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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Jun 16. 2023

타이콴의 Taschen 홍콩 매장

미술과 작가와 책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누릴 수 있는 많은 경험과 기쁨이 있다. 먼저 그 작가가 태어나거나 작업한 도시를 방문하는 기쁨,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나 장소들을 방문해 보는 기쁨, 그리고 작가의 작품과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장하는 기쁨까지. (작품을 컬렉팅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므로 차치하고)

 대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반 고흐가 동생과 나눈 편지들을 다룬 책을 보고 반 고흐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편지 내용 자체가 고흐가 자신이 작업한 작품들을 동생에게 보내면서 그 작품을 그릴 때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쓴 얘기였기 때문에 결국 작품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휴학 후, 어학연수를 갔을 때 자연스럽게 고흐 작품에 관한 영문책을 사게 되었는데, 이 작은 경험을 시작으로 몇 년이 지나 미술사 대학원에 입학하고, 결국, 반 고흐의 나라인 네덜란드 미술에 관해 공부를 하고 졸업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서론이 길었지만, 작품을 직접 보는 거만큼, 어쩌면 그 이상, 미술을 좋아하는 데에 있어서 미술책이 갖는 의미가 크다. 작가의 작품 앞에 섰을 때보다 그 작품을 작업하면서 작가가 남긴 말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홍콩에서 탸셴 매장은 다양한 미술책들을 한 번에 만나보기 좋은 장소다.

  타셴은 아트 전문 서적을 다양한 언어로 출판하는 독일의 출판사이다. 홍콩 아트 바젤에도 참가하여 서명이 들어간 한정판 책이나 알루미늄 등의 매체를 활용한 책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미지를 위한 책을 선보이는 만큼 좋아하는 작가나 시대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지금 타셴 매장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업 세계를 다루고 있는 A bigger book과 220 for 2020도 만나볼 수 있다. A bigger book은 책 이름이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큰 도판과 600페이지가 넘는 규모로 제작되어 책 자체가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진다. 220 for 2020은 데이비드 호크니가 2020년에 아이패드로 그린 220개의 작품을 책으로 담았다. 이러한 규모로 제작되는 각 에디션에는 마치 작가의 판화처럼 서명과 함께 번호가 붙여진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일정 기간 동안 두세 작가의 작품을 관련 도서와 함께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서처럼 작가나 양식별로 제작되는 하얀 책들도 배치되어 있다.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가 있는 이 책들은 타셴 매장뿐만 아니라 일반 서점 아트 코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타셴의 책을 판매, 전시하고 있는 The Eslite 서점 코즈웨이베이 매장의 아트 섹션




PLACE

출판사 Taschen 매장

홍콩 센트럴 타이콴 헤리티지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매장이 위치한 타이콴 헤리티지 자체가 홍콩 센트럴에서 유명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원래 경찰서와 감옥이었던 건물이 갤러리, 레스토랑, 역사관 등이 위치한 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미드레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갈색 벽돌 건물이 보이면, 그때 왼쪽으로 나타나는 넓은 계단 길로 나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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