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기분 조작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방식

흩어진 나를 모아,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연습

by 하우주
무엇을 듣든지 무엇을 보든지 무슨 냄새를 맡든지 무엇을 맛보든지 아니면 무엇을 만지든지, 그 모든 감각들이 수백 분의 일초 만에 몸-마음의 화학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 제대로 알면, 누구나 자기 몸의 화학 구조에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 디팩 초프라, 『우주 리듬을 타라』 p.213


아침 6시의 작은 의식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 같은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2년 전 방광염으로 병원 신세를 진 냥이의 보충제를 챙겨주기 위해서이다.

말 그대로 보충제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냥이의 사료는 자동 급식기에서 정확히 6시 1분에 정해진 양이 나온다. 내가 일어나지 않아도 냥이는 밥을 먹겠지만 5시 40분쯤부터 냥이는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겨우 알람을 끄고 비틀거리며, 내가 잘 오고 있는지 뒤돌아 확인하는 냥이를 따라가 사료 위에 보충제를 올려주고 나면 어느 정도 잠이 깬다.


그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을 때도 있고, 다시 누워 명상을 할 때도 있다. 잠잠히 고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들이 날뛸 때도 많다. 대개는 별 의미 없고 중요하지 않은 생각의 파편들이 머릿속 여기저기서 튀어 오른다.

생각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가끔은 다정하게 말을 걸기도 한다.

“신났네”.

조금 잠잠해지면 호흡을 해 본다. 그 와중에도 튀어 오르는 생각들이 있지만 그냥 둔다. 호흡을 하다가 다시 살짝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잠에서 깨면 평온하고 개운하다.


산길에서 다시 만나는 나

아지랑 뒷산을 오를 때, 나는 종종 나를 다시 만나는 편이다.

산길은 계절마다, 날마다 얼굴이 다르다. 같은 길인데도 매번 다르게 보인다. 하늘도 그렇다. 어제와 다른 색의 하늘을 알아차리고, 구름을 바라보다가, 어떤 날엔 소보로빵 같은 구름을 보고는 빵이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별일 아닌데, 그 별일 없음 속에서 마음이 가볍게 풀린다.

아지는 더 재밌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며 어딘가를 바라볼 때가 있다. 나도 덩달아 그쪽을 본다. 물론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아지는 공기 속에서 냄새를 맡고, 음미하는 것 같다. 마치 ‘공기’라는 세계와 이미 연결돼 있는 존재처럼.

어쩔 때는 그런 아지를 보면서, 나도 잠깐 그 공기 속에 완전히 섞여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라는 경계가 옅어지고, 설명이 사라지고, 그냥 여기에 있을 뿐이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나는 이 경험을 예전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라고만 불렀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부른다. ‘조율’.


이미 완전한데, 왜 조율이 필요할까

여러분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존재다. 완벽하고 완전한 존재다. 풍요로운 존재다.
— 법상 스님, 『부자수업』 p.136

얀 케르쇼트의 『THIS IS IT』을 읽다가, 내가 산책길에서 반복해서 경험하던 감각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미 완전한 의식이다.

이 몸이 내가 아니고, 이 생각이 내가 아니고, 이 감정이 내가 아니다.

지금 이 생은 의식이 스스로를 경험하기 위해 펼쳐놓은 꿈이자 연극이다.


… 알았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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