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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과 집단착각

집단 착각 -토드 로즈-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인간은 생존 능력이 뛰어난 동물이 아니다. 사자나 호랑이처럼 빠른 반응 속도, 강한 턱,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코끼리처럼 거대한 몸집도 없으며, 치타나 가젤처럼 빠르게 달리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구의 먹이사슬 최상단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힘은 무엇일까? 바로 강한 사회성이다.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동물은 인간 외에도 많다. 하지만 인간처럼 강한 사회성을 가진 동물은 없다. 이 사회성이 인간을 지구 최고의 동물로 만들어줬다.


그러나 사회성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성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집단 착각이다.




집단 착각의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우리는 다수의 의견이 개인의 의견보다 더 합리적이고 옳다고 여긴다. 민주주의가 수많은 국가에서 선택된 이유도 이와 같은 논리다. 이를 우리는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개인의 지혜가 모이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집단지성의 핵심이다. 이것이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그러나 집단의 생각이 항상 집단지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집단 착각으로 변질된다.

집단지성과 집단 착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방과 효율성, 그리고 집단 착각


인간이 강력한 생존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모방 때문이다. 원시 시대를 떠올려보자. 어떤 사람이 독버섯을 먹고 죽었다. 이를 누군가가 기억하거나 기록으로 남긴다면, 다른 사람들은 직접 위험을 겪지 않아도 독버섯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방은 적은 리스크로 큰 효율을 가져오는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이 전수되면서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로 성장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스스로 행동할 때와 동일한 반응이 일어난다. 즉, 모방은 인간의 본능이며,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프로세스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의 효율성이 오히려 인간을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집단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인간


집단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면, 집단에서 쫓겨나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큰 리스크다. 따라서 인간은 집단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집단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를 모방한다. 그것이 단순히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집단 내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해서도 모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집단이 공유하는 특정한 행동이나 의견은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즉, 작은 행동이 모방을 통해 반복되면서 결국 집단 무지성으로 변질된다. 이 지점에서 집단지성과 집단 착각은 갈린다. 집단지성은 개인의 다양한 의견이 모여 형성된다. 하지만 집단 착각은 개인의 의견이 사라지고, 단순한 모방만이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단 착각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집단 착각을 만드는 ‘목소리 큰 소수’


인간은 집단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해 또 하나의 편향을 가지게 된다. 바로 순응 편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순응하는 성격이 아니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순응 편향을 지닌다.


순응 편향은 특권 편향과 결합했을 때 더욱 강력해진다. 특권 편향이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뜻한다. 즉, 우리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뢰하고 따른다. 결국, 사회에서는 소수의 ‘목소리 큰 사람’이 주류 의견을 대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우리의 삶은 보이지 않는 수천 개의 끈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공감의 선을 따라 원인이 되는 우리의 행동이 나가고 결과가 되는 무엇이 돌아온다.”

-허먼 멜빌-


분명히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집단 내에서는 소수 의견이 쉽게 사장된다.
문제는,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반대 의견을 말하지 못할까?


인간은 타인의 시선이 존재할 때, 행동이 크게 변화하는 특징을 가진다. 다수가 특정한 의견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또한, 인간의 내면에는 사회적 망신에 대한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보자. 보고타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도시였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보행자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타 시장인 모쿠스는 교통경찰 대신 ‘광대’를 투입했다. 신호를 위반하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삐에로 분장을 한 광대들이 놀림을 주는 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놀림을 당한 운전자와 보행자들은 다시는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 이후 10년 동안 보고타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약 50% 감소했다. 즉, 인간은 벌금보다도 ‘공개적인 망신’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단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자자의 태도


대중이 선택한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때때로 반대 의견이 확산되어 더 큰 주류 의견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 의견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로 정의하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다.” 이 현상을 토머스 정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순응으로 인해 반쯤 망가지지만, 순응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찰스 더들리 위너-



집단 착각은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은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집단 착각에 빠져 무지성으로 행동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투자자라면,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투자조각


