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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02. 2024

그 녀석들의 아지트 part 1

EP 16

90년대 잘 나갔던 의류브랜드의 로고들(출처: 구글)

'너 "게스" 알아?'

'알지. 유명한 의류 브랜드 아냐?'

'그렇지.. 그럼, "안전지대"는?'

'음.. 알지.'

'그래? 그렇다면, "인터크루"는?'

'그것도 알아.'

'헐.. 너는 진짜 옛날 사람이네.'

'엥? 너도 알고  있잖아?'



내 인생에 있어서 몇 번의 전학이 있었고 그때마다 적응하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서 시작된 외할머니 집에서의 생활은 매우 순조로웠지만, 당시, 여자만 여섯 명인 외할머니 집에서 15살 남자아이였던 내가 한 사람의 남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큰 이모부가 계셨지만, 당시 운영하고 계셨던 정육점의 일이 바빠서 밤늦게나 집에 돌아오셨기 때문에 집에서 남자는 거의 나 혼자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곁에 함께 계시지 않은 생활을 했던 것은 내 마음의 한 구석에 큰 빈자리를 만들었지만, 부모님의 빈자리가 여러 부분의 실체적 부족함이 되어 내 인생의 상처로 드러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것이 어쩌면 더 잘 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고, 더 안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이, 내가 학교 지하 1층 복도에서 무려 “가물치”선생님과 맞짱(?)을 떴다는 소문은 반 친구들에게 서울에서 전학온지 얼마 안된 이 조그만 전학생의 존재를 어느정도 각인시킨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언제나 체육시간만 되면 제일 뒤에 줄을 섰고, 반 친구들은 그런 나를 앞에서 보이지 않게 가려 주곤 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부산 사나이들의 의리를 조금씩 체감해 가고 있던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우리 반에는 여러 그룹들이 있었는데, 부반장(반에서 2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부하는 무리들과 김대훈(가명)을 중심으로 한 노는 무리들이 가장 대조되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이미 유학이 결정되어 있던 때라서 어느 무리에 끼어야 되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또한 전학생이라서 그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두 세명의 친구들과 어울렸는데, 전학생이었던 나는 내 주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친구를 사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나와 집의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 그리고 내 짝을 비롯한 그 주변인들 등등과 친구하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하루는 우리 반에서 노는 무리의 대장; 그러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일진 무리의 대장 격인 김대훈(가명)이 어떤 옷을 입고 왔는데, 내 눈에는 매우 멋있어 보였다. 그 당시 부산에서는 몇 가지 브랜드의 옷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의 멋진 옷으로 유행하고 있었는데, “인터크루”, “게스”, “안전지대” 등이 그런 브랜드였다.


외할머니와 큰 이모는 평소에 나에게도 용돈을 꽤 주셔서, 나는 내가 원하는 옷이나 다른 것들을 사달라고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았었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모두 알아서 옷을 사주시기도 하고, 어디서 옷을 많이 구해오셔서 나누어 주기도 하셨으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일진 대장 김대훈이 입고 있던 그 브랜드의 옷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 옷을 너무나도 입고 싶었다. 그 옷은 검은색의 두꺼운 패딩자켓이었는데, 등에는 큰 동그라미 속에 "안전지대(安全地帶)"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척 누나의 도움을 받아 그 옷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를 알아내었고, 마침내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 멋진 안전지대 자켓을 학교에 입고 갈 생각을 하니 밤에 잠이 잘 오지않을 정도였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나는 호기롭게 그 자켓을 교복 위에 걸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될 줄이야...



To be Continued...



#안전지대

#일진

#중학교

#전학생

#부산



Q: 여러분이 중학교 시절 가장 사랑했던 의류 브랜드는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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