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전쟁

by 폴리래티스


경제학자 머피와 로머는 1990년대 초, 조금 불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사회의 인재들은 크게 두 종류의 일을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사회 전체의 부를 키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부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는 일이다.


그들은 이를 각각 '생산적 기업가 정신'과 '지대 추구'라고 불렀다. 더 불편한 것은 실증 결과였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 성장률이 높았고,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성장이 더뎠다.


물론 변호사가 나쁜 직업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 사회의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기술 혁신 대신 소송과 규제 게임에 몰두할 때, 그 나라는 성장 동력을 잃는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인재전쟁'을 주제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1부 제목은 공대에 미친 중국, 2부는 의대에 미친 한국이었다. 두 편의 제목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이 설명된다.


인구 차이가 있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중국의 엔지니어 규모는 한국의 약 8배에 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에서는 엔지니어가 돈을 많이 벌고, 한국에서는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 머피와 로머의 연구가 예측한 대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가장 높은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중국은 수십 년에 걸쳐 국가 최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로 가도록 사회 구조를 설계해왔다. 칭화대 전기공학과,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그 나라에서 성공의 상징이 되도록 만들었다.


국가 주도의 왜곡, 효율성 손실, 정치적 리스크 같은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댄 왕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하나의 사실이다.


중국에서 공학자가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고 경제적으로도 보상받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기술 혁신의 속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신호가 만들어낸 인재 풀이 지금 전기차, 태양광, AI 영역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1833년 이렇게 썼다.


"미국에서는 부자가 아니라 주로 법률가가 귀족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로부터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미국 행정부는 로스쿨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법원은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의 역할까지 맡는다.


댄 왕은 《Breakneck》에서 법률가 중심 미국이 겪는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짚는다. 첫째,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 둘째, 정부와 사회가 전략이나 목표를 깊이 고민하는 대신, 새로운 규칙을 만들거나 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더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변호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약 400명. 유럽 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댄 왕은 미국만큼 법률 관련 인력이 많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창립한 피터 틸은 이 문제를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안전과 합의라는 핑계로 지난 50년간 성장을 멈춰버린 '전방위적 정체'입니다. 우리는 전진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시스템은 거대한 버그에 걸려 멈춰 있습니다."


법률가가 중심이 된 정치 시스템이 많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규칙을 다루는 데 집중할 때 사회 전체가 치르는 비용도 있다.


이 기준으로 한국을 보면 어떨까? 매년 수능 최상위권의 진로를 보면 답이 나온다. 반도체 설계보다 의대, 창업보다 공무원이나 대형 로펌이다. 당장의 개인에게는 더없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성장 엔진을 서서히 끄는 과정이다.


물론 한국에도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있고,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세계적인 산업 기반이 있다. 문제는 그 산업들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이다. 현재의 기반을 만든 것은 수십 년 전 이공계로 향한 인재들이다. 지금의 선택이 만들어낼 20년 후의 풍경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눈여겨봐야 한다.


댄 왕이 《Breakneck》에서 던지는 마지막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미국의 정치가 앞으로도 법률가와 금융 중심으로 흘러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엔지니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DOGE(정부효율부)의 행보,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워싱턴 진출,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재건 드라이브 등 이 모든 움직임을 단순한 정치 이슈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 다시 '만드는 나라'로 돌아올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정책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세 나라의 선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공학자에게 가장 높은 보상을 주는 나라, 법률 게임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몰리는 나라, 의대가 최고 인재를 흡수하는 나라. 어느 쪽이 더 잘살게 될지는, 20년 후의 성장률 데이터가 조용히 알려줄 것이다. 그 데이터를 기다리며 지금 어디에 베팅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장기 투자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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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왕 (지은이),우진하 (옮긴이)웅진지식하우스2026-02-05원제 : Breakneck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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