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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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마실까?'
'커피는 몸에 좀 부담을 주니까, 계속 마시게 되면.. 안좋겠지?'
'그럼, 에이드는 어떻지?'
'에이.. 에이드 마실 바에야 차라리 생강차를 마시는게 더 좋지'
내가 지금 커피숍에 와 있냐고?
아니 전혀.
위의 대화는 내가 오늘 아침에 부엌에서 물이 끓는 커피포트를 바라보면서 했던 혼잣말이다.
매년 한 살씩 먹어가는 나이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머릿속 생각의 체계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나이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40이 되고 나니, 자기가 맛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내 입으로 집어 넣었던 내 혀가 이제는 내 두뇌의 말을 잘 듣기 시작했다.
내 혀가 내 두뇌의 말을 잘 듣게 된 것은 비단 먹는 것에서 뿐만이 아니라 말하는 것에서도이다.
흠..
'좀 더 일찍 내 혀가 내 두뇌의 말을 잘 들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못해도 의사정도는 하고 있으려나..?'
나는 토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3류 프리랜서 영어강사이자 통역사이면서, 또한 개인사업자이다.
3년째... 거의 아무 사업도 하지 않는 개인사업자이다.
3년 전에 내가 개인사업자가 된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자기 터진 COVID19 팬데믹 때문에 몇 년째 그럭저럭 잘 운영되던 토플학원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방금 '운영하던'이 아닌, "운영되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수동성(Passivity) 때문이다.
우리가 다 알고 경험하고 있듯이, 수동성이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것의 작용을 받아 움직이는 성질"을 말한다. '아주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신 네이버 국어사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살랑살랑~'
3년 전에 내가 개인사업자가 된 것은 바로 내가 가진 이 고질적인 "수동성"에 냐름대로 반기를 드는 행위였다.
내가 20대일 때만 해도, 나는 꽤 다양한 경우에 남들이 잘 생각하지 않던 것들; 하지만 십 몇 년이 지난 지금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생각해 내고 실천으로 옮겨서 큰 돈을 번, 그런 것들을 한 번씩은 생각해보곤 했다. 예를 들면, 현재의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나 전동 킥보드 같은 1인 모빌리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내 속의 또 다른 나의 존재를 나는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달은 것이 바로 3년 전이며, 그 때부터 약 3년 동안 나는 내 속의 수동적인 또 다른 나 자신과의 전쟁을 매순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지금 기록하고 있는 나의 인생일기는 그런 나의 수동적 자아와의 전쟁의 전리품 중에 하나이다.
그럼, 따뜻한 생강차 한 잔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생강차
#수동성
#실천
#40대
#개인사업자
To the Next Episode..
Q: 여러분의 최애 음료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