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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여행] 핫바디&맛집

by 소로소로 Jul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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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가족여행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친정 식구 완전체의 여행이라니 남들은 쉽게도 잘 떠나는 여행이지만 우리 가족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떠나기 전에는 몰랐으나 나오니까 너무 좋아 입이 안 다물어진다. 친정엄마는 아직도 3교대로 일을 하셔서 끝나고 느긋하게 양양으로 출발했다. 정말 휴가 철이구나 휴게소마다 꽉꽉 들이차서 먹을 수가 없었고 우리는 핫도그 하나씩 입에 물고 숙소로 향했다. 



행운이 이제 열렸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은 없었다. 인천에서는 바닷가에 자리 한번 잡고 놀려면 거짓말 안 하고 새벽같이 떠나야 했다. 오픈런을 해서 도착하면 따닥따닥 골 때리는구나 모래놀이를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이번 여행의 묘미는 여동생이 모든 루트와 강원도 올 때마다 먹어봤던 음식 중에 맛있는 곳만 초이스 했다. 우리는 입과 카드만 준비하면 된다. 



막국수 한 그릇 하실래요?



남경막국수


우린 솔직하지 못했다. 남편과 난 막국수를 싫어하는데 잘하는 집이라고 가도 면이 뚝뚝 끊어지고 진짜 이게 무슨 맛인지 모를 무맛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긴 차량이동으로 이미 지치고 배고파 그곳으로 갔다. 본점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어 살짝 불안했지만 가게가 청결하고 시원해 이번엔 다를 거야 생각하며 착석했다. 가족수로 막국수와 곁들일 보쌈을 주문했는데 보쌈이랑 같이 나온 취나물이 들기름과 잘 버무려져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다. 평소에 들기름은 두부 구울 때만 먹었는데 이렇게 나물에 무쳐서 먹으니까 임금님이 드신 나물은 간이 세지도 않고 심심한데 고소한 맛을 냈을 거 같다. 




기본 시그니처 물막국수
식초, 겨자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는다. 본연의 맛을 느끼라며 심심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평양냉면을 즐기지 않는 나도 오 괜찮은데 느낄 정도로 맛있었고 면이 뚝뚝 끊어지지 않아서 더 좋았다. 




남편의 선택은 비빔막국수
늘 먹던 비빔장의 달고 매콤함이 아니라서 적응을 못 하셨고 잔잔한 맛이다. 



들막국수


내 선택은 들막국수
받자마자 깨탕인가 너무 웃겼는데 맛은 셋 중에 제일 좋았다. 입 짧은 내가 한 그릇을 순삭 했고 마지막까지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함만 남았다. 잠들기까지 속이 편안하게 모셔준 고마운 막국수다. 



밥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들른 서피비치는 몇 년 전에 왔을 때랑 너무 달랐다. 젊은이들이 서핑과 요가를 하고 있었고 외국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간접적으로 나도 젊어진 기분이랄까 덩달아서 20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둠칫둠칫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20년만 젊었으면 혼잣말이 나왔지만 가족 완전체도 아쉬움이 없었다. 시원한 여름밤바람이 불어오고 아이들은 신이 나 겅중겅중 뛰었다. 엄마와 동생 남편 제부까지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본 여름휴가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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