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일을 끓여보세요
옆동네 사는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형, 자두 많이 열렸는데 좀 드릴까요?”
집 정원 한쪽에 있는 자두나무에서 처치곤란할 만큼 자두가 주렁주렁 많이 열렸다. 전달받은 자두가 두 자루 정도. 달콤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절반 정도는 벌써 많이 익어서 얼른 먹지 않으면 다 상해서 버리겠는데.
결국 다 먹지 못했다. 그래서 잼을 만들기로 했다. 과육을 반으로 썰고 씨는 다 빼낸다.
약한 불에 뭉근히 끓이면서 설탕을 과육의 80% 무게로 집어넣는다. 잘 끓인다.
적당히 끓어오르면 도깨비방망이로 한 번 갈아준다.
씹는 맛을 살리고 싶으면 대충 갈아주고, 부드럽게 맛을 선호하면 곱게 갈아주면 된다.
농도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데 주걱으로 떠서 흘러내리는 정도를 보면 된다. 꿀처럼 천천히 떨어지면 다 식은 후에 좀 단단히 굳게 된다. 나는 계란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정도를 선호한다. 이쯤 되면 불을 끈 후에 인덕션에 남아 있는 잔열로 식히듯 놔두면 딱 내가 원하는 잼의 굳기로 완성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빈 병을 모아뒀다. 나누어 담아 플럼 잼을 만들어 ‘수제’라는 이름을 붙여 선물로 나눠주면 보은이 마무리된다.
자두, 그러니까 Plum은 마트에 가면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가지 종류의 잼이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있다. ‘수제’라는 이름이 없다면 굳이 ‘내가 만들었소.’하고 수고하기보다는 마트에서 사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한국에서는 포도, 사과, 딸기잼이 흔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자두잼, 딸기잼, 블루베리잼, 블랙커런트 잼, 레드베리잼(딸기, 라즈베리 등의 붉은색 베리류로 만든 잼), 쓰리 베리잼(세 가지 베리류로 만든 잼), 마멀레이드, 레몬커드 등 다양한 잼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흔한 포도, 사과잼은 없다.
포도와 사과는 1년 사시사철 내내 먹는 과일이라서 그런가? 주변에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과잼을 싫어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사과가 워낙 품종이 다양해서 한 품종의 출하시기가 끝나고 다른 품종의 출하기가 오면 이전 품종의 가격이 확 내려간다. Kg당 99센트로.
그럼 그때 잔뜩 사서 사과잼을 만든다. 사과잼은 확실히 손이 많이 간다.
나는 부드럽게 먹는 것보다 조금씩 잘게 씹히는 맛을 선호하는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믹서기로 갈아서는 안된다. 사과를 냄비에 넣고 끓이기 전에 일일이 조각조각으로 잘게 썰어줘야 한다.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손이 많이 가니 무척 힘들다. (요리는 만들 때 귀찮으면 더 맛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래도 완성된 잼을 보면 한 조각 한 조각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게 입맛을 돋운다.
사과잼을 선물 받아먹어본 키위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 어디 선데이 마켓에서라도 팔아봐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칭찬 세례다.
스프레드와 함께 먹는 토스트가 있는 아침식사
빵 종류; 베이글 / 치아바타 / 잉글리시 머핀 / 브리오슈 / 토스트(화이트 / 곡물 / 사워도우)
버터; 식물성 버터 / 일반 버터
잼(스프레드); 블루베리잼 / 딸기잼 / 쓰리 베리잼 / 누텔라
치즈; 크림치즈 / 리코타 치즈
기타; 아보카도 / 계란 / 햄
이 정도의 재료로 조합을 하면 거의 무한대로 제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1. 베이글 + 크림치즈 + 블루베리 잼
2. 토스트 + 식물성 버터 + 리코타 치즈 + 쓰리 베리 잼
3. 토스트 + 버터 + 누텔라
4. 치아바타 + 식물성 버터 + 쓰리 베리 잼
5. 잉글리시 머핀 + 버터 + 계란 + 햄
6. 토스트 + 버터 + 아보카도 + 쓰리 베리 잼
7. 브리오슈 + 버터 + 딸기잼
당신의 베스트는?
나는 6번 + 리코타 치즈.
5번도 괜찮다. 1번도 좋다. 실은 다 좋다. 다 맛있다. 하나를 고르는 게 힘들다.
한 번 시도해 보시라. 반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