 근심과 관련된 새로운 연관성을 제대로 탐색하고, 평가하고, 강화하려면 감정적으로 엮인 내러티브적 꿈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 과정이 꿈의 생물학적 기능이다.
인류는 지난 수천년간 꿈이라는 것을 해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시세계의 주술사부터 현대의 뇌과학까지 꿈의 실체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까지 꿈의 출처와 기능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꿈은 무엇인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추정이 가능하다.
현대 뇌과학은 FMRI를 통해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조금 더 발전한다면 누군가의 꿈을 영화처럼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꿈에서 무엇을 보는 걸까?
우리가 꿈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기위해서는 해당 이미지의 시각적 외향의 신경표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어머니라는 신경표상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이것은 깨어 있을 때나 꿈에서나 어떤 사물을 상상할 때 발생되는 뇌의 패턴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실제로 어떤 이미지를 상상했을 때도 꿈속에서 이미지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당 이미지의 신경표상이 활성화된다.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는 사실은 꿈에서 보는 것은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이미지를 볼 때 나타나는 뇌활동패턴이 재조합 되어 나타나는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꿈은 왜 존재하고, 필요하며, 우리가 늘 꾸는 걸까? 라는 질문에 답이 나온다.
꿈의 여부는 기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매일 꾸는 꿈의 기능은 무엇인가?
꿈의 기능을 논하기전에 일단 꿈의 용도와 생물학적 기능을 분류해야 한다. 꿈에 관한 해석은 지난 세월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실체를 밝힌 연구는 없다. 하지만 꿈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연구는 밝혀졌다.
꿈은 기억 처리에 대단한 이점을 보인다. 이점보다 더 정확하게는 기억을 분류하고 보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수면 의존적 기억 처리는 꿈의 생물학적 주요 기능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대부분이 비현실적이고 기괴하다. 하늘을 날거나 바다속에서 숨을 쉬고, 몇 번을 죽어도 다시 깨어나고, 우주로 날아가기도 한다.
꿈이 기괴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용어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렘수면을 꿈을 꾸는 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렘수면은 그저 잠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계속 꿈을 꾼다.
하지만 꿈이 기괴한 이유는 렘수면 단계의 특성 때문이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감정 표현을 조절하는 변연계 전반에서 뇌 활성이 증가한다. 동시에 계획, 논리적 사고, 충동 조절 같은 실행 기능에 중요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의 활성화도 감소한다.
전전두엽과 편도체는 서로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대개 상반되는 활동을 한다.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는 활성화되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면시에 전전두엽은 휴식을 취한다. 이때 꿈에서 기괴한 상황이 벌어져도 뇌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이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편도체는 활성화되기 때문에 보다 감정적으로 꿈을 받아들인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꿈에서는 나쁘게 작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꿈에서 슬픈 일을 겪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한다. 평소에 겪을 수 없었던 재난이나 전쟁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실제 감정과 다르지 않다.
꿈에서 겪은 경험은 고스란히 감정으로 남게 되고 이는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인간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데 꿈을 통해 겪은 감정이 무의식 속에서 내러티브를 만들어 이를 겪은 것처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내러티브는 쉽게 말해 이야기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즐겨보던 동화는 모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동화를 통해서 많은 교훈을 배웠다. 선과 악, 인내와 노력, 지혜의 가치, 자신감, 욕심과 오만의 위험성, 용기와 도전 등등…
만약 동화가 아닌 교과서로 배웠다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는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은 것처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실에서의 동화의 역할을 꿈이 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해보자면 이렇다. 꿈의 생물학적 기능은 기억을 분류하고 보존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 우리가 자는 동안 활성화된 편도체가 꿈을 감정적으로 저장하고, 이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우리에게 교훈이나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준다.
