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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07. 2024

그 녀석들의 아지트 part 2

EP 18

당시 학교의 쓰레기장이나 분리수거장 뒤편의 작은 공터는 일진 무리들의 아지트였다


그날 아침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평소라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싫고 귀찮아서 침대에서 미적거리다가 이모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겠지만, 그날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아침 일찍 일어났고, 밥도 제일 먼저 먹었으며, 학교에 갈 준비도 가장 먼저 마쳤다. 이제 나는 그 신상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서면 되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나는 너무나 즐거웠다. 왠지 모르게 옆의 학생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느낌도 들었다. 아니, 분명히 나의 재킷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학교 후문에 들어서서도 나의 기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교실에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아서도 나는 내 신상 재킷이 행여나 때가 탈까 봐 잘 개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먹고 있는데, 일진 대장 김대훈(가명)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에게 와서 재킷을 한 번 입어봐도 되냐고 묻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그 학교로 전학을 간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우리 반의 일진 무리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새로 사귄 친구들로부터 다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입어봐도 된다고 말했다.


김대훈은 나에게 재킷을 받아 들고는 쓱 한 번 입어보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날 오후에 체육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서는 알게 되었다.


사실, 그날은 체육 수업이 오후에 있어서 체육복으로 환복 후에 책상 위에 교복을 접어 두고 교복 아래에 재킷을 놓아두었었는데, 체육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 보니 재킷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김대훈의 짓임을 알았고, 즉시 고개를 돌려 교실 가장 뒤편 창문 자리에 앉아 있는 김대훈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의 사라진 옷을 김대훈이 입고 있지는 않았다. 대신, 그 몹쓸 녀석은 내가 쳐다보자 눈을 크게 뜨면서 나에게 혀를 내밀고 웃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어찌 되었든지 김대훈이 이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일단, 최대한 그 녀석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서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다음 시간 내내 나는 최대한 짱구를 굴렸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표정을 찡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옆의 짝이 나에게 내가 아침에 입고 왔던 재킷과 매우 흡사한 모양의 재킷을 옆반 누군가가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느낌이 왔다.


나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총알같이 옆 반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재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한 놈을 찾았다. 그리고, 그놈에게 뛰어가서 바로 옷을 잡고 이 옷을 네가 산거냐고 물었다. 그놈은 펄쩍 뛰면서 나의 멱살을 잡았고, 그놈의 얼굴을 본 나는 힘이 빠졌다. 그 녀석은 바로 우리 반 일진 짱 김대훈과 언제나 같이 다니는 일진 무리 중에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앞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두려웠지만 필사적으로 재킷을 잡고 재킷 안쪽에 붙어있는 태그(Tag)를 찾아서 잡아당기면서 이 옷이 정말 네 것이 맞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은 계속 내 멱살을 잡고 무서운(?) 부산 사투리로 욕을 하면서, 자기도 똑같은 것을 샀었다고 자기 것이라고 우겼고, 나는 태그를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그 녀석의 주변으로 그 반의 모든 아이들이 무슨 일이냐며 다들 모여들고 있었다.


내가 태그를 잡고 놓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인데, 거기에 내가 네임펜으로 이름을 똑똑히 써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 사이로 김대훈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몹쓸 녀석은 내 손을 잡아채려고 했지만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여기 태그에 내 이름이 쓰여 있다고!!!"


순간 내 재킷을 입고 있던 그 다른 반 놈과 김대훈은 동시에 멈칫했고, 나는 재킷의 끝을 얼른 뒤집고 그 태그에 쓰여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내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내 신상 안전지대 재킷을 빼앗을 계획이 거의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직감한 두 놈은 뻘쭘해졌는지 귀가 빨개졌다. 그 도둑놈들은 주변의 아이들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재킷을 나에게 던져버리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드디어 내 손에 나의 귀중한 신상 재킷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대훈이 자기의 손에 들어온 물건을 그렇게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는 그놈의 일진 무리들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하면서, 교실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후 하교할 때쯤, 김대훈과 한 패거리인 우리 반의 한 놈이 내 자리로 와서 학교 뒤편 분리수거장으로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드디어 나에게도 일진들의 검은 손길이 뻗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명확하고 큰 목소리로 싫다고 말했다.


그놈은 내가 싫다고 할 줄은 몰랐는지 꽤나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날은 그렇게 잽싸게 학교를 빠져나왔다. 나는 후문으로 뛰어나와서,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달렸는데, 하교를 하는 많은 학생들 틈에서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뛰느라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내 이름을 외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일 아침'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김대훈 패거리들의 쫄깃한 1차전이 모두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김대훈과 그의 몇 무리들은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일진

#중학교

#전학생이야기

#삥뜯김

#안전지대



Q: 여러분은 중학교 시절에 가장 빨리 달려본 기억이 있나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빨리 뛰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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