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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으로 배우는 과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증기기관의 엔트로피가 매 주기마다 처음 값으로 재설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곧 증기기관이 폐기된 열을 방출하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주기가 반복될수록 뜨거워지다가 고장나거나 폭발할 것이다.”


에너지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타는 연료에서 열을 흡수하여 기차 바퀴를 돌리고, 탄광에서 펌프를 작동시키는 엔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용기에 담긴 수증기에 열을 가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한다. 증기기관은 증기로 가득 찬 용기에 열을 가하여 발생한 힘으로 정교하게 장착된 피스톤을 왕복시켜서 유용한 일을 하는 장치다.


증기가 가열되면 바깥쪽으로 팽창하면서 피스톤을 밀어내고, 이 힘으로 기차 바퀴가 작동한다. 팽창한 증기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시 부피가 줄어들고 처음 위치로 되돌아온 피스톤은 계속 주입되는 열기에 의해 똑 같은 운동을 반복한다. 이 주기 운동은 연료가 고갈되어 더 이상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을 때까지 빠른 속도로 계속되는데, 이것이 바로 증기 기관의 원리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에서 지대한 역할을 한 것처럼 과학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역할을 했다. 증기기관은 과학적으로 풀어내기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전통 과학적 관점에 의하면 모든 물체는 확고한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이를 입증하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근사적 이론에 불과하다. 삼체문제에서도 봤듯이 상호작용하는 대상이 늘어날수록 정확한 물리적 법칙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의 문제도 여기서 발생한다. 뜨거운 증기는 고체가 아니다. 한번 피스톤이 움직일 때마다 수조 개에 달하는 수증기 분자가 발생한다. 이들은 피스톤과 용기 내벽에 수시로 부딪히고 자기들끼리 충돌하는 등 엄청나게 복잡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운동이 없었다면 애초에 증기기관이 작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도 이를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없었다. 애초에 계산은 불가능했다.


이들의 운동을 분석하는 방법은 맥스웰, 클라우지우스, 볼츠만에 의해서 개발되었는데 이들은 분자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전체의 평균을 통계내는 방식으로 이를 풀어냈다.


이런 통계적 접근은 현대에도 이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빅데이터 분석이 이를 계승한 것이다.


뉴턴의 열역학 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법칙이다. 미래가 과거와 다른 이유는 단순하다. 미래에 발휘되는 에너지는 엔트로피 법칙에 의하여 과거에 발휘되었던 에너지보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보다 엔트로피가 높다.


분자의 수가 적거나, 온도가 낮거나, 점유 공간의 부피가 작으면 엔트로피가 적은 것이고, 분자의 수가 많거나, 온도가 높거나, 점유 공간의 부피가 크면 엔트로피가 큰 것이다.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로 증가한다. 여기서 대체로 증가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99.999% 증가하지만 감소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소할 확률이 지극히 낮을 뿐이다. 엔트로피가 높아진다는 의미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소멸된다는 의미다.


증기기관은 순식간에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서 높은 엔트로피 상태로 바뀐다. 그러므로 증기기관과 같은 물리계가 초기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엔트로피가 내부에 쌓이지 않도록 외부로 꾸준히 방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으로 열을 방출할 수밖에 없다.


증기기관의 엔트로피가 매 주기마다 처음 값으로 재설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곧 증기기관이 폐기된 열을 방출하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주기가 반복될수록 뜨거워지다가 고장나거나 폭발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인간도 증기기관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의 생명 활동은 증기기관 못지 않게 주기적이다. 매일 밥을 먹고 호흡을 하며 얻은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열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는다면 고장 나고 말 것이다.


우리 몸에서는 여분의 열이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되고 있다. 군인들이 밤에 야간투시경으로 적을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하면 우리가 방출하는 열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 우리를 비롯해 수많은 것으로부터 열은 방출되고 자연은 이를 흡수하고 있다. 이 열은 우주로 보내지기도 하고 지구에 갇히기도 한다.


언젠가는 우주도 방출되는 열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단계가 올 수도 있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투자조각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것은 대체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른다. 반대의 경우가 절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거의 불가능한 확률이기에 사실상 무질서에서 질서로 자연적으로 흐르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투자시장도 마찬가지다. 질서로 시작해 무질서로 흐른다. 여러가지 기준으로 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삼고 생각해보면 이렇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 볼 수 있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로 볼 수 있다. 밸류에이션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시장이 과열되면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랬듯이 이는 끝을 향해간다.


증기기관이 엔트로피 값을 초기 값으로 재설정 하지 못하면 고장나거나 폭발한다고 배웠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과열되는 시장이 초기 값으로 재설정 되지 않는다면 결국 더 크게 무너질 것이다.


로버트 실러는 자신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가는 과도하게 상승하기도 하며, 그 결과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이후 장기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익률이 이어지기도 한다.”


시장은 늘 그랬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 이를 조정과 하락장으로 스스로 밸류에이션을 조정했다. 이런 시장의 자정작용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시장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았던 시기를 꼽자면 1929년과 2000년을 예로 들 수 있다. 1929년 당시 S&P 500(당시는 S&P Composite)의 PER은 약 32~33배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약 15~16배)의 두 배 이상이었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밸류에이션은 이보다 높은데 2000년 3월, S&P 500의 PER은 약 44~46배였고 당시 나스닥 100에 포함된 일부 기술주는 PER 100배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졌던 이 두 시기는 대공황과 닷컴 버블 붕괴로 각각 무너졌고, 1929년 주식시장 고점은 1956년에서야 회복됐으며, 2000년 고점은 2016년에서야 고점에서 회복됐다.


즉 밸류에이션이 제때 재조정되지 않으면 시장에 복구되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엔트로피 법칙과 증기기관의 원리를 시장에 대입해보면 조정을 겪지 않은 시장과열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시장 과열은 늘 있어왔다. 시장이 과열되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다. 하지만 가끔 투자자들은 착각한다. 시장과열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여긴다.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지만 그렇게 움직여서도 안 된다.


시장의 상승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우주의 물리 법칙에 위배된다는 이야기다. 시장이론에 의하면 시장이 과열된 시점에서 매수는 단기적으로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과열된 시장이라고 여겨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접근하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주식시장의 현재 주가가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저점일 확률은 시장의 역사를 통틀어서 5%의 기간밖에 되지 않는다.


즉 5%의 기간을 제외한다면 언젠가는 오늘의 주가보다 더 낮아진다는 의미다. 시장이 급하게 상승할수록 투자자의 마음도 급해진다.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따라갈 수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상승장일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다.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는 시장이 좋을 때 높아지고, 시장이 안 좋을 때 낮아진다. 기관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투자자가 시장에서 실패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투자자와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위험선호도는 시장이 나쁠 때 높아져야 하고, 시장이 좋을 때 낮아져야 한다.


뉴턴의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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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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