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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두툼 Oct 24. 2024

시누는 시댁이 없는데, 어디서 교육받았지?

내 기억에 아마 그 일은 결혼 후 1,2년 안에 있었던 일인 거 같다.


명절의 고속도로 차 막힘을 결혼을 하며 처음 겪어 본 나는,

그 후로도 매번 돌아오는 설, 추석 명절은 버스를 타고 시댁행에 나섰었다.


명절 연휴 하루전날, 퇴근을 서두른 신랑과 함께 시댁행에 올랐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었다.

그렇게 부럽던 버스전용노선의 속도도 민족대이동이라는 명절에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자가용 이동보다는 더 빠르다는 위로를 해가며,

5시에 탄 버스는 목적지에, 자정을 넘겨 우리를 내려줬고,

택시를 갈아타며 시댁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어찌어찌, 뒤척거리다 잠이 들고, 또 그렇게 상에 올릴 전과 튀김을 만들고 뒷청소를 한 뒤였다.


지금도 눈치가 없고, 시댁의 의견에 한마디 반대가 없는 신랑은 그때도 역시나였다.

뒷정리를 끝낸 새 며느리인 나와, 거실에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자기는 피곤하다며 안방에 가서 누워버렸다.

새색시인 나에게 같이 쉬자거나, 너는 뭐 할래? 한마디 없이 말이다.


그런데 나도 마냥 새색시 재질만 가진 건 아니었다.

고모넷에게 둘러 싸여 살아온 우리 엄마의 삶을 보고 자라서인지,

아들만 사랑하고, 며느리의 고생은 당연시 여기는 같이 산 친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몸서리를 쳐서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피곤해서 자러 간다며 일어서는 남동생에게,

'어서 들어가서 쉬라'던, 시누이와 시어머님은 한곁에 조용히 앉아있던 내가 신랑을 따라 방에 들어가자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었다.

조용히 거실에서 일어나, 안방에 시어머님께서 펴주신 이불에 가서 신랑옆에 조용히 누워 자는 척을 했더랬다.

미친척하고 말이다.ㅋㅋ

시간이 흘러 신랑은 코를 골기 시작했고, 몸은 피곤하지만 잠은 오지 않던 나는 자는 척 조용히 누워있었다.


얼마 후, 아버님께서 자고 있는 우리가 깰까 봐 방문을 살짝 닫아주셨다.

그때였다. 바로 그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시누의 목소리.

"아빠, 방 문 닫지 마! 열어놔."


짜증이 섞인 딸의 목소리에,

시댁에서 딸이며, 부인에게 아무 힘이 없는 시아버지님은 다시 안방 문을 삐그덕 열어놓으셨다.


이상하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혼하지 않은 우리 시누는 왜 굳이 시아버님이 닫아주는  방문을 다시 열라고 했을까?

사람이 자면 보통은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말이다.


잠이 든 사람들 tv소리에 깨지 않게 방문 닫는게,잘못 된 일일까?

소음 없이 조용히 자면 안되는것이었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결혼 10년이 넘은 지금도 나는 아직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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