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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달콩이입니다
대파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꼬마소녀
by
키랭이
Nov 26. 2024
꿈 속에선 분명 마른 하늘이었는데 빗방울이 창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 집에서 맞는 첫 비 소식이었다.(보슬비 빼고..)
집 안의 공기가 제법 차가워져 아내 몰래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아내는 새벽녘에 안 방으로 와 남은 잠을 청하고 있고, 하은이는 너른 침대를 혼자 쓰고 있는 중이다.
"엄마~~~ 으엥~~ 아빠~~~~"
7시가 조금 안 되어 멀리서 알람이 켜져 달려가보니 침대에 앉아 울고 있다. 아직 분리수면이 잘 되지 않아 자다 깨면 부쩍 울곤한다.
"아빠, 책 읽어주세요"
눈도 다 못 뜬 아이가 눈도 다 못 뜬 아빠에게 책을 집어와 읽어달란다. 어제 밤에 처음 읽어준 '피터팬'이라는 동화책인데 자기 전에 읽어주었더니 생각이 났나보다.
"하은아, 아빠가 눈을 좀 다 뜨고 읽어줄게, 잠시마안~"
인형이 잔뜩 깔린 벽으로 이동해 지방 가득한 가슴팍에 아이에 머리를 갇다 붙이자 핫팩이 따로 없다. 꽤 분량이 긴 피터팬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 보다 질문이 디테일해진 것을 보니 내용을 좀 이해한 것 같았다.
"아빠, 우리 밖에 나가자"
"밖에? 좋아! 히히, 우리 엄마한테 가볼까?"
"좋아"
하은이는 책을 챙겨 앞장섰다.
"엄마~ 엄마 어디있지? (씻으러 갔음) 응? 대파다. 대파야 안녕~ 아빠, 대파 만져봐도 되요?"
"그럼~ 그 대신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줘야한다~ 옆에 토마토랑 바질이에게도 인사해"
얼마 전 마트에서 장 봐온 대파와 다이소에서 산 토마토, 바질을 심어 놨는데 기적같이 잘 크고 있어 아이와 함께 가꾸고 있는 중이다.
"
대
파야, 내가 동화책 읽어줄게"
하은이는 아직 글자를 모르지면 장면별 주요설명을 하며 빠르게 읽어나갔다. 책장을 넘기며 주요장면만 설명하는 하은이를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아빠가 빨리 읽어줄까? 천천히 읽어줄까?" 라고 하면 항상 천천히 읽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세상 이렇게 다정한 천사가 있을까싶다. (딸바보인가..,)
덕분에 대파도, 옆에 있는 토마토도, 그 옆에 있는 바질도, 그리고 새로 들어온 딸기도 그, 그 옆에 커다란 고무나도... 즐거웠을 것이라 동화같은 상상을 하며 출근 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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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은 것에 감동하는 (2)딸바보 (3)소방관입니다. (4)글쓰기를 좋아하고 (5)성악을 좋아합니다. (6)PTSD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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