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유독 마음이 내려앉는다. 1월에 이루고자 했던 다짐들이 무너져서 그런가 곱씹어 생각을 해보아도 딱히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오히려 작년에 나보다 많이 배우고자 노력했던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마냥 축복해 줄 수 없나 혼자 위로를 건네어보지만 한번 흐트러진 마음은 쉬이 해결이 되지 않는다.
연말의 기분 탓으로 올해를 빨리 마감하고 새해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새해엔 더 또렷하게 살아 보자 다짐을 하며 한 달 먼저 휘청인 고민들이 2025년을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 용기를 더해봤다. 작심삼일도 아니고 반나절 아니 매 시간마다 속절없는 고민들과 어수선한 모든 것들이 슬펐고 푸르른 하늘처럼 선명하게 바뀌길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어수선한 마음은 이번에도 말 못 하는 식물에게 내려앉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며 멍하게 앉아서 쓰다듬기도 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너희들처럼 나 또한 거침없이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많았지만 마음 둘 곳이 없어져 버리니 책을 읽는 것은 도피처가 되었고 글쓰기는 할 말과 하지 못 한 말 사이를 오고 갔다. 돌고 돌아 결국은 내가 또렷하게 짚고 일어서야 함을 알기까지 괴로웠던 시간과 지루하게 어리석었던 마음과 헤어지는 방법은 발목에 족쇄처럼 끊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국 남편이 너는 요즘 뭘 하면서 지내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정말 뭘 하고 사는지 되물었다.
아팠던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다물어버린 입술은 여러 날 아렸고 나조차 다정한 말을 건네줄 수 없었다. 지저분한 거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먼지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느끼는 순간 이건 내가 아니야 없애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거실에 있는 물건을 비워내며 빈틈을 만들고서 조금 진정이 되었다. 오롯이 비워낸 그곳 가족이 보였고 내 쉴 곳을 여기구나 뜨거운 기운이 퍼졌다.
주저앉던 몸을 일으켜 세워 마트에서 저녁 먹거리와 매장에 전시된 마지막 남아있는 트리를 가져오는 뻔뻔한 모습은 다급함을 넘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평소와 다른 저녁상차림과 함께 모인 식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을 묻자 아이들은 오늘이 최고 행복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단단하게 살아야 할 답을 얻었다. 12월과 1월 계절을 따지자면 달라질 것 없는 그것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바람이 매섭고 뺨이 시린 겨울 그 끝에서 메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때쯤 어여쁘다 잘 버텨 돌아왔다 말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