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 퓨우 고로롱 '
아이들의 숨소리가 깊어졌다. 저마다 특유의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각자의 꿈나라 여행을 시작했나 보다.
하늘을 향해 누워 두 팔을 위로 올린 채 나비 모양으로 잠든 아이, 보드라운 핑크빛 이불을 베개 삼아 볼과 입술을 데고 엎드려 잠든 아이.
옷 사이로 빼죽 나온 말랑한 배를 옷으로, 이불로 덮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춘다. 보드라운 감촉과 달콤한 향이 온몸을 감싼다.
아이들과 함께 꿈나라의 초입에서 되돌아 나와서일까. 육신과 정신이 슬로우모션이다. 어기적대며 아이 침대에서 어른 침대로 올라앉아 가만히 어둠을 바라본다. 잘까. 말까.
침대 옆 협탁에 있던 무선스탠드를 가장 낮은 조도로 켠다. 앞에 놓인 책 네 권의 제목을 훑는다. 고요한 밤이어서 일까. 흰색 바탕의 글쓰기 책이 눈에 꽂힌다.
혹여나 아이들이 깰까, 책의 지면만 비추도록 불빛을 가까이 옮긴다. 푹신한 매트리스와 등에 기댄 커다란 쿠션이 몸에 가만히 달라붙는다.
아이들의 숨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간다. 잠이 올 듯 말 듯 몽롱한 정신에서 읽혀지는 글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마음을 꾹꾹 누르며 지나간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다이어리에 흘겨 두기도, 떠오르는 글감을 핸드폰에 기록하기도 한다.
30분 정도 지나면 흰색 종이 위의 까만 글자들이 제멋대로 뭉개진다. 그때 바로 포근한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겨 눕는다. 그럼, 1분도 안되어 꿈나라로 향한다.
반 년 정도 되었다. 나만의 야밤 독서.
어느 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육아 서적을 한 권, 두 권 구입했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쌓아져만 가는 책들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스탠드도 구비해 두었다. 그러다 자기계발서, 에세이, 글씨기 책까지 영역을 확장해 갔다.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한 지 어느덧 8년. 주말까지 홀로 육아를 하고 있으니, 사실상 혼자 고요히 앉아 책을 읽을 시간은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의 틈새 시간이다.
잠에서 이기고 일어난 일주일에 한 번 겨우 갖는 시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
오늘도 핸드폰에 볼 것도 없었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침대 위에 앉아 별 생각 없이 집어든 책, 이어진 읽기, 떠오르는 생각들 끄적이기가 계속되었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 이 시간들이 왜인지 점점 소중해질 것만 같다.
오롯이 나만이 누리는 이 감정들이 애틋하다.
나와 더 친해질 수 있는 따스한 순간들이 계속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