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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un 17. 2023

OT-다섯. 데인 인의 사적은 어떤 책이야?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데인인의 사적, OT

▷ 데인 인의 사적(덴마크인 이야기, Gesta Danorum)


 "데인 인의 사적"은 룬드의 대주교였던, '삭소 그림마티쿠스(Saxo Grammaticus, 1150 ~1220)'가 쓴 덴마크 최초의 역사서다. 삭소는 자신의 전임 대주교였던 '압살론(Absalon)'의 후원을 받아 성장하였고, 그의 뒤를 이어 룬드의 주교와 발데마르 1세의 고문이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데인 인의 사적'을 저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인 인의 사적'은 총 16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덴마크 왕조를 개창한 단 1세(Dan I)를 시작으로, 1187년까지 기록되어 있다. 삭소는 덴마크 왕가와 덴마크의 영웅들을 북유럽 신화와 연관하여 설명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건국신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태로, 왕을 '신의 핏줄을 이은 자'로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데인 인의 사적'에는 '에다'나 '사가'에서 놓치고 지나간 북유럽 신화의 내용이 많이 있으며, 그중에는 '에다'에 등장한 이야기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쓰여진 것도 있다. 이는 스노리와 삭소의 관점의 차이로 여겨진다.


 그러나 삭소는 기독교 성직자였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으며, 이교도의 신인 북유럽의 신들에게도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삭소는 북유럽의 신들(특히 오딘)을 믿지 못할 존재로 묘사했고, 일부 신들은 인간으로 끌어내려 영웅이나 영웅에 대적하는 존재로 묘사했다. '데인 인에 사적'에는 역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랑 이야기나 전설적인 바이킹인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의 이야기도 담겨있기도 하다.


- 삭소 그림마티쿠스, 루이스 모 그림(189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axo_Grammaticus )


#.PS - '에우헤메리즘(Euhemerism)'


 '데인 인의 사적'은 '에우헤메리즘(Euhemerism)'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진다. '에우헤메리즘'이란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의 신화작가인 '에우헤메로스(Euhemerus)'가 주장한 것으로, "신화가 실제의 역사를 반영했다"라고 보는 가설을 말한다. 실제의 역사적 사건이 시간이 흐르며 문화, 관습 등과 섞이며 변형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신화의 형태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현재 '에우헤메리즘'은 신화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데인 인의 사적을 에우헤메리즘과 연관 짓는 것은 바로 저자인 '삭소'가 기독교 성직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독교는 에우헤메리즘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는데, 바로 '선교를 위해 아주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에우헤메리즘을 이용해서 이교도의 신과 종교를 철저하게 훼손하고 파괴했다. 기독교는 에우헤메리즘을 이용해 "이교도의 신은 모두 인간이었고, 그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며 신격화, 종교화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들은 모두 우상이며, 진정한 신은 하나님뿐이라고 설파했다. 그로 인해 기독교가 이교라 지목한 수많은 종교와 신화가 사라졌고, 그것을 믿던 사람들은 개종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물론 에우헤메리즘은 역으로 기독교에 대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그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기독교에 에우헤메리즘을 적용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이는 '이단'이자 '배교 행위'였다. 에우헤메리즘을 기독교에 적용한 이들은 당연히 이단자, 배교자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에우헤메리즘은 신화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에 불과하다. 물론 '트로이'의 경우처럼, 신화와 역사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신화가, 신화의 모든 것이 곧 역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은 아니다.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단테, #데인인의사적, #덴마크최초의역사서, #삭소그림마티쿠스, #에우헤메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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