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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과 장기투자 그리고 함정

바람을 보는 투자 -피터 오펜하이머-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장기 데이터를 이용한 투자 사이클 연구는 통상 '각 자산군별 기대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질문 같지만 투자자마다 시간 지평이 달라서 쉽게 답하기 어렵다. 보유 기간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유형에 따라 평가손실을 얼마나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또는 관련 규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있는지)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 수익률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채권과 비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식은 미래수익률을 알 수 없는 반면 채권은 명목수익률이 정해져 있다.


채권과 주식의 장기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주식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기간을 1~30년간 바꿔서 비교해보아도 어느 시점에서나 주식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식투자가 갖는 리스크 프리미엄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는 기업 이익의 가장 마지막 후순위 청구권을 갖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쉽게 최근 문제가 되는 전세사기로 예를 들자면,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면 주식투자자의 투자금이 가장 마지막에 반환된다는 의미다. 즉 기업이 파산한다면 주식투자작가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반면 채권 투자자는 어느정도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남는다.


그리고 주식은 채권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분명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지만 변동성도 수익률만큼이나 크게 차이 난다.


투자자는 투자결정을 내릴 때 변동성을 수익률보다 후순위로 생각하지만 투자수익률은 대부분 수익률보다 변동성에서 갈린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다.


“연 15%의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 있고, 이 상품의 변동성이 연 10%라고 가정해보자. 이 상품이 한 해에 수익을 거둘 확률은 93%다. 당신이 1년 뒤에 계좌를 열어서 확인한다면 93%의 확률로 수익 중인 것이다. 1분기뒤에 확인한다면 77%, 1개월이면 67%, 하루면 54%, 1분이면 50.17%, 1초면 50.02%이다.


즉 당신이 하루에 8시간씩 매분 단위로 실적을 확인한다면 매일 241분의 기쁨을 경험하고 239분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다. 1년이면 60,688분의 기쁨을 느끼고 60,271분의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당신이 한 달에 한번 실적을 확인한다면 1년에 4회만 고통을 느끼고 8회의 기쁨을 느낀다. 1년에 한 번씩이라면 어떨까? 20년간 투자한다면 1번의 고통을 19번의 기쁨을 느낀다.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게 된다.”


투자자가 기대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 자칫 무시하기 쉬운 변동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변동성이 주는 프리미엄이 주식의 프리미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투자조각


우리는 그동안 수익률을 위해서는 장기투자 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장기투자는 수익을 지키는 역할이지 수익률을 늘려주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투자는 어떤 특성을 지녔으며 어떻게 수익률을 지켜줄까?


1. 변동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한다.

변동성은 단기투자자에게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큰 수익률을 안겨주기도 한다. 단기투자를 지향한다면 변동성이 적은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큰 주식을 찾는 것이 낫다. 하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변동성은 눈을 흐리게 만드는 주범이다. 변동성이 크면 주식의 가치나 실적을 보기보다 변동성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A라는 종목을 내가 장기투자 한다고 해서 A 종목의 변동성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즉 장기투자라는 것은 철저하게 계획하게 매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매수를 하고 손실을 봤다고 해서, 혹은 수익 중이라고 갑자기 계획에 없던 장기투자를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계획하게 장기투자로 접근했다면 단기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컨트롤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가를 매일 쳐다보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팔았더니 주가가 오르는 경험을 해봤다면 당신은 변동성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2. 복리수익

장기투자 자체가 수익률을 극대화해주지는 않는다. 아무 주식이나 매수해서 오래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상을 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기투자가 수익률을 보호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장기투자는 복리수익을 극대화하기 가장 좋다. 단기투자도 수익이고 장기투자도 수익인데 장기투자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비용의 최소화다. 단순하게 단기투자는 수수료와 세금이라는 비용이 든다. 복리수익에서 비용은 꽤나 아프게 작용한다. 비용에 관한 설명은 홍진채 대표의 저서 주식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구절로 대신하겠다.


““연 회전율 100%는 1년에 포트폴리오 전체를 한 번 갈아치운다는 뜻입니다. 연초에 1억 원어치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연말까지 1억 원어치를 팔고 그만 큼을 다시 샀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2020년 현재 거래세(매도할 때 내는 세금)가 0.25%(농어촌특별세 포함)이고, 매매 수수료가 0.015%(매수, 매도 각각. 수수료율은 증권사마다 다름)입니다. 따라서 1회전을 할 때마다 세금과 수수료 로 투자금의 0.28%를 내야 합니다.

한 번 매수해서 매도할 때마다 0.28%는 수 익을 내야 본전이라는 뜻이지요. 여전히 별것 아닌 것 같나요? 하루에 매매를 몇 번 하시나요? 연간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계산해본 적 있으신 가요?

일주일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회전시킨다면, 투자금의 0.28%를 매주 수수료와 세금으로 낸다는 뜻입니다. 1년은 52주니까, 연간 14.56%를 낸다는 뜻 이네요. 1년에 적어도 14.56%는 수익을 내야 본전이라는 건데요. 그만한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수 있다면 당신에겐 이 책이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고 펀드매니저에 견줄 수 있으니까요. 믿으세요. 진짜입니다.”

홍진채 -주식하는 마음-


3. 한계효용

개인적으로 체감하기에 장기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계효용이 아닌가 싶다. 주식에서 한계효용은 대개 부정적인 영향으로 쓰이지만 잘 이용한다면 장기투자시 큰 도움이 된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계좌를 살펴보면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방치중인 종목이 한 두개쯤 남아있다. 손실이 너무 커서 팔아도 아무 의미가 없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유중인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한계효용 때문이다.


처음 주식을 매수하고 2%, -5%가 되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수익보다 손실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보유중인 주식이 -10%대를 넘어서서 -20%, -40%, -50%를 넘어서면 처음 -5%때보다 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손실에도 한계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배가 고플 때 먹는 치킨 한 두조각은 맛있지만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는 치킨 한 두조각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이것 또한 한계효용 때문이다.


손실중인 종목을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면 어느새 방치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매수한 종목이 10% 수익을 보인다면 아주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때 기분이 좋은 것만큼 불안한 마음도 뒤따르는데 곧 수익을 잃게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다. 앞서 소개한 손실회피편향 탓인데 이 수익률도 어느 한계선을 넘어서면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200%를 넘어서면 어느정도 주가하락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이 긍정의 한계효용은 장기투자에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그렇다고 장기투자가 모든 리스크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시점에서 장기투자를 시작하는지 여부다.


과거 100년으로 돌아봤을 때, 미국주식 지수추종을 1929년에 고점에서 매수했다면 1957년까지 손실 중이고, 1970년 고점에 매수했으면 1983년까지 손실 중이다. 2000년에 매수했다면 2016년까지 손실이다.


아무리 장기투자라 할지라도

1. 시기를 잘 선택하고

2. 옳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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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보는 투자

-피터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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