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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Dec 27. 2023

질투의 화신.

고양이로 환생한 남자친구 10화.


(이 자식을 진짜 물어 말아)


"물긴~누가 누굴 물어!!

고작가 너어~ 준이 씨 물기만 해봐. 사료도 츄르도 없는 줄 알아!!!!"



오늘따라 고양이에게 자꾸만 소리를 지르는 채원이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준이다.



(아! 됐고 빨리 이 자식한테 내려놓으라고 해.)


"싫은데~"


(너 진짜 후회하지 마라)


"아악!"



화가 난 고작가는 갑자기 준이의 손을 물었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고양이가 아니야)


"너어~ 진짜 미쳤구나! 준이 씨 괜찮아? 잠깐만 얼른 약 가져올게."








손등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났다. 채원은 얼른 소독약을 가져와 면봉으로 준이의 손등을 치료해 주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고 호호 불며 밴드를 붙여주던 채원을 지그시 바라보는 준.

갑자기 채원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이채원 너무 가깝잖아. 지금."








이글이글 불타는 고작가의 눈이 준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저 것 들 이 진 짜!!!)



"준이 씨 일단 손목 좀..."



채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준은 놓을 생각이 없다는 표정으로 채원에게 옅은 미소를 띄운다.


두근거리는 두 사람의 심장이 채원의 집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단 한 사람 아니 단 한 고양이, 고작가만이 이 광경을 눈뜨고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채원 떨어져! 야! 떨어지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두 사람 사이을 막을 수 없었다.


고작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뭔가 결심한 듯, 싱크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갖 조리도구와 유리컵 유리접시 사이를 오가며 아래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준이와 채원이 깜짝 놀라 싱크대 쪽을 바라봤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고작가는 꼬리만 살랑거리고 있었다.



(거봐 내가 떨어지랬지~)



잔뜩 화가 난 채원은 고작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고작가 너! 진짜! 가만안둬!"






 



유리가 깨지듯 분위기도 와장창 깨져버렸다. 준이와 채원은 조심조심 유리 조각을 치우기 시작했다. 채원이 깨고 고작가가 깨고 이 집에는 더 이상 남아나는 유리가 없겠다.



"채원아 내가 정리할게, 고작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봐줘."



"응.."



고작가를 안고 집 안쪽 구석으로 들어가 이빨을 꽉 깨물고 조용히 고작가에게 말했다.



"너 좀 지저분한 거 알아? 지금?"



(내가 뭐?)



"어차피 너랑 상관없잖아"



(내가 싫다면? )



그때 준이가 채원을 부른다.



"채원아, 다 치웠어 고작가는 괜찮아?"



"응~ 멀쩡해~"



여전히 심통이 난 고작가과 아무것도 모르는 준,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채원. 셋의 기류가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얌전한 척하고 있는 고작가는 물을 마시며 채원의 눈치만 보고 있다.








"밤 산책이나 갈까 채원아? 고작가도 같이"



"아니야 고작가는 두고 가자"



(이채원 이 배신자...)



"그래도 같이 데려가야지."



"뭐가 이쁘다고!"



(와 진짜 너무하다. 너란 여자...)



"채원아 내가 고작가 안고 갈게"



고작가 가까이 다가오는 준을 보고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척하는 고작가. 준은 고작가를 잠바 속으로 쏙 집어놓고 지퍼를 반쯤 잠갔다.



"추우니깐 내가 안아줄게 고작가."



채원과 준은 팔짱을 끼고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선선한 바람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준이 씨 우리 컵라면이나 먹을까?"



"좋~지! 마지막은 역시 탄수화물!"



"역시, 배운 남자..."



고양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고작가 얼굴을 살짝 눌러 잠바 속으로 집어넣고 준이는 목까지 지퍼를 잠근다.



"고작가 잠시만 기다려~"








컵라면 두 개와 고작가에게 줄 츄르를 사서 편의점 앞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잠바 속에 갇혀있던 고작가도 채원 옆에 한자리 차지하고 둘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채원아 술 마시면 왜 면이 땡기는거지?"



"그러니깐 말이야. 특히 새벽에 먹는 이 라면의 맛이란..."



"천국의 맛이지!"



뜨거운 면을 호호 불며 맛있게 라면을 먹는 두 사람 뒤로 구름 사이로 뻗어 나오는 달빛이 핀 조명처럼 비추고 있다. 뜨끈한 국물까지 들어가자 마음까지 따뜻해진 두 사람은 밤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제 집에 데려다줄게. 고작가 너도"



"역시 다정하네, 준이 씨"



셋은 가로등이 켜진 길을 나란히 걷는다. 까만 밤에 노란 별처럼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이 이들을 지켜주고 있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이 그들의 이야기를 멈추게 하지만 또다시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하늘에서 작은 빗방울이 내린다.


토독토독 톡톡 툭툭툭-



"채원아 비야, 뛰어~"



"고작가 너도 달려!"



(비? 비 진짜 싫은데!)



집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게 된 셋은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전력 질주를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비에 젖은 생쥐처럼 홀딱 젖은 셋은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기에 바빴다. 준은 갑자기 채원 가까이 다가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쥐었다. 채원의 가까이서 준이 속삭인다.








"채원아 나 부탁이 있어."


"뭔데?"






1부는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2부에서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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