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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게 - 나쁜 이름은 없다

이름, 생각, 불용한자, 성명학

by 바드 단테

*. 개인적인 생각이며, 읽으시는 분께서 저와 다른 생각을 지니셨다면 읽으시는 분의 생각이 맞습니다.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 "단테의 끄적끄적 생각적기"의 첫 글감으로 '이름'을 택했습니다. [이름에게]라는 제목으로 틈틈이 적을 것 같습니다. 이름과 관련해서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끄적끄적 적어내려가려고 합니다.




예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도면을 보내놓고, 여럿이 모여서 티타임을 하고 있었다. 그때 후배가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후배는 인터넷에서 본 거라며 [이름에 쓰면 안되는 한자(이하 '불용한자-不用漢字')]가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뭐.. 그럴수도 있겠지' 싶었다. 물론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이름에 '죽을 사(死)' 자 라던가.. 그런 한자를 쓸 수는 없으니까. 근데 후배가 하는 말이 자신의 이름에 그 불용한자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후배도, 나도 '개명이라도 해야 하는건가?'라면서 웃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서 불용한자가 뭔지 찾아봤다. 포털 사이트에 떡하니 올라온 글이 있었다. (아마도 '다음'의 어떤 코너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 이름은 특이한 편이고, 설령 불용한자에 들어있다한들 크게 신경쓰지도 않지만. 어려서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아서 힘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이름의 의미를 알고 난 이후부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남들이 놀리건 말건, 그런다고 부모님이 내 이름에 담아주신 의미가 사라지는게 아니니까. 그런데 불용한자를 살펴본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야.. 당나귀야?]



- 그때 다음에서 다운 받았던 불용한자 이미지(출처 : 오래전이라 기억이...--;)


위 이미지에 있는 한자(漢字)가 대표적인 '불용한자, 48자'라고 한다. 난 성명학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대체 이 한자가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 한자가 대체 무슨 기준과 무슨 방식으로 선정이 된 건지도 모르겠고. '성명학'이라던가, '수비학'이라던가 하는 건 들어본 적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잠깐 '오컬트(Occult)'에 빠졌던 적이 있어서 그 바닥의 기본 소양정도는 알고있다. 오컬트 계열의 학문이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도 안다.(오컬트를 학문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이름을 짓거나 고를 때, 우리는 당연히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때 고려하는 가장 큰 부분이 아마도 '이름의 의미' '이름을 부르는 소리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름에 의미를 담는 경우를 살펴보면.. 먼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등의 이유로 특정 이름에 어떤 이미지가 덧입혀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대체로 그 이름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라기 보다, 그 이름으로 살았던 사람의 삶, 그 사람의 이야기가 해당 이름의 이미지로 고착화 된 경우다. 예를 들어, 서양을 보면 '마리아', '요한' 등으로 대체로 기독교와 관련한 이름이 많다. 우리에게도 '세종', '순신'등의 역사인물의 이름이나, '태희'같은 연예인의 이름과 같은 주변인을 종종 만나곤 한다. 다른 경우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그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특정 단어나 글자를 사용한 경우다. 예를 들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자녀의 이름에 '은혜', '사랑', '믿음' 등의 이름을 짓거나, 자녀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며 특정한 의미를 지닌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의 형태를 살펴보면, 언어에 따라 특정한 이름이 선호되는 경우다. 언어에 따라서 발음하기 편한 형태가 존재한다. 우리말은 받침이 있는 경우에도 발음하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지만, 일본어의 경우는 받침이 들어갈 경우 발음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보니 이름에 받침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난 우리가 이름을 짓거나 고를 때, 우선적으로 생각되는 것들은 이런 부분이라고 여긴다.


그럼 저 불용한자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한자(漢子)' '뜻글자', '의미글자'다. 이미 글자 자체가 특정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용한자는 그 의미와는 상관없이 별도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설마.. 획수? 아니아니.. 동일한 획수를 가진 한자는 쌓이고 쌓였는데, 왜 저 한자만? 일단 획수는 아닌가보다. 획수가 아니면 대체 무슨 기준으로? 물론 성명학에서 나름의 기준은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는 분명히 아니다.




일단 저 불용한자라는게 정말로 성명학에서 부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기로 했다. 일단 한자는 대체로 동북아지역에서 사용된다.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를 떠올려보면.. 일단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대만 정도.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 놓고 생각해보자.


먼저 일본. 이름에 저 불용한자를 한글자라도 가진 일본인을 찾아본다면.. 모르긴 몰라도 일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꺼다. 내가 아는 일본 친구들 중에도 이름에 불용한자가 한글자라도 들어가는 친구가 반이 넘는다. 일본의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이름을 보면? 셀 수도 없다.


단적으로 '아들 자(子)'. 일본어로는 '~코'라고 발음한다. '아키코(明子)', '나츠코(夏子)' 처럼 우리가 흔히 일본 여자이름이라고 하면 '~코'로 끝난다는 인식을 지닌게 이런 이유다. 지금 일본왕의 부인의 이름인 '마사코(雅子)' 에도 이 글자가 들어간다. 게다가 '星(호시)', '雪(유키)', '花(하나)', '美(미), '紅(코우)', '月(츠키)', '愛(아이) 등과 같은 글자가 들어가는 여자이름은 쌓이고 쌓였다.


