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지천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발한다. 매년 어른들은 어머머 외치며 처음 본 것처럼 감탄사를 연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을 지나간다. 반면 아이들은 길가에 널린 민들레만 보면 그렇게 환장을 한다. 남매끼리 서로 불겠다고 쌈박질이 나는 건 국룰이다.
두 살 터울 남매는 민들레 말고 싸울 일은 흔하다. 심심해서 재미있어서 약 올라서 이유는 가져다 붙이면 그뿐 그들의 불꽃 에너지를 잠재우는 건 서로 떨어져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 둘째 아이와 단둘이 마트 가는 길은 아이스크림만큼 달콤하다. 동네 골목길 조잘조잘 어미와 딸은 그저 그런 농담과 사소한 웃음이 까르르 봄볕만큼 따뜻하다. 길 모퉁이에 올망졸망 민들레가 지고 씨앗을 만들려고 입을 앙 다물고 있었다. 아이는 동그란 솜사탕 모양이 없다며 못 내 아쉬워했다. 오빠 없을 때 실컷 불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하나하나 모아서 집으로 조심스럽게 가져왔다.
고사리 같은 손에 민들레가 모여있는 걸 보니 새삼 딸아이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게 느껴졌다. 오빠와 투닥투닥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려 실과 바늘을 가져와 엮어서 가랜드를 만들어 작은 정원에 걸어 두었다. 딸에게 여기서 달콤한 솜사탕이 줄줄이 달릴 거야 기대하라며 너무 예뻐서 기절할지 모르니 놀라지 말라는 액션도 보여줬다.
조금씩 벌어지는 민들레를 보면서 아이는 너무 신기해했고 길에서 보던 그 민들레 같지 않았던지 살포시 만져 보았다. 살면서 민들레를 이렇게 가까이 오랜 시간 관찰했던 적이 있나 씨앗 한 올 한 올 보고 있는데 벚꽃만큼이나 경의로웠다. 세상 모든 생명은 아름답구나 아이가 그렇게 달려들어서 후 하며 불어서 날려버리는 1초를 위해 이렇게 예쁜 모습을 하고 저를 불어주세요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바람이 불어 살랑살랑 흔들리는 솜사탕 민들레가 일렁인다. 혀로 한 입 먹고 싶은 유혹은 접어두고 뽀얀 민들레가 가져다준 작은 기쁨은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