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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pr 03. 2024

merry 어버이날


삼 남매 맏이이자 장녀로 태어나 현재 재취업 욕망으로 드릉드릉 마음은 숨길 길이 없다. 본격적으로 카페를 내놓아도 깜깜무소식 쿠팡일용직 입금 알림 메시지가 유일한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간간이 안부를 물어오는 지인에게 쿨하게 요즘 쿠팡알바를 한다고 하면 반은 측은이요 반은 항상 부지런한 소로소로라고 대견하다 토닥여준다. 



부지런하다 국어사전 의미로 살았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왔던 거 같다. 부모의 거스름 없는 사춘기 시절과 스카이는 못 갔지만 초중고대학까지 프리패스 잔잔하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비슷한 적령기에 결혼과 출산을 다이렉트로 평범하게 치렀고 계속 평타는 했다. 잘 지낸다의 기준을 조금 낮게 설정하면 잘 곳 있는 집과 입에 풀칠을 하니 썩 나쁘지는 않다. 



셋 중 둘째는 공부를 제일 잘했다. 교대를 갔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은 안드로메다로 날리고 H.O.T의 열풍으로 영화영상과를 선택할 만큼 취업 도전을 해보다 결국 공무원이 되었다. 평생 목에 걸어줄 사원증은 방송국이 아닐지언정 정년이 보장되는 그곳에서 빠듯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막내이자 늦둥이 남동생은 남자인가 정체성이 궁금할 정도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며 큰소리도 여사친도 그 어떤 욕심과 용돈타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놈이 세상에 있나 싶을까 참 재미없고 뭐 하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내 눈에 은둔형 외톨이가 여기 있다. 요즘 MZ는 이런 거구나 꼰대짓 하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지만 명절 어버이날 엄마의 생일이면 마치 내 자식처럼 천불이 났다. 친척들이 남동생 뭐 하냐고 하면 취업준비 중이라 에둘러 말하지만 딱히 모르겠다. 노력은커녕 졸업 후 3년째 알바도 안 하는 기특한 녀석을 보고 있노라 사지육신 멀쩡한 놈이 왜 저럴까 입에서 마른침 대신 욕이 나온다. 



취업할 동생이 아닌 엄마와 저놈 왜 저러냐 대화의 마지막은 남동생을 감싸는 엄마가 못 마땅해 열불로 끝나  서로 상처만 남겼다. 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날 없다는데 셋 중 둘은 평범한 듯 자리를 못 잡은 형국이다. 제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엄마가 되어 미안함에 속이 불타오른다. 막상 망한 자리에 쉬이 벗어나지 못하니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그래 네가 원해서 그러겠니 하지만 노력이란 걸 보여다오 동생아 너라도 좀 엄마의 근심을 덜어보자 떠넘겨 보는 걸 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육아도 체험해 봤지만 여전히 휘청인다. 인생에 답을 못 구해 일단정지는 못하지만 스쿨존에 들어왔다. 30킬로를 넘지 않는 선에서 달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쿠팡알바가 들어오면 오케이 나머지는 카페를 지킨다. 얼떨결에 유치부 꽃꽂이 보조강사 자리가 들어오면 망설일 틈 없이 나간다 손을 번쩍 들었다. 친구 녀석은 카페는 망해도 넌 올해 일할 팔자인가 봐 잔잔하게 일이 들어오는구나 말에도 아니꼽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마음 잔고는 바닥은 아니구나 안도한다.



시간은 흘러 정수리에 득실득실 흰머리는 뿌리염색 시기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딱히 잘 보일 사람도 없지만 혹여 보조강사 자리에 단정함 더하고 싶어 뿌리염색도 했다. 이것이 순환경제인가 열심히 벌고 사용하는 모습이 웃프기도 하고 내돈내산이라 토닥였다. 1분기가 끝나고 다시 입술이 옴찔거린다. 동생녀석아 누나는 쿠팡 알바라도 하는데 면접이란 걸 봐야 취직을 하지 않겠니 어쩜 정장은 장롱 속에 송장이 될 지경이구나 잔소리 총알이 장전되어 언제 발사하나 틈을 노려본다. 



우중충한 날씨가 참 별로다 싶다. 화분에 물을 주며 마음을 다스리다 통창으로 멀대같이 키 큰 청년이 흰 셔츠자락을 다 넣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막내 그 녀석이다. 문을 벌컥 열고 어디 가냐 소리치고 싶지만 정장을 보아하니 면접 느낌이 온다. 꾹 참은 마음은 오래지 않아 카톡으로 이어져 어디 가냐 물음에 답을 얻었다. 면접 간다는 말에 셔츠 넣고 잘 보고 오라는 말을 붙인다. 화분을 마저 정리하며 꼭 취업이 되어 너라도 집에서 나가 효도하자 말이 간절하다. 





방울방울 투명한 물방울이 싱그러운 생명력을 보여준다. 페페잎 사이 못 보던 올망졸망 작은 생명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해 찾아보니 페페 꽃이란다. 좀 화려하면 좋을 텐데 잎과 별 구분이 없는 모습과 향도 없어 이게 뭐야 조금 실망스럽지만 5년 열심히 키운 보람인가 꽃을 보여주니 행여 좋은 소식을 알려주나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찰나의 경건함까지 얹어 우리 막내 붙게 해 주세요 어미의 목소리가 울린다. 



작지만 꽃이란 걸 알려준 필레아페페 꽃말은 '행운과 함께한 사랑'이다. 막내에게 행복한 운수가 왔으면 좋겠다 꼭 붙어라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2시간 뒤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고 면접합격을 알렸다. 선거가 끝나면 출근한다는 말과 큰 회사는 아니지만 집에서 가까워 나쁘지 않다는 말이 참 좋다. 동생도 얼마나 취업을 기다렸을까 3년 동안 어디라도 들어가라는 말로 어줍게 라테는 말이야 침 튀기며 말한 인생 선배에게 회사 간다 목소리는 당당함이 묻어 있다. 누나로써 기쁨보다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매일 간절히 기도하는 엄마는 얼마나 행복할까 이제 걱정 덜고 조금은 편하시겠다 짐작해 본다. 다가오는 어버이날 당당하게 자식걱정 덜고 꽃놀이 다녀오시라 맏이는 천천히 속력을 조금 더 올려보려 한다.   



멋대로 하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다.
- 도덕경 37장-


인간이 그리는 무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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