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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Dec 19. 2023

떡볶이 데이트와 삼각관계.

고양이로 환생한 남자친구 9화.



' 도대체 이 자식은 누구야?'


"이 자식이라니! 이 자식이라니~ 고작가 너!"


"채원아 왜 그래 고양이한테"


"아, 미안 고양이가 말실수를 했..."


"말실수?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해 너도 참 엉뚱하긴."


"그러니깐 그게..."



채원은 지금까지 고작가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전남친인 고작가와 현남친인 준. 그리고 채원.

셋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과 적막.


그 적막을 깬 건 고작가였다.



'이채원. 내 목소리는 너한테만 들려.'









'나한테만 들린다는 말이지. 그럼 준이 씨는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네.

다행이다.'



채원은 준에게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 이야기를 전달했다. 새로운 고양이들이 올망졸망 커가는 일희일비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고 혼자 사는 것도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고작가가 온 이후로 잠도 잘 자고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준이 씨 농담이야, 고양이가 어떻게 말을 하겠어~

일단 우리 떡볶이 부터 만들어 먹자 배고파"






채원은 준과 함께 먹을 떡볶이 재료를 준비한다. 양배추도 먹음직스럽게 썰고 무채도 썬다. 계란도 두 알 삶아두고 대파의 초록색 부분과 양파까지 준비 완료.  이제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준비하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소고기 다시다까지 준비하면 끝.

하지만 이 요리에 가장 큰 방해꾼이 있었으니, 바로 고작가다.


알콩달콩 신혼부부 같은 둘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자꾸만 질투가 나는 고작가는 소리 없이 그들에게 다가가 갑자기 채원의 팔 가까이로 점프했다. 고추장 한 스푼을 크~게 떠서 냄비에 담으려는 채원의 손에 들려있던 국자와 함께 아래로 떨어진 고작가.



"꺅! 놀랬잖아."


"야옹~"


"고..고작가 너 털에 고추장 묻었..푸핫"


(야! 이채원!!!!)


"미안해, 근데 네가 장난쳐서 그런 거잖아. 괜찮아?"


(내 몸에 고.추.장. 묻 은거 어떡할 거냐고!!)








"아이고 우리 고작가 또 샤워해야겠네

준이 씨 떡볶이 마무리 좀 부탁해"


(싫어 목욕은 죽어도 싫어 하루에 두 번씩이나, 못해 절대 못해)


"계속 이렇게 빨간 고양이로 살 거야?. 고작가 저기 가서 거울 좀 봐.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리본 미리 한 것 같은 느낌이야."


(대신 빨리 씻겨줘야 해..)



화가 나서 털을 바짝 세운 고작가를 보던 채원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옆구리에 고작가를 덜렁 끼운 채 욕실로 들어갔다.








"채원이도 참, 고양이랑 사람처럼 대화를 하네?

의심이라는 것은 하나도 하지 않는 준은 셰프가 된 것 처럼 떡볶이를 만들어 예쁘게 담았다."




그사이 뚝딱 떡볶이를 완성한 준은 서둘러 채원을 부른다.




"채원아 얼른 와 떡볶이 완성됐어~"

"응~~잠시만~거의 다했어"



두 번의 목욕으로 노곤해진 고작가는 서서히 눈꺼풀이 내려왔다.



(너무 졸리다... 안 돼... 잠들면 안 돼...저 둘만 놔두고...)



잠깐 곯아떨어진 고작가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채원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이 떠졌다.






"준이 씨~~그래가지구~"


(아주 그냥 혀가 없네 없어. 귀여운 척은 왜 하고 난리야.)



떡볶이와 함께 했던 맥주는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세 캔이 되었다. 맥주캔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채원과 준의 떡볶이 데이트도 무르익어갔다.


준이 잠시 화장실에 가자 고작가는 채원의 앞으로 와 커다란 눈망울로 째려보기 시작했다.



"어! 고작가 일어났어?"


"저 자식 집에 안 가?"


"가긴 왜~ 아직 맥주가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걸~~~~"


취기가 오른 채원의 콧소리가 더해지자 고작가의 불안함도 커져갔다.


"뭐? 아직? 그럼 언제까지 마실 건데!"


"그런 나도 잘 모르겠는데에~~ 왜 너 심심해 츄르라도 줄까?"


"야! 내가 지금 츄르 때문에 이래?"


"싫으면 말고~~ 어! 준이 씨 빨리 와. 맥주 더 가져올게."


계속 맥주를 마시는 둘을 째려보는 고작가. 그런 고작가의 질투가 채원은 귀엽기만 하다.








살짝 더 취기가 오른 채원은 고작가를 양손으로 들어 올린다.



"너, 말해봐."


"채원아 고양이가 말을 어떻게 해."


(놔라. 이채원. 좋은 말 할때)



복화술로 채원에게 말을 거는 고작가.



"말해봐 고작가 너 말 잘하잖아.

아까 이 자식? 이 자식 집에 언제 가냐고 그랬던가?"


"하하하 채원아 너 오늘 좀 귀엽다? 맥주 몇 캔에 이렇게 취한다고?"


(이채원 너 지금 취했어 빨리 내려놔라)


"갑자기 고작가에게 얼굴을 부비는 채원."


(이 여자가 오늘 진짜...)



이때 준이 고작가를 얼른 낚아챈다. 머리부터 천천히 털을 쓰다듬는 준.



"근데 이 고양이 눈이 진짜 매력적인데?"


"그치 준이 씨. 빠져드는 눈동자~ 너~무 매력적이야."








(이 자식을 진짜 물어 말아)


"물긴~누가 누굴 물어!!

고작가 너어~ 준이 씨 물기만 해봐. 사료도 츄르도 없는 줄 알아!!!!"



오늘따라 고양이에게 자꾸만 소리를 지르는 채원이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준이다.



(아! 됐고 빨리 이 자식한테 내려놓으라고 해.)


"싫은데~"


(너 진짜 후회하지 마라)


"아악!"



화가 난 고작가는 갑자기 준이의 손을 물었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고양이가 아니야)


"너어~ 진짜 미쳤구나! 준이 씨 괜찮아? 잠깐만 얼른 약 가져올게."








손등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났다. 채원은 얼른 소독약을 가져와 면봉으로 준이의 손등을 치료해 주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고 호호 불며 밴드를 붙여주던 채원을 지그시 바라보는 준.

갑자기 채원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이채원 너무 가깝잖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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