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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두툼 Oct 24. 2024

본가서 걸려 온 전화는 못 끊지.


시작은 마트였다.


신랑이 직장생활을 하며

혼자 살던 원룸의 짐을 빼서,

신혼집으로 짐을 옮기고,

새로운 세간살림을 사기 위해 기차를 타고,

엄마와 낯선 경기도로 발걸음을 한 날이었다.


60년 넘게 살던 곳은,

지리에 빤한 엄마였지만 결혼하는 딸덕에 올라온 도시는 어른인 엄마에게도 낯설었을 것이다.


자잘한 살림 도구들을 카트에 가득 담아,

계산대에  서서 결제를 하고,

한쪽에서 물건을 담아내야 하는 그때,

미래의 시어머니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주말인데,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을 뿐.


한가득 가격이 스캔되고,

담아야 될 물건이 늘어나는데도,

예비 신랑은 엄마에게

 '지금 무엇을 하는지, 뮐 할 건지'설명하느라,

계산대에서 뚝 떨어져 나가,

저 멀리 물러섰다.


새로운 살림을 꾸리는데,

자잘한 살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


계속 스캔되어 밀려 나오는 물건이 있던 그때,

"지금 마트서 계산중이니, 좀 있다 전화드리게요."

그 말 한마디를 못하고, 예비 신랑은 전화를 받느라 묵묵부답이었다.


그놈의 전화는 한 동안 계속되어,

무거운 봉투를 친정엄마와 둘이 나르던 중에서야 전화가 끊겼다.


'주말인데,

오서방은 무슨 급한 전화를 하는 거냐?'며

친정엄마가 궁금해하셨지만,

아직도 똑똑해지지 못 한 나는,

전화는 나중에 받으라고 화를 내지 못했다.(똥멍청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결혼 10년이 넘어서도,

아직도 전화 못 끊어 증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랑보다 두 살 많은, 시누이에게 걸려온 전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치 상사에게 전화가 걸려 온, 신입사원처럼 말이다.

시댁은 신랑에게 모셔야 될, 귀한 분이신 걸까..

갑자기 마음에 싸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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