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한 N요일
2024.08.08 7:15 am
출근길 루틴, 골목을 나와 큰길에 들어서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요 며칠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엄마 어디 아파? 목소리가 왜 그래?"
이렇게 물으면 엄마는 매번 쌩쌩하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답하신다. 애써 힘을 내 보는 듯 하지만, 엄마가 자식의 미묘한 변화를 알듯이, 딸 또한 엄마의 목소리로 그날의 기분과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가오는 주말에 만나서 하기로 하고, 일부러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명랑한 척 이어가 본다.
어제 아침 전화를 끊기 전에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오늘도 이야기해 본다.
"엄마 사랑해, 나 이제부터 맨날 맨날 사랑한다 말할래"
어제에 이은 고백에 엄마는,
"응 엄마도 사랑해"
하고 대답했다가 갑자기 버럭 한다.
"잉~참~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나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는 엄마를 닮았음이 틀림없다.
배시시 미소가 지어지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본다.
"말로 안 해도 알지만~~ 말하면 더 기분 좋잖아~"
엄마가 대답한다.
"그래? 알았어! 그럼 맨날 맨날 해.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바탕 웃음으로 출근길 루틴을 시작한다.
사랑한다 말하자.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그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기 때문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나는 매일 엄마에게 사랑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