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
거대한 러버덕은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PVC 조각을 연결하여 만든 대형 러버덕을 2007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프랑스, 브라질, 네덜란드, 칠레, 호주, 일본, 중국, 미국, 한국 등으로 순회시키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욕조에서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가지고 노는 모두의 디자인이라고 할 법한 러버덕이 어떻게 이 작가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을까.
작가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네덜란드와 관련된 조금 옛날이야기를 해보자면, 네덜란드는 17세기에 해상무역의 발달로 말 그대로 황금기, 골든 에이지를 맞이했다. 이 대항해시대에 네덜란드에서는 식민지 개척을 위해 나아갔던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를 그린 해상풍경화가 유행했다. 이렇게 17세기 해상교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중산층 계급이 급성장한 네덜란드의 미술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작품들이 제작된다. 그래서 네덜란드에 가면 가장 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도, 혹은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 가더라도 이러한 해상 풍경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러버덕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역시 미술관에서 이 해상풍경화를 접했는데, 이러한 17세기의 광대한 해상풍경에 현대의 일상적인 물건이 추가된다면 어떨까,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스케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케치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러버덕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일상적인 물건을 거대한 크기로 만들어 실제 공간에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이 현실화되면, 사람들에게 즐거움, 환상, 호기심 등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면서 미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설치미술이나 공공미술이라고 명하고 그 개념과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2023년 6월, 홍콩 빅토리아 하버에서 이러한 특별한 에너지가 전파되는 느낌을 실감했다. 홍콩의 러버덕, 더블덕스가 설치된 빅토리아 하버는 홍콩을 가장 홍콩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홍콩의 구룡반도와 홍콩섬 사이에 펼쳐진 빅토리아 하버의 풍경은 사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하버의 파노라마 뷰 속에서 귀엽고 친근하지만 거대해진 크기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두 마리의 오리를 만났다. 특히, 지난 주말, 오리가 에드미럴티 쪽에서 코즈웨이 베이를 가로질러 침사추이까지 빅토리아 항 해안을 돌기 위해 잠시 설치장소에서 떠나갈 때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 모두 즐겁게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전시 중 두 배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의미로 설치된 더블덕스 중 하나가 수축해 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즐겁게 지나간 듯하다. 많은 관심 속에 서로를 마주했던 사람들과 더블덕스 모두가 홍콩의 무더위와 잦은 비 속에서도 즐거워 보였다.
PLACE
빅토리아 하버
홍콩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독특한 지리적 위치로 홍콩의 역사와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사랑하는 장소이다. 파노라마 스카이라인 아래로 대형무역선과 컨테이너선, 스타페리, 크루즈 등의 온갖 배들이 쉬지 않고 오간다. 센트럴, 침사추이, 완차이 등 다양한 장소에서 빅토리아 하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