투자자의 입장에서 집단 착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전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 번째로, 나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표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므로, 다른 사람이 그들의 생각을 설득하거나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번 정해진 의견이라면 더욱 그렇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바꿨다면, 그것은 설득한 사람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바꾼 사람이 스스로 그럴 만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설득을 목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내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집단 착각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목소리가 큰 소수’다. 사람은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순응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특히 집단의 힘이 개입하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거나 숨기면서 다수의 의견에 순응한다. 히틀러는 이를 누구보다 잘 이용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 나의 투쟁에는 사람들을 순응하게 만드는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순응하게 만들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미리 하는 이유는 내가 설명하려는 모순적인 상황 때문이다. 내가 추구하는 투자는 ‘집단 착각’을 이용하는 투자다. 그렇기에 시장에서 집단 착각이 많이 발생할수록 나는 더 좋은 기회를 얻는다. 물론 매번 성공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기회를 포착하기도 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체 투자자 수를 고려하면, 이 글은 시장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내가 이 글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수많은 책에서 유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 해도, 나의 이익과 반대될 수도 있는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집단 착각을 벗어나는 방법’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집단 착각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는 “왜?”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왜?”라고 질문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질문을 받고 서로 견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호감을 느낀다. 통계적으로, 우리의 대화 중 40%는 자신의 기분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쓰이며,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SNS에 올라오는 게시물의 80%가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담고 있다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우리의 두뇌는 본능적으로 개인적인 정보를 노출하고자 하는 신경회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안과 긴장을 해소한다.


어쩌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니 집단 착각을 벗어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마음껏 던져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투자자로서 중요한 또 하나의 태도는 개방적인 태도다.


이와 관련해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개방적이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개방적이 되라.”

-레이 달리오-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직원들이 사소한 것이라도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이것이 펀드의 성공 비결이라고 확신한다. 개방적인 태도는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거의 모든 정보를 집에서 PC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조차, 사람들은 특정한 정보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권의 디스토피아 소설이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중앙정부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정부가 허락한 정보만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사회를 그린다. 현실 속 독재정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극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강한 쾌락과 즉각적인 자극에 길들여져 있다. 정부가 책을 금지하지 않아도, 아무도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두 개념의 중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알고리즘 속에 갇힌 인간


넷플릭스를 처음 사용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한곳에 모여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자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졌다. 결국 우리는 한 번 봤던 영화나 익숙한 작품만 다시 보게 된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통해 무한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선택적으로 정보를 취한다. 이는 뇌의 에너지 절약 메커니즘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시각적으로 1초당 약 11MB의 정보를 처리하지만, 이 중 실제로 인지하는 것은 1초당 약 60비트에 불과하다. 즉, 우리는 태생적으로 정보를 걸러서 받아들이며, 이 과정에서 이미 편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망을 흔히 ‘뷔페’에 비유한다. 원하는 정보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뷔페’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정보만을 제공하는 오마카세 속에서 살아간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익숙한 정보만을 소비하며, 결국 스스로 만든 작은 새장 안에 갇히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을수록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반복 편향’에 빠진다. 알고리즘이 매일 같은 방향의 의견을 노출하다 보니, 점점 더 특정한 관점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두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이는 마치 같은 신문을 두 부 구입해놓고, 첫 번째 신문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등장한다.


“몇 개의 간단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반복할 것.”


이것이 투자자가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특정 알고리즘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볼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제한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반대 의견은 공격의 대상이 되고, 결국 투자 전략이 왜곡될 위험이 커진다.




집단 착각을 피하는 투자자의 태도


집단 착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투자자는 다음 세 가지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항상 “왜?”라고 질문하기

집단의 의견을 듣기 전에,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정리하기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이 세 가지를 실천한다고 해서 사회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은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라면, 이것이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된다. 시장은 집단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즉, 집단이 선택한 자산은 대체로 비싸다. 반대로 집단이 외면한 자산은 싸다. 물론 싼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인 가치보다 저평가된 자산이라면 충분한 투자 기회가 된다.


또한, 사회와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집단 착각의 지속성이다.사회에서는 집단 착각이 세대를 거쳐 전승될 정도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집단 착각은 반드시 깨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에서 집단 착각이 유지되려면 자산 가격이 무한정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무한정 상승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단 착각이 깨지는 순간, 본질적인 가치가 높은 자산의 가격은 바닥으로 떨어질 기회가 생긴다.




무포지션(현금 보유)의 가치


나는 평소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전업 투자자이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상품을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거나, 집단 착각이 깨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일반적으로 무포지션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포지션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다만, 그 기회를 포착하려면, 집단 착각에 빠지지 않고 그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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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

-토드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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