투자와 꿈이 무슨 관계이길래 이토록 길게 설명했을까? 내가 꿈에 관심이 많은 것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다. 그래서 꿈은 내게 두려운 존재였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불과 4년전만해도 매일같이 가위에 눌려서 자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가위만 눌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굉장히 다양한 꿈을 꾸고(사실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기억을 못할 뿐) 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유는 꿈을 메모하는 습관 때문인데, 꿈을 메모하게 됐던 계기는 그냥 재밌는 꿈을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 덕분인지 악몽을 꾸는 날에는 꿈에서 깨도 한참동안 꿈에서 나오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작년에는 가위에 눌린 적이 손에 꼽는다.
각설하고 이런 개인적인 이유로 꿈에 관심이 많아 많은 책을 읽었는데, 과학은 꿈이라는 것에 꽤 가깝게 접근했지만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사람이 수면 중에는 전전두엽이 비활성화 된다는 내용이다. 수면 중에는 전전두엽이 비활성화 되고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이 부분에 주목한 것은 내가 투자자로써 뇌과학을 공부했을 때 가장 많이 보고 듣던 내용이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를 잘 표현한 사람은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대니얼 카너먼이다. 그는 인간의 사고 체계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누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감정적이다. 직관적으로 작동하며, 별다른 노력 없이 즉각적인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누군가 화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이 시스템 1의 작용이다. 이는 편도체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이며 신중하다. 집중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주식 시장의 흐름을 분석할 때 시스템 2가 작동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시스템2는 전전두엽의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판단은 시스템 1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할 때 시스템 2가 개입한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시스템 1에 의존하여 빠른 결정을 내리며, 이 과정에서 편향과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편도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존하는데 지금도 많은 부분을 편도체에 의존한다. 그리고 “대중은 멍청한가?”의 저자 위고 메르시에는 시스템1은 항상 오답을 말하고 시스템2는 항상 정답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심사숙고해야 되는 사안에서도 시스템2가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써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감정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렸을 때 그 판단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외는 있다. 초단위를 다투는 초단타 매매나 스켈핑을 주력으로 삼는 투자자에게는 시스템2보다는 시스템1이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투자에서 감정적인 결정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불가하다고 여긴다.
감정적인 투자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앞으로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지 말자 외에는 없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자는 결과가 아니라 행동의 의도에 관심이 있다. 초기 행동은 우리가 통제하지만, 그 끝은 행운의 여신이 결정한다.”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감정적인 판단은 과정이 없기에 이를 수정할 수 없다.
칼포퍼의 문제해결 방식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하고 이를 수정하는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투자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전두엽 활성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이 내용은 추후에 “내면소통”책을 통해 이야기하겠다.
어쨌든 편도체와 전전두엽은 대개의 경우 하나가 활성화되면 다른 하나가 비활성화되는 상호작용을 하기에 나는 투자할 때만큼은 편도체가 아닌 전전두엽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꿈을 공부해보니 재밌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수면 중에는 전전두엽이 비활성화 되기 때문에 꿈에서 느끼는 모든 것은 편도체의 관할이다.
나는 꿈속에서도 전전두엽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그 유명한 루시드 드림이 수면 중에 전전두엽의 일부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루시드 드림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닐뿐더러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보게 되는 기괴한 장면이나 비현실적인 경험들이 편도체를 통해 감정적인 경험으로 저장되고 이것이 실제 겪는 경험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생각이 바뀌었다.
투자자 마이클 배트닉은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교훈도 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꿈속에서 겪는 감정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도 겪은 것처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혁신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인가?
그럼 내가 실제로는 겪고 싶지 않은데 꼭 경험 해봐야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자기 전에 금융위기, 경기침체, 주식 폭락과 같은 역사를 공부하고 읽는다. 이 과정에서 경험한 신경 패턴이 꿈에서 재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꿈속에서 여러 번 폭락장을 마주했다.
이러한 경험이 실제로 투자 심리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꿈에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경험은 현실에서 더 신중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결국, 꿈은 우리가 겪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시뮬레이션 도구가 될 수 있다.
당구나 골프, 게임에 빠지면 꿈에서 당구나 골프를 치고, 게임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투자자라면 이런 경험을 투자공부에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안토니오 자드라, 로버트 스틱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