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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Aug 10. 2023

남편의 옥상정원

"난 비 오는 날이 좋아졌어"



옥상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후 남편은 식물 가꾸기에 열성이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대견하다고 한다. 식물 키우기 전에는 비 오는 것이 싫었는데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은 식물들이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며 비 오는 날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난 시골에서 자라서 부모님의 일손을 도우면서 밭일을 해보아서  그런지 식물을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식물 키우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남편의 옥상 정원의 대부분은 먹을 수 있는 식물만을 취급한다. 상추, 호박, 고추, 감자, 방울토마토에서 시작해서 각종 과일에서 나오는 씨앗도 심었다.

 상추는 바로 따서 먹으면 마트에서 산 것과 맛이 다르다. 야들야들하고 쓰지도 않고 부드러워서 상추가 맛있다. 하지만 상추를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심는 것이 아니라 많이 심는다. 옆집, 아랫집 나눠 먹고 동네 지인들과 나누어 준다. 어느 순간 난 상추 아줌마가 된다.

" 00 엄마가 아니라 상추 주는 엄마"로 호칭이 바뀐다.






상추철이 지나면 방울토마토의 철이 온다. 분명  5개의 작은 모종이었는데 커가면서 덩치가 커지면서 세력을 확장하여 많은 가지들이 생긴다. 가지마다 초록의 방울토마토가 달린 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아이들과 남편은 매우 신기해하면 식물의 신비로움에 대하여 매우 감격한다.

초록색의 방울토마토는 빨갛게 익어가면서 토마토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다. 처음에는 아깝고 귀엽다며 아이들은 먹지도 못했는데 그 수가 늘어갈수록 이제는 토마토를 먹어야 한다. 아이들은 그냥 보는 것만이 좋았는데 먹기 싫은 방울토마토를 먹어야 한다. 불쌍해서 못 먹게 다는 동정심에 호소해도 먹어야 하는 존재이며 먹어서 소진해버려야 하는 식재료인 것에 불과하다.  시중에서 파는 방울토마토처럼 크기가 크지 않다 보니 골라서 큰 것은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작은 것은 먹어야 한다.






고추도 심었다. 문제는 청양고추와 안 매운 고추를 구분하지 않고 심어서 고추를 따서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고추는 매운맛을 내야 하는 모든 음식에 넣게 된다. 뿐만 아니라 냉동실에도 들어가서 겨우내 매운맛을 내는데 쓰인다.

또한 허브도 심어 놓아서 종류를 여러 개 심어 놓아서 남편 스스로가 헷갈려한다. 씨를 심었는데 이렇게 자랐다며 아주 행복해한다.  틈틈이 수박과 참외 그리고 딸기까지 먹다가 나온 씨로 심어서 작은 열매를 맺기도 한다. 옥상은 남편의 실험실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깨끗이 정리하면서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먹을 수 있는 단계가 넘어가면 뽑고 다른 것을 심거나 정리하면 되는데 씨를 받아야 한다며 마냥 우후죽순의 상태로 그냥 놔둔다. 내 마음 같아서는 확 다 뽑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남편의 힐링장소임을 알고 있기에 그냥 눈을 감는다.

난 빨래 말리려 와 수확물을 채취할 때만 올라가서 해결하고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바라본다.




남편의 옥상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과의 공통점을 찾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울때도 아이의 장점은 칭찬하고 단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말라고 한다. 옥상상태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그냥 내가 이용할 것만 이용하면서 '이런 것도 키웠네 ', '열매가 잘 달리네 ' 라며 간간히 칭찬하면 된다. 어떻게 내가 아닌데 다 내 맘 같을까 라는 생각이 아이는 커가며 점점 더 들게 된다. 어릴 때는 말을 잘 듣고 엄마가 말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엄마말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 자기주장이 커지면서 자기만의 마음속 옥상정원이 생기고 있다.


누구나 각자 마음속의 옥상정원이 품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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