일본 남자이름에도 '길할 길(吉, 요시)'은 아주 널리고 널렸다. '光(히카루)', '孝(요시, 코)', '虎(토라)', '春(하루)' 등은 물론이고 저 불용한자의 거의 대부분이 일본 남자 이름에 들어간다. 이건 이름만 본거다. 성(姓)까지 생각해보면 일본인 이름에 불용한자 한 두개는 물론이고, 이름 자체가 온통 불용한자인 경우도 있을꺼다.


정말 저 한자가 불용한자로의 의미를 지닌다면, 일본인은 대부분이 박복해야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금까지 유지되는게 말이 안될 정도로.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으로 중국, 대만으로 확장시켜보려고 했는데.. 어이쿠야.. 이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솔직히 중국, 대만은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손도 못대겠다. 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 지 엄두가 안난다. 성명학에서 혹시 일본, 중국, 대만은 외국이라 해당이 안된다고 보는걸까? 같은 한자(漢字)문화권인데? 저 불용한자는 대한민국에서만 적용되는 특정 버프인건가? 흠...


성명학에서 정말 그렇게 보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내 주변에도 저 불용한자에 들어가는 글자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지인들이 있다. 그 지인들을 떠올려보면, 대체로 잘 살고 있다. 딱히 무슨 문제가 있거나 사건 사고에 휘말린 적도 없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벌고, 열심히 아이들 키우면서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불용한자 중에는 이른바 '항렬자(行列字)', '돌림자'로 사용되는 글자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화 영(榮)'.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이름에 '영'이 들어가는 사람 중 상당수가 항렬자, 돌림자로 이 글자를 사용한다. 돌림자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에 일정한 규칙을 부여한 경우이니 넘어간다쳐도, 항렬자는 한 가문에서 대대로 이름에 사용하는 글자다.


지금 우리는 항렬자를 잘 모르지만, 내 부모님 세대만해도 항렬자로 대충의 관계를 추론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었다. 비슷한 연배에 성이 같고, 이름에 항렬자가 들어가면 대충의 촌수나 관계를 파악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다.


"아이고, 아재(아저씨)뻘이시네요."

"자네 내 손자 뻘이구먼!"


처럼 말이다.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 때, 한문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보시더니, 내 본관과 항렬자를 물으셨다.(내 이름에는 항렬자가 안들어간다.) 둘 다 알고 있어서 말씀드렸더니 '우리 집안 조카네.' 하셨다. 덕분에 난 한문선생님의 조카라고 알려지게 되었고, 한문시간이 되면 늘 긴장하며 살았다. 시킬 일이나 지목할 일이 있으면 '어이, 조카!'하시면서 항상 나를 지목하셨던지라. 아고.. 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


항렬자로서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이석영과 이회영, 이시영으로 대표되는 그의 형제들이다. 구한말,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가이자, 대부호였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재산은 물론, 자신들과 가족의 목숨까지 내놓으며 이 땅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영자를 이름에 사용하는 역사적 인물을 떠올려봐도 발해를 세운 대조영, 의병장 이인영 등도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이정도. 역사인물사전 꺼내서 이름을 살피기 시작하면, 밤을 세울정도로 수두룩 할꺼다. 모두 우리 역사 속에서 사랑받고 빛나는 분들이다.


우리의 조상님들이 살았던 시대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지금보다도 더 금기도 많았고, 더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다. 우리 조상님들이 아주 오랫동안, 정말 고르고 골라 정한 것이 항렬자다. 우리의 조상님들이 이런 항렬자에 불용한자를 넣어서 자손들이 대대로 고생하며 살라고 하셨을리는 당연히 없다. 조상님들은 어떻게해야 자손들이 좀 더 잘 살고, 우리 가문이 잘 뻗어갈지를 언제나 고민하셨던 분들이다. 그럼에도 저 글자가 성명학에서의 불용한자의 의미로 쓰인다면, 우리 조상님들은 후손들과 국가와 민족을 대대손손 말아먹고자 항렬자에 불용한자를 쓴 싸이코패스&소시오패스들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이미 한참 전에 결론은 난 것 같지만.. 성명학에서 말하는 불용한자가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컬트가 늘 그렇듯,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면 어떻게든 맞춰지는 것들이다. 지금 성명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의 기원을 찾아가보면, 일제강점기와 창씨개명이 등장한다. 일본에서 유행했던 성명학이 국내로 들어오고, 이것을 기반으로 이것저것 오만잡다한 것이 모여 지금의 성명학이 탄생한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그렇다. 성명학을 연구하는 분들이나 그걸로 밥벌어먹는 분들에겐 내가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이렇다.


솔직히 내가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든 모든 이야기는 굳이 필요없는 건지도 모른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려고 한다. 그럼 난 대체 어떤 이름을 지어주려고 할까? 이미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그때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그 느낌, 그 고민, 우리 부모님도, 우리 조상님도 모두 느꼈을 느낌이고, 고민이다.


그 이름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했을까? 그렇게 지은 이름인데, 과연 나에게 해가 될 이름일까? 이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의미가 담겨있고, 또 얼마나 귀한 이름인가.


그러니 자신이 지닌 이름에 대해 고민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나쁜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가 무슨 글자인지, 획수가 어떤지, 불용한자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그 이름을 가진 나의 생각과 행동이 세상에 남길 발자취가 중요한거다. 내가 남긴 발자취가 나의 이름을 통해 기억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의심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이름이 아무리 흔한 형태를 띤다해도 그 이름은 나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미를 가진다. 모든 이름은 사랑의 결과다. 세상에 나쁜 이름은 없다. 그 이름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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