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적 특징과 성격적 상태에 대해
몇일 전 자동차 사고가 났다.
퇴근 길에 3차선에서 주행 중에 2차선에서 우회전하는 4차선으로 무리하게 집입하는 낡은 K7이 내 차의 후미를 받은 것이다.
(K7 낡은 차라고 묘사한건 어떤 편견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낡고 상처가 많아 보여 차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여 그렇게 적게 되었다)
신호에 걸려 창문을 내려, 차를 받은 것에 대해 인지를 시켰다.
상대방은 그냥 가볍게 부딛힌것 같은데 그냥 가자고 했다. 내려서 차량 후미를 봤더니 그냥 갈 상태가 아닌 것 같다.
내 차는 내 개인 소유가 아니라 법인차량이다.
내 차고 내 차 역시 낡고 애정이 없는 그런 차량이라면 그냥 가겠지만 법인차량이라 어쩔 수 없이 골목에 차를 세우자고 했다.
골목에 내려 차량을 함께 확인하고 상대방은 10번 넘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분당에 대단지 아파트에 함께 사는 주민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무리하게 왜 끼어들었는지 약간의 원망을 하며
보험사를 기다렸다. 나는 H해상보험 상대방은 S화재이다. 상대방은 본인이 100% 잘 못했다 모든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교통사고 전문가도 아니고, 그럴 것으로 생각했고 양쪽의 보험사 직원이 와서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영상을 떠서 갔다.
내 보험사인 H해상은 우리 잘못한 것 없고 차량 주행에는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 4명은 모두 골목을 떠났다.
내 차는 다음날 현대해상에서 가지고 갔고 대차도 바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법인차는 그랜져인데 BMW 5를 가져왔는데 차 좋더라)
엇… 근데 H해상에서 연락이 와서 상대방이 상방과실을 주장하고 있다는 한다. 어의가 없다.
“저에게 과실이 있는 상황이면 뭐 앞으로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입니까?” 반문한다.
H해상에서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가겠다고 한다. 화이팅 하세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도 몸이 뭐 아픈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없이 그냥 회사 다니면 잘 지내고 있는데 H해상에서 최종 7:3의 비율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여기서 끝내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방안 같아 잠깐 올라온 부화를 점잖게 내면에서 지웠다.
회사에서는 면책금은 내주지 않아 26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26만원이면 참 할게 많은데.
차를 가지고 출퇴근한지 참 오래되었다.
2015년 국장으로 승진하고 팀장이 되고 지하 3층에 주차 자리가 생겼고, 이후 회사를 옮기면서도 차로 출퇴근을 했고
지금도 회사에서 제공해 준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고 퇴근하고 식사를 위해 운전하고 애들 학원 라이딩을 하고 골프를 치러 다니고 여행을 다닌다.
차라는 작은 공간 (상대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모닝이던 그랜져든 승용차 공간은 그냥 작다고 생각한다)에서 지내는 시간이 꽤 되고,
운전을 오래했으니 운전하면서 얼마나 많은 상황이 있었을까?
운전을 하면 (특히 출퇴근) 좋은 감정보다는 안좋은 감정상태일 때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는 여행갈 때 가는 여정을 좋아하기는 한데, 서울에서 출퇴근, 외근 중에 막히고 끼어들고 나와는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불법을 자행하는 차들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오늘 아침에도 큰 애 학원들 데려다 주며 내 앞에서 무리하게 3개 차선을 위험하게 옮기며 불법 유턴을 하는 차를 봤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회사에서는 1년에 화를 1번 2번 낼 정도인데, 운전대를 잡으면 이상하게 분노장애 초기 증상을 보인다.
욕도 잘하고, 정말 위험한 순간을 마주할 때 클라션, 하이빔을 쏘고, 적반하장일 때는 창문을 내리고 말싸움을 하게 된다. (자주는 아니다)
방어운전도 능력일 수 있겠지만 비싼 차를 몰고 나오고 교통사고가 나면 몸이 다칠 수도 있는데도 왜 저렇게 운전을 하나 한심하다.
나는?
규정속도, 신호, 양보운전 잘하는 편이다.
어릴적 영국 런던에서 공부했을 때 건널목 앞에 서있으면 알아서 양차선에서 차들이 서는 것을 보고 큰 울림이 있어 왠만한 신호가 없는 교차로, 건널목에서는 사람이 있으면 선다.
이해도 하려고 한다.
급하게 운전하는 차들을 보면 급하게 화장실이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근데 난폭 운전, 이기적인 운전,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운전이라고 생각되면 욕이 나온다.
몇 일 전에도 직진하고 있는데 우회전 차량이 우회전 해서 3차선으로 가면 되는데 2차선으로 직선 주행을 하는 내 앞으로 아슬아슬하게 틀더니 1차선으로 쌩 들어가 버려서 욕을 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나의 운동신경이 참 대단하다 느낄만큼 정말 순간이었다. 아마 1m만 더 갔어도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창문을 내리고 xxxxxxxx를 시전했다. 그렇게 한다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닌데 하고 나면 후회만 남는데 왜 그랬을까.
인간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특히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 경험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운전에서 느끼는 불쾌함, 위험은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이다. 이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은 매우 높다.
공감가는 글을 읽었다. 댄 애리얼리 교수의 “미스빌리프“에서 성격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의 성격의 구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성격적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적 상태”이다.
성격적 특성은 우리가 누군가의 성격을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것으로 늘 함께하는 개인적 특성이다.
이 특징은 시간이 지나도 대개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되기 때문에 그가 자기 인생에서 맞닥뜨린느 모든 것을 바라보는 안경인 셈이다.
그러나 일관성은 늘 유지되지 않는다.
때로는 사람들은 다른게 행동하기하도 한다. 그러므로 성격적 상태라는 개념은 어떤 사람이나 그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여기에서 상태란 일시적인 성격 변화이며, 이 변화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며 짧은 시간 동안 실질적인 방식으로 그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고 한다.
여기서 예시를 드는 것이 운전이다. 운전할 때 갑자기 욱하고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평소에 괜찮던 사람이 어떤 위험한 사고의 순간을 마주할 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고 한다.
분노하는 모습, 그 순간 자기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이러한 유현의 단기 변화는 성격적 상태, 즉 일시적으로 전혀 딴 사람이 되는 상황의 한 사례로 보인다.
즉, 우리는 평소 성격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두고 내가 운전하면서 욕을 하고 분노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에 조용하고 MBTI는 I이며 자잘한 논쟁과 갈등도 싫어하는 성격이 운전에서 경험하게 되는 내 다른 모습이 이상했는데 그게 그럴 수 있다는 그냥 작은 합리화?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한다. 그냥 속으로 사고나 나라하며 조용히 그들의 불행을 기도하는 정도.
근데 이번 사고를 두고 누가봐도 내 과실이 없는 상황에서 30%라는 과실을 부담해야 한다니 그냥 이런 불평 불만을 이야기할거면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억울하고 짜증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운전, 모두들 배려심을 가지고 했으면 한다. 운전에서 사고는 나 하나 내 차 하나 다